[단독] 바드르 SFR 회장 "한국 AI 데이터센터에 빅베팅. 엔비디아 첨단 칩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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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5.07.13 16:11 PDT
[단독] 바드르 SFR 회장 "한국 AI 데이터센터에 빅베팅. 엔비디아 첨단 칩 도입"
아민 바드르 회장이 한국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준비 중이다 (출처 : 더밀크 김현지)

[AI인프라 혁명] SFR 아민 바르드 회장 단독 인터뷰
더밀크에 자금 조달 상황, 향후 계획 등 밝혀
초기 100 MW는 10억~20억달러, 향후 3GW급 데이터센터 확충에 100억달러 투자
2026년 출시되는 엔비디아 차세대AI 플랫폼 도입키로
AI 데이터센터는 시작. 한국 AI 스타트업 투자 및 인수 나설 것

AI 인프라를 둘러싼 글로벌 투자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중동·유럽·미국을 잇는 초국가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글로벌 투자 회사 스탁팜로드(SFR, Stock Farm Road)가 아시아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한국을 지목했다. 이 데이터센터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이 최초로 적용된다. 한국의 AI 데이터센터를 '글로벌 소버린AI 허브'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아민 바드르 엘 딘(Dr. Amin Badr-El-Din) 스탁팜로드 회장은 더밀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현재 세계에서 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전력 변동을 처리할 수 있는 전력망은 한국과 우리(SFR)가 아부다비에 구축한 그리드 단 두 곳뿐이다"며 "한국은 세계에서 과잉 용량, 재생 에너지, 기저 부하 원자력 측면에서 가장 발전된 전력망을 갖췄다"고 한국에 최첨단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 결심한 배경을 밝혔다.

이어 "데이터센터는 전력 외에도 에너지 수급이 중요한데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원자력 발전 기술에서 한국은 최상위원이며 한국어는 아랍어 다음으로 복잡한 언어로 복잡한 자연어 처리가 필요한 차세대 초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바드르 회장은 “한국이 기술적 기반은 세계 최고 수준 하지만 상상력과 실행력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한국을 ‘소버린 AI 인프라’의 쇼케이스 국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아민 바드르 회장은 기술, 에너지, 국제금융을 넘나드는 세계적 전략가다. 영국과 요르단 국적을 가진 그는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박사 출신으로 중동 경제 다변화의 설계자이자 글로벌 오프셋 전략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아부다비 돌핀 프로젝트, 아랍에미레이트(UAE) 주식시장 창설, 공공유틸리티 민영화 등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직접 기획하고 추진, UAE 경제의 탈석유 경제를 선도한 인물이며 UAE 국부펀드 시작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민 바드르 SFR 회장과 더밀크 손재권 대표가 화상으로 인터뷰 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SFR, 3단계 투자 계획

바드르 회장은 더밀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3단계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1단계는 100메가와트(MW) 규모로 소버린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2단계는 400MW 규모로 확장, 외부 투자자와 수요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후 3기가와트(GW) 규모로 늘려 글로벌 오프테이커(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AI 서비스 운영사업자)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스탁팜로드는 지난 2월 전라남도와 해남군 산이면 구성지구 솔라시도 일원 397만㎡(약 120만평)에 AI슈퍼클러스터 허브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 클러스터에는 AI 컴퓨팅 인프라, 데이터센터,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구축될 예정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 10일, 파격적인 전기료 할인 혜택 등을 담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특별법 제정을 추진함에 따라 외국 자본이 중심이 된 스탁팜로드의 투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들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최우선 정책과제로 특별법 제정 및 산단 조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RE100 산단은 '규제 제로'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바드르 회장은 자금 조달 구조는 "자체 지분 투자와 대규모 부채 금융으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이 중 초기 100메가와트 규모의 AI데이터센터 건설은 스탁팜로드가 주도하는 펀드(퍼힐스, FIR HILLS)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월 전남도와 양해각서를 체결했을 때 일각에서는 스탁팜로드의 자금 동원 능력에 의심을 나타낸 바 있다.

이에 대해 바드르 회장은 "글로벌 AI 선두 기업으로 부터 이미 1억 달러(1380억원)의 지분 투자를 확보했다. 계약된 수요처를 통해 부채 금융으로 대부분 조달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투자 규모는 1단계는 100 MW까지 약 1조 3795억원(10억달러)~약 2조 7590억원(20억달러, 2단계는 400MW로 확장기까지 약 7조원, 3단계는 2030년까지 약 8조원(3GW) 등 총 15조원을 동원한다는 애초 계획을 재확인했다.

바드르 회장은 "미국의 대형 은행 3곳이 리딩 뱅크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고 밝혔다. 영국의 중동 전문 매체 엘라프(elaph.com)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스톡팜로드가 한국에서 AI 분야 확장을 위해 5억(약 6839억원)~10억 달러(약 1조3795억원) 규모의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오프테이커(Off taker)
장기 구매 계약을 통해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주체. AI 데이터센터에서 생산되는 컴퓨팅 파워(AI 처리 능력)를 장기간 구매하기로 약속한 고객을 뜻한다.

엔비디아와 전략적 파트너십

스탁팜로드가 AI 데이터센터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엔비디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바르드 회장은 "수차례 젠슨 황 회장과 직접 대화했다. 엔비디아가 스탁팜로드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며 데이터 센터 설계 및 운영에도 참여하기로 했다"며 "특히 GPU 칩셋의 가장 최신 플랫폼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심지어 구글보다 1년 6개월 먼저 배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르드 회장이 언급한 '넥스트 AI 플랫폼'은 더밀크 취재 결과 2026년 하반기 출하가 예정된 '베라 루빈(Vera Rubin)'으로 확인된다. 베라 루빈은 지난 3월 엔비디아가 엔비디아가 AI 및 슈퍼컴퓨팅 시장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GTC2025에서 처음 공개한 AI 플랫폼이다.

차세대 CPU(베라)+GPU(루빈) 통합 플랫폼으로 혁신적인 성능과 확장성, 최신 메모리 및 네트워크 기술이 집약된 제품이다. 현재 가장 진화된 AI 플랫폼인 블랙웰(Blackwell) 대비 2~2.5배 이상의 추론 성능(최대 50페타플롭, 블랙웰은 20페타플롭)을 자랑한다. HBM4 등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와 NV링크 6 등이 함께 포함된다. 예정대로라면 2026년 하반기부터 본격 출하될 예정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베라 루빈 플랫폼에 대해 "새로운 CPU와 GPU를 모두 탑재한 혁신적인 플랫폼이자 차세대 AI와 과학적 연구, 양자 컴퓨팅 등 미래를 위한 시스템이다”며, “과학자와 다양한 산업계가 협업해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르드 회장은 엔비디아와의 관계에 대해 "엔비디아 내부에서는 이번 프로젝트를 '스타게이트 아시아'라고 부른다"며 "미국 정부의 스타게이트 발표를 아시아로 확장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탁팜로드의 AI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베라 루빈'이 최초로 적용된다면 단숨에 'AI 인프라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성AI, 에이전틱 AI, 실시간 데이터 분석 등 고도화된 AI 서비스의 상용화를 앞당겨 글로벌 AI 경쟁에서 한발 앞서 초거대 AI 모델 학습, 실시간 추론, 첨단 과학 연구 등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HBM4 등 첨단 메모리와 네트워크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기술 개발과 공급망 경쟁력 강화에 직접적인 자극을 준다.

한국은 단숨에 세계 최고 수준의 AI 인프라를 보유한 국가가 되기 때문에 한국은 국가 차원의 데이터 주도권 확보 및 해외 빅테크·클라우드 기업, 글로벌 AI 연구기관과의 협력 및 투자 유치가 용이해진다. 단순하게 첨단 하드웨어 도입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3월 산호세에서 열린 GTC 2025에서 차세대 GPU+CPU AI 시스템인 '베라 루빈'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 : 엔비디아)

AI 데이터센터가 끝이 아니다

아민 바르드 회장은 "한국에 AI 데이터센터 건설은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에너지 기업, 개인 맞춤형 AI 운영체계 기업에 대해 투자 및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르드 회장은 현재 UAE, 인도,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에서 인수 대상 기업들을 검토 중이며 한국 기업도 포함돼 있고 밝혔다.

바르드 회장은 "우리는 승자를 선택하고 투자할 것이며 이는 해당 국가들의 경제 발전을 가속화할 것이다. 한국 AI 데이터센터는 세계 각국 소버린AI 산업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에서 시작한 '개인 맞춤형 AI 운영체제' 기업에 큰 관심이 있으며 이 회사에 전략적 투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스탁팜로드의 한국 투자는 단순한 데이터센터 사업이 아니라 '개인 AI 민주화'라는 글로벌 비전을 실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전력 인프라 우위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인이 AI를 통해 권한을 부여받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바르드 회장은 "아직 AI 혁명은 초기단계일 뿐이며 앞으로 많은 실험적 시도가 나올 것이며 그들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한국에서도 혁신적 기업이 나오고 있다. AI 기술은 현재 에너지가 과도하게 소비되며 모든 데이터는 오픈AI, 구글 등이 소유하고 있다. 민주화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개인 차원의 권한 부여를 할 수 있는 강력한 회사에 투자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AI 생태계에 대해 아쉬운 점도 나타냈다. 특히 한국의 AI 인재 유출 문제를 지적했다.

바르드 회장은 "KAIST 같은 훌륭한 대학도 충분한 AI 인프라와 역량이 없어서 많은 슈퍼 인재들이 MIT, 스탠포드로 떠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정부는 기존에 하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정책과 실행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올인해야 하고 인재를 발굴 육성해야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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