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적 혁신’ 대전환.. CES2026에서 주목할 5대 산업분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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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5.11.25 09:06 PDT
‘실천적 혁신’ 대전환.. CES2026에서 주목할 5대 산업분야는?
Innovators Show Up (출처 : CTA)

①AI: 생성형 AI를 넘어 ‘AI 에이전트’와 ‘온디바이스 AI’로
②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 진단을 넘어 치료와 생활 관리로
③차량 기술 및 첨단 모빌리티: SDV, 로보택시 현실로
④로보틱스: ‘피지컬 AI’ 핵심… 산업 현장으로 진격하다
⑤지속가능성과 인간 안보, 선택 아닌 필수

‘혁신가들의 등장(Innovators Show Up)’

CES2026은 단순한 신기술의 향연을 넘어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기술로 해결하고, 이를 비즈니스적 성과로 연결하는 실천적 혁신의 장이 될 전망이다. 

지난 몇 년간 기술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기대감이 이제는 구체적인 산업적 효용, 물리적 실체로 증명되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오는 2026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CES2026의 슬로건으로 ‘혁신가들의 등장’을 선언한 이유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157개국, 15만 명 이상의 참관객과 포춘(Fortune) 500대 기업 296개사를 포함한 4500개 이상의 전시 기업이 라스베이거스에 집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CES2026에서는 새로운 전시 공간인 ‘CES 파운드리(CES Foundry)’ 신설과 라스베이거스의 랜드마크 ‘스피어(Sphere)’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기조연설 등을 예고하며 공간적, 경험적 측면에서도 대대적인 확장을 예고했다.

더밀크는 CES2026 개막을 앞두고 CES를 관통할 5대 핵심 산업분야를 ①AI ②디지털 헬스 ③차량 기술 및 첨단 모빌리티 ④로보틱스 ⑤지속가능성 및 인간 안보로 선정, 2026년 이후 펼쳐질 기술 트렌드와 산업적 함의를 살펴봤다.

키워드로 보는 CES 10년 (출처 : 정구민 교수, 더밀크)

①AI: 생성형 AI를 넘어 ‘AI 에이전트’와 ‘온디바이스 AI’로

CTA가 선정한 CES 2026의 최우선 토픽은 단연 AI다. 현재 CES 웹사이트에 주요 토픽(Featured Topics)으로 AI가 올라와 있으며 최고혁신상 수상작 중에서도 36개 카테고리 중 AI 분야 수상작이 가장 많았다. 

CTA는 “AI는 산업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역량을 열어주며 효율성을 높인다”며 “AI는 이미 우리 삶을 깊이 있게 변화시키고 있다. 미래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2026년에 바라보는 AI는 2024~2025년을 지배했던 ‘생성형 AI의 충격’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기술적 호기심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이고, 하드웨어와 결합해 물리적 세계를 제어하는 단계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도 AI는 이미 단순 텍스트, 이미지 생성 단계를 지나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복합적인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에이전트(Agent, 대리인)’ 단계로 진화했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경량화 및 최적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클라우드 비용 절감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엣지(Edge) 단에서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 기술도 보편화하는 추세다. 모델 특성 면에서는 멀티모달(Multimodal) 모델의 인터페이스의 확장돼 텍스트뿐만 아니라 음성, 이미지, 제스처 등 다양한 입력을 동시에 처리하는 AI가 일상 기기에 탑재되기 시작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강조한 ‘피지컬 AI(Physical AI)’ 키워드도 중요하다. AI가 결국 로봇이나 모빌리티와 같은 하드웨어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며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첨단 융합 기술 전문가인 정구민 국민대 창의공과대학 전자공학부 교수는 “AI 에이전트 및 피지컬 AI 가속화를 CES2026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PC, 가전, 홈 허브 등에서도 로컬 AI가 표준화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AMD의 리사 수(Lisa Su) CEO는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는 고성능 AI 컴퓨팅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며 레노버(Lenovo)의 양위안칭(Yuanqing Yang) CEO는 라스베이거스의 거대 돔 공연장인 스피어에서 ‘모두를 위한 더 스마트한 AI(Smarter AI for All)’를 주제로 온디바이스 AI PC와 하이브리드 AI 전략을 발표한다.

CES 2026 기조연설을 맡은 리사 수 AMD CEO (출처 : AMD)

②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 진단을 넘어 치료와 생활 관리로

디지털 헬스 분야는 펜데믹 이후 비대면 진료의 확산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산업 영역이다. 최근 들어서는 AI 기술 발전에 힘입어 ‘정밀 치료’와 ‘일상적 관리’로 그 영역을 근본적으로 확장 중이다. 

과거 헬스케어 기기가 단순히 생체 신호를 측정하고 데이터를 보여주는 ‘모니터링’에 그쳤다면, 이제는 축적된 데이터를 AI가 분석,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하고, 병원 운영 효율화까지 지원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CTA 역시 주요 토픽(Featured Topics)으로 디지털 헬스를 선정, 주목하고 있다. CTA는 “AI와 사물인터넷(IoT), 원격의료가 의료 서비스 제공 방식을 재편할 것”이라며 “환자 치료 결과를 개선하며 의료 기관의 운영 효율성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헬스 분야는 이번 CES 2026 혁신상 36개 카테고리 중 두 번째로 많은 혁신상을 배출한 섹터이기도 하다. AI와 결합한 디지털 헬스 기술로 의료 비용을 절감하고, 고령화 사회 문제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 다수 전시될 것으로 예측된다. 

처방 디지털 치료제(PDT)의 확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약물처럼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가 보편화되고 있는 것. 기존 의약품과 디지털 솔루션을 결합해 복약 순응도를 높이고 치료 효과를 최적화하는 방식의 ‘소프트웨어 증강 약물’도 늘어나는 추세다. 

AI 기반의 MRI/PET 영상 분석 기술로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국 기업 ‘뉴로핏(Neurophet)’을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정 교수는 “미국은 치료와 운영 중심의 스케일업(Scale-up)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뛰어난 진단 및 센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실제 치료 및 병원 운영 서비스와 연결하는 비즈니스 모델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Digtital Health (출처 : CTA)

③차량 기술 및 첨단 모빌리티: SDV, 로보택시 현실로

모빌리티 산업은 CES2026에서도 핵심 축을 담당할 예정이다. 최근 몇 년 간 CES는 ‘라스베가스 모터쇼’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모빌리티 분야에 무게를 실어 왔으며 CES2022부터 새롭게 개장한 LVCC 웨스트홀(13만㎡ 규모)에서 주로 모빌리티 분야 전시를 진행해 왔다.  

전기차(EV)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글로벌 관세 전쟁이라는 거시경제적 악재 속에서도 모빌리티 산업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Software Defined Vehicle)’와 자율주행의 실질적 구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CES2026에서도 이런 변화를 목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는 2025년 3월 발표한 ‘뉴 CLA 클래스’를 통해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 MB.OS를 선보인 바 있다. 벤츠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 ‘오린’과 루미나(Luminar)의 라이다를 활용해 기술 확장에 나서고 있다. 

볼보(Volvo)는 플래그십 전기 SUV인 EX90을 통해 SDV 아키텍처를 구현하고 있다. 승용차보다 규제 장벽이 낮고 경제적 유인이 큰 트럭킹(Trucking) 분야에서 오로라(Aurora)가 무인트럭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구글 모회사 알파벳 산하 로보택시 기업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 도심 지역을 넘어 실리콘밸리 전역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 중이다. 웨이모는 LVCC 웨스트홀에 부스도 마련했다.

테슬라는 2026년 6월 로보택시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며 라스베이거스 지역에는 아마존 자회사인 죽스(Zoox)가 9월부터 무료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시험 주행하는 죽스 (출처 : zoox)

④로보틱스: ‘피지컬 AI’ 핵심… 산업 현장으로 진격하다

로보틱스 산업은 AI가 물리적 신체를 얻는 단계인 ‘피지컬 AI’의 결정체다. CES2026에서는 ‘비전 언어 행동(Vision-Language-Action, VLA)’ 모델의 적용 확대가 로보틱스 분야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이 모델이 적용된 로봇은 카메라로 사람의 눈(Vision)처럼 상황을 인식하고, 언어(Language)로 된 사람의 명령을 이해하며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행동(Action)을 수행할 수 있다. 

미리 프로그래밍된 반복 동작만 수행하는 게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빨간 사과를 집어서 오른쪽 바구니에 담아 줘” 같은 자연어 명령을 이해하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 현장에 보다 쉽게 투입할 수 있다. 

CTA에 따르면 로보틱스 카테고리의 혁신상 출품은 전년 대비 가장 큰 폭으로(32%) 증가했다. 이는 AI 붐이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 로봇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증거다. 

AI 기반 자율 이동 로봇 솔루션인 ‘스캔앤고(Scan&Go)’로 AI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두산로보틱스, 미국의 특수차량 제작회사 오시코시 코퍼레이션(Oshkosh Corporation) 자회사 JLG이 개발한 ‘붐 리프트 위드 로보틱 엔드 이펙터(Boom Lift with Robotic End Effector)’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의 현대차그룹도 로봇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CES2026에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가 참가해 로봇과 통합 열관리,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기술을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 특히 로봇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일반에 처음 공개될 가능성도 제기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기 구동 방식의 신형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출처 : 보스턴 다이내믹스)

⑤지속가능성과 인간 안보, 선택 아닌 필수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다섯 번째 분야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인간 안보(Human Security for All, HS4A)’다. 기후 위기, 에너지 부족, 식량 문제 같은 전 지구적 문제를 기술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과 인간 안보는 더 이상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차원의 구호가 아니라 기업의 존재 목적을 강화하고, 비즈니스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2023년 공개한 연례 서한에서 “환경 경찰이 되려는 것은 아니지만, 수년 동안 블랙록은 기후 위기를 투자 위기(risk)로 간주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밝히며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AI 기술의 발전은 개인 정보,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 가열과 지경학(무역, 금융, 자원을 무기 삼아 벌어지는 국가 간의 ‘파워 게임’을 분석하는 학문) 이슈 부상의 배경이 되고 있다. AI 시대에 지속가능성 및 인간 안보 문제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탄소 배출 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수소 에너지, 배터리 재사용 및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관련 전시도 활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트랙 위를 움직이는 날개를 활용해 전기를 일으키는 미국 풍력 스타트업 에어룸에너지(Airloom Energy)의 풍력 발전 시스템 ‘Airloom Energy Generation System’ 등이 이번 CES2026에서 지속가능성 분야 혁신상을 수상했고, AI와 IoT 기술을 활용해 화재 위험 요소를 탐지하는 ‘자율 소방로봇(Smart Firefighting Robot)’은 인간 안보 분야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정 교수는 “지속가능성은 친환경을 넘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비즈니스 핵심 요소가 됐다”며 “한국 기업들이 보유한 배터리, 수소, 에너지 솔루션 기술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어룸 에너지 풍력 발전 시스템 (출처 : Airloom Ener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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