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발견' 한국의 AI·로봇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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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5.06.15 17:56 PDT
'의외의 발견' 한국의 AI·로봇 여기까지 왔다
STK2025 B 전시홀에 마련된 유니트리 전시관. 관람객들이 로봇 시연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 : 엑스포럼 )

[STK 2025] K-인공지능·로봇의 미래? 제조업에 달렸다
AI, 제조업에 침투하다: 공정 최적화부터 품질 관리까지
제조 프로세스의 지능화와 스마트워크 전환
치열해진 로봇 경쟁... 제조, 물류와 안전망 확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한국의 AI·로봇 기업들이 전통 산업인 제조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과 자동화 기술, 데이터 분석 역량의 융합은 제조업 전반을 빠르게 혁신시키고 있는 것. 여기에 고령화와 인력난으로 인한 대체 수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시환경 요인이 맞물리면서, 제조 현장은 이제 첨단 기술의 실험장이자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 11~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융합 테크 박람회 ‘스마트테크코리아 2025’(이하 STK 2025)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SAP 코리아, 마음AI, 비비티AI 등 글로벌 대기업은 물론, 국내 유망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AI·로봇 기술을 접목한 제조 솔루션을 대거 선보였다.

특히 이번 박람회 참가 기업들은 스마트팩토리, 공정 자동화, 물류 효율화, 품질 관리 등 제조업의 핵심 영역에서 AI와 로봇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제시하며, 기술이 단순한 실험을 넘어 본격적인 산업 혁신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피지컬 AI 기술을 전시한 마음AI (출처 : 더밀크 )

AI, 제조업에 침투하다: 공장 최적화부터 품질 관리까지

제조업의 자동화는 기계 제어를 넘어, AI 기반의 데이터 중심 의사결정 체계로 빠르게 진화 중이다. 스마트팩토리와 공정 혁신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공정 최적화부터 품질 관리, 설비 점검, 보안 관리에 이르기까지 AI는 제조업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것.

이번 STK 2025(스마트테크코리아)에 참가한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를 구체적인 기술 솔루션으로 보여줬다.

실제 존슨콘트롤즈(Johnson Controls)는 제조 및 유통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RFID 기반의 재고 관리·보안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 솔루션은 실시간 자산 추적과 도난 방지 기능을 통해 물류 흐름의 가시성과 안전성을 크게 높이는 것이 강점이다.

엣지크로스(Edgecross)는 공장 현장에 설치 가능한 ‘셀프 AI 에이전트’를 공개했다. 이 시스템은 운영 인력이 직접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공정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설계돼, 현장 중심의 자율적 데이터 활용을 가능케 한다.

품질 관리 분야에서도 AI 도입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써로마인드(Surromind)는 제조 장비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정리하고 라벨링해, 불량 원인을 추적하고 예측할 수 있는 AI 품질 관리 솔루션을 제시했다. 이는 공정 이상을 사전에 감지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RTM은 고성능 AI 비전 검사 시스템을 통해 제조 공정 전체의 설비 통합 모니터링과 이상 탐지 기능을 구현했다. 복잡한 공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불량률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 토털 AI 솔루션이다. 또한 세이지(Sage)는 기존의 룰베이스 알고리즘으로는 검출이 어려웠던 비정형 결함을 자동으로 인식·분석하는 AI 머신비전 솔루션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STK2025에 마련된 AI 빅데이터 전시관 (출처 : 엑스포럼 )

제조 프로세스의 지능화와 스마트워크 전환

AI 기술은 제조 현장의 자동화를 넘어, 사무 및 경영 전반으로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까지 AI 기반의 데이터 분석과 예측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이번 STK2025의 C홀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제조 혁신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업들이 참가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 중에서도 소프트웨어 강자 SAP 코리아는 ‘SAP 비즈니스 스윗(SAP Business Suite)’을 주제로 한 전시를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전시는 자동차의 ‘플라이휠(Flywheel)’ 개념을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적용한 SAP만의 선순환 구조를 강조했다.

SAP는 이번 전시에서 자사가 강점을 보유한 애플리케이션 영역을 중심으로, 이들 애플리케이션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하나로 묶어 분석할 수 있는 ‘SAP 비즈니스 데이터 클라우드’ 환경을 소개했다. 여기에 새롭게 공개된 AI 플랫폼 ‘줄(Joule) 에이전트’를 통해, 데이터 분석 결과를 다시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반영하는 구조를 시연, 제조업 분야에서의 AI 기반 업무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SAP 코리아의 정대영 박사는 “플라이휠은 일정 수준의 힘을 가하면 이후에는 더 큰 가속력을 발휘하는 장치”라며 “양질의 애플리케이션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발전시켜 다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생산성과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SAP의 이번 전시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 AI 중심의 데이터 통합과 분석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밖에도 링크제네시스(Linkgenesis)는 AI 기반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한 공정 자동화 솔루션을 선보였다. 특히 반도체 제조공정 등 고정밀 산업 현장에서 실시간 모니터링과 이상 감지, 전반적인 효율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았다.

또 데이터 비즈니스 전문 기업 엔코아는 기업 내부의 다양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AI로 자동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워크 환경을 구현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이는 제조업체들이 단순히 생산 현장뿐만 아니라, 전사적 운영 체계 전반에서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SAP 전시관에서 제조 쇼케이스가 진행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분야에서 한국은 피지컬 AI와 하드웨어에서 모두 중국과 미국에 뒤처져있다. 그러나 제조업 강국인 우리에겐 다른 나라엔 없는 데이터가 있다. 이게 경쟁력이 될 것이다.
한재권 한양대 교수, 에이로봇(Aei Robot) 최고기술책임자

STK 2025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도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컨퍼런스 행사인 '테크콘 2025'에서는 '지능형 로봇과 인간 공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제로 다양한 강연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로봇공학자 한재권 교수(한양대, 에이로봇 CTO)는 한국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의 향후 경쟁력이 강력한 제조업으로부터 나오는 데이터에 있다고 봤다. 또 AI칩이나 배터리, 액추에이터와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필요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이처럼 제조업에서 로봇의 역할은 단순 반복 작업의 대체를 넘어, 물류, 조립, 안전 등 다양한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STK2025에서도 로봇 기술을 통해 제조 현장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려는 시도들이 대거 소개됐다.

모비어스와 세림로봇은 제조·물류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산업용 물류 로봇을 선보이며, 자동화 물류 시스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을 기반으로 조립, 용접, 조리 등 복잡한 작업의 자동화 기술을 그리고 브릴스는 AI 안전 관제 팔레타이징 로봇, 용접, 자동차 부품검사, 자율주행로봇 등 물류와 산업 현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로봇 모듈화 플랫폼 솔루션을 선보였다.

사람과 기계 간 협업 가능성을 확장하는 기술도 주목받았다. 영인모빌리티는 중국 유니트리로보틱스와 협력해 최첨단 로봇 기술과 다양한 산업용 응용 솔루션을 소개했다. 전시회에서는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로봇과 4족 로봇 시연 등이 진행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제조 물류 현장에 활용가능한 산업용 물류 로봇을 전시한 모비어스 (출처 : 더밀크)

더밀크의 시각: K-제조업, AI·로봇 기술의 실전 무대이자 글로벌 수출 창구로

한국은 그간 반도체, 자동차, 정밀기계 등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제조 기반을 자랑했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 고임금 구조,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복합적인 구조 변화 속에서 기존 제조 모델은 한계에 봉착했다.

AI와 로봇 기술은 단순한 효율화 수단을 넘어, 제조업 자체를 재정의하는 핵심 기술이다. 제조업이 다시 첨단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단순한 공정 자동화를 넘어선 전환이 요구된다. ‘데이터 중심의 지능형 공장’, ‘자율 운영 시스템’, ‘인간과 로봇의 협업 모델’로 나아가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기술 문제를 넘어 경영 전략, 조직문화, 인재 확보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혁신 과제다.

중공업 분야에 AI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는 '비비티AI' 장유성 대표는 더밀크가 진행한 'STK 2025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AI는 특정 산업에 도입되는 기술이 아니라, 산업군에 내재한 문제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AI를 단순히 적용한다는 표현보다, 산업의 문제를 풀기 위한 도구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STK2025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기술 자체보다 현장의 문제 해결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발굴하고, 현장과 밀착된 솔루션을 제공하며, 적용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이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정밀 제조, 공정 자동화, 생산 효율성 분야는 AI와 로봇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스마트 제조 솔루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미 이런 변화는 시작됐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생산 거점의 상당한 자동화에 성공했고, 미국 첫 전기차 생산기지를 건설한 현대자동차 역시 최근 완공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전전기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런 변화는 국내 기술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수출 가능한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제조업은 여전히 한국 산업의 근간이며, AI와 로봇 기술은 이 근간을 혁신하는 핵심 동력이다. 기술기업은 제조업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실제 데이터를 확보하고 솔루션을 고도화할 수 있으며, 제조업은 AI와 로봇을 통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 같은 협업은 첨단 기술 기업과 전통 제조업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

기술의 수요처로서, 그리고 수출 가능한 플랫폼으로서 제조업의 역할이 부각되는 2025년은 한국 AI·로봇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전략적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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