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핀' 휴메인의 몰락... AI 하드웨어의 이상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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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jin Kim 2024.05.22 18:19 PDT
'아이핀' 휴메인의 몰락... AI 하드웨어의 이상과 현실
(출처 : Shutterstock)

[생성AI, 이상과 현실] 휴메인의 몰락
AI 웨어러블 유망주, 어쩌다 좌초했나 ... 아이디어 좋았지만 결국 퀄리티
먹구름 드리운 AI 웨어러블...불씨는 살아있어
다음 유망주는 'AI 이어폰? 메타, '카메라 버즈' 프로젝트 가동 중

휴메인((Humane)이 ‘화면 없는 스마트폰’을 표방하는 AI핀을 출시한 지 약 반 년 만에 매물로 나왔다.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휴메인이 최대 10억달러(약 1조 3,658억 원)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각 절차는 아직 초기 단계다. 휴메인의 기업 가치는 공식 발표된 바 없지만, 지난해 더인포메이션은 기업가치를 8억5000만달러(1조 1,609억원)로 추정했다.

이 회사는 샘 알트만 오픈AI CEO 등로부터 현재까지 2억3000만달러(약 3141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한국의 SK네트웍스와 LG테크놀로지벤처스 등도 투자했다.

오픈AI가 전략 투자한 휴메인의 첫 기기 '휴메인 AI 핀' (출처 : 휴메인 유튜브)

AI 웨어러블 유망주, 어쩌다

휴메인은 2017년 전 애플 디자이너 임란 초드리(Imran Chaudhri)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베다니 본지오르노(Bethany Bongiorn)가 창업한 회사다. 오픈AI의 샘 알트만 창업자가 휴메인을 위해 2020년 30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 A 라운드를 공동 주도했고, 이후 2021년에는 1억달러 규모의 시리즈B, 2023년 1억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투자에 참여하면서 주목 받았다.

창업 후 5~6년 동안 회사는 대부분 미스터리에 싸여 있었고 지난해 6월에야 이들의 첫 제품 형태가 '핀'이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후 당해 11월 AI 웨어러블 기기인 ‘AI핀’을 야심 차게 공개했다. 혁신적 아이디어로 AI 하드웨어의 미래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출시를 서두른 것이 독이 됐다. 미국 사용자를 대상으로 주문을 받기 시작, 올해 3월 배송을 시작했지만, 초기 사용자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AI핀은 자석이 있어 옷 등에 부착할 수 있고, 화면이 따로 없는 형태다. 대신 목소리, 혹은 손가락 오므리기, 손목 기울이기 등 같은 제스처로 센서를 자극하면 프로젝터에서 사람의 손 등에 화면을 투사하는 구조다. 기기에는 동작 감지 센서, ‘퍼소닉’ 스피커, 프로젝터, 카메라, 오픈AI의 AI 챗봇 챗GPT가 내장되는 등 신선한 제품 폼팩터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유사한 가격대지만, 초기 제품 리뷰에서 스마트폰보다 기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가격은 699달러(약 95만원)다. 여기에 전화번호와 무제한 데이터를 사용하려면 월 24달러를 추가 지불해야 한다. 포함 서비스는 티모바일(T-Mobile) 네트워크에서 실행되는 휴메인 자체 이동통신 서비스의 전화번호, 셀룰러 데이터, 클라우드 스토리지, 무제한 AI 모델 쿼리 등이다.

이런 높은 가격에 비해 짧은 배터리 수명, 야외에서 작동하지 않는 레이저 프로젝터 등이 불만을 샀다. 구독자가 1890만명에 이르는 IT 제품 리뷰 유튜버 마르케스 브라운리(Marques Brownlee)는 “지금까지 리뷰한 제품 중 최악”이라고 혹평했다.

지난 1월에는 애플에서 13년을 근무한 후 2019년 휴메인에 합류했던 패트릭 게이츠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인력의 약 4%와 함께 회사를 떠난 점도 우려를 샀다.

2024년 기술 기업들의 웨어러블 기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 Shutterstock)

AI핀 실패로 먹구름 드리운 AI 웨어러블…차세대 유망주는 이어폰?

‘스마트폰을 대체하겠다’고 야심차게 나선 휴메인의 AI핀 프로젝트가 좌초되자 AI웨어러블 시작에도 먹구름이 드리우는 모양새다. 최근 이어폰 형태가 주목받고 있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예전보다 조심스럽다.

올해 말 제이슨 루골루(Jason Rugolo) 아이요 CEO는 AI 기반 웨어러블 기기 '아이요 원'을 공개한다고 밝혔지만,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고 있다. 악시오스는 "스타트업에게 하드웨어는 어렵다"며 "제조를 아웃소싱하지만 버그 제거에서부터 고객 지원까지 다양한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요 직원은 22명 정도로 휴메인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점도 난관으로 꼽혔다.

아이요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에서 분사한 기업이다. 알파벳을 포함해서 여러 기관들로부터 2100만달러를 조달했다. 아이요 원은 귀에 착용하는 형태로 일종의 AI 이어폰이다. 와이파이 버전은 599달러, 셀룰러 장착 버전은 699달러로 책정했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루골루 CEO는 ‘스마트폰을 대체한다기 보다는 화면 사용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AI 기반 웨어러블 기기 '아이요 원'을 공개한 아이요의 제이슨 루골루(Jason Rugolo) CEO (출처 : 아이요 홈페이지)

r1은 사기 논란

올해 CES에서 공개 돼 주목받았던 AI기기 ‘래빗 R1’은 '사기' 논란까지 휩싸였다. 기기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혹평뿐 아니라 단순 안드로이드 앱을 과대포장했다는 것이다.

래빗 R1은 스마트폰 절반 정도 크기에 화면, 카메라 등을 탑재, 스마트폰 없이도 간단한 음성 명령으로 음식 주문, 택시 호출, 메시지 보내기 등 복잡한 앱 조작이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래빗 측은 사용자의 행동과 의도를 학습해 모방하는 거대행동모델(Large Action Model을 통해 구현한다고 거창하게 설명, 관심을 끌어모았다. 공개 후 열흘간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한 예약 판매에서도 5만 대가 판매됐다.

그러나 4월 말부터 출하되고 소비자들이 손에 도달하자 평가는 '혹평' 일색이다. 래빗의 시연과 달리 구현되지 않은 기능이 많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미완성이고 도움이 되지 않는 AI 기기” “거의 모든 일에 실패하는 199달러짜리 AI 장난감" 등의 평가를 받았다. 래빗 측이 AI 열풍에 편승, 단순 스마트폰 앱을 첨단 AI 기기처럼 과대포장했다는 비판이다.

휴메인은 죽지만 AI 하드웨어의 원형이 될 것

그러나 휴메인은 AI 하드웨어(웨어러블)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은 완성도가 낮고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이 관련 기술이 미성숙 돼 있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가격이 낮아지면 결국 AI 핀 같은 모델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아이디어와 디자인은 탁월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기업인 메타 플랫폼은 AI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적극적인 곳 중 하나다. 최근 메타는 카메라가 장착된 AI 이어폰 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인포메이션은 지난 13일 회사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메타에서 카메라버즈(Camerabud)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이 제품을 위한 몇 개 디자인 시안을 검토했으나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디자인이 귀에 꽂는 이어폰 형태가 될지 아니면 귀를 덮는 헤드폰 형태가 될지도 확실하지 않다.

퀘스트 프로를 착용하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출처 : 화면 캡처)

메타는 MR 헤드셋인 ‘메타 퀘스트3(Meta Quest 3)’와 ‘레이밴(Ray-Ban) 스마트 안경’도 선보인 바 있다. 챗GPT(ChatGPT)와 비슷한 AI 챗봇 ‘메타 AI’가 해당 기기에서 구동된다.

그간 헤드셋은 어지럼증 유발, 무거운 무게 등으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졌지만 최근 AI, 혼합현실(MR)과 결합하며 재평가를 받고 있다.

MR과 기존 가상현실(VR)의 차이점은 외부 세계와의 연결에 있다. VR 헤드셋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지만, MR은 현실과 가상을 적절하게 섞는 방식이다. 헤드셋을 끼면 주변 현실과 디지털 정보가 겹쳐 공간 자체가 화면이 된다.

애플도 지난 2월 비전프로(Vision Pro) 헤드셋을 출시했다. MR이 아닌 공간컴퓨팅이라는 자체 용어를 쓰고 있다. 다만 3499달러라는 높은 가격에 초기 판매에 난항을 겪고 있다.

휴메인에 투자했던 오픈AI의 알트만 창업자는 아이폰을 디자인한 전 애플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Jony Ive)와 AI 전용 하드웨어 구축을 논의 중이다.

샘 알트만은 대화를 녹음하고 이 녹음을 휴대전화로 전송하는 AI 기반 목걸이형 하드웨어를 만드는 리와인드(Rewind)에도 투자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트만 CEO와 아이브는 AI하드웨어 장치 구축에서 손을 맞잡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달러 이상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니 아이브는 2019년 애플을 떠나 러브폼이라는 자체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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