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 다음주 ‘반도체 관세’ 예고... 세계 질서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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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5.08.05 10:29 PDT
트럼프 미 대통령, 다음주 ‘반도체 관세’ 예고... 세계 질서가 바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출처 : Youtube 캡처, 더밀크 편집)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인터뷰서 “반도체 관세 발표” 밝혀
어떻게 적용될까?... 작년 반도체 대미 수출액 14.8조원
리쇼어링 전략… 메모리 반도체, 한국·중국 생산 비중 커
의약품, 소액으로 시작... 최대 250% 부과 엄포
더밀크의 시각: 15% 부과 가닥?... 미국 빅테크도 영향

“반도체와 칩(semiconductors and chips)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해 온 대로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CNBC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품목별 관세 발표 예정 시한에 대해 “다음주 정도(within the next week or so)”라고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대상 품목으로는 반도체와 의약품을 지목했다. 

품목별 관세는 국가 간 상호관세와 별개로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세계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공급망적으로 매우 중요한 산업인 만큼 별도의 기준을 두기 위해서였다.

현재 미국은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50%의 품목 관세를 책정, 적용 중이다. 

한미 무역 협정 타결로 한국 대상 상호관세는 오는 7일부터(현지시각) 15% 세율로 적용되는 가운데, 자동차 품목 관세는 15%로 낮추기로 합의가 됐다. 향후 미국 정부가 지정한 날로부터 자동차 관세는 현재의 25%에서 15%로 10%포인트 낮아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CNBC의 전화 인터뷰 장면 (출처 : CNBC 캡처)

반도체 관세 어떻게 적용될까?... 관련 기업 타격 우려

트럼프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반도체와 의약품의 품목별 관세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관세 조사 대상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IT 제품군도 포함된다.

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회원국 간 무역에서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실제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되면 최초 사례가 된다. 현재 0%로 교역이 이뤄지던 가운데 부과되는 것이라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산업의 대미 수출액은 106억8000만달러(약 14조8100억원)로, 전체 수출 품목 중 3위에 해당한다.

그중 한국의 주력 반도체 수출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비율은 79%. 반도체 품목별 관세 적용으로 국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오를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삼성전자, 2위 SK하이닉스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품목별 관세를 매기는 이유에 대해 “그 품목을 미국에서 생산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의 경우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진 않았다. 의약품 품목 관세에 대해서는 “소액으로 출발한 후 1년에서 1년 반 후에는 최대 150%, 그다음에는 250%까지 인상하겠다”고 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 장면 (출처 : Treasury Secretary Scott Bessent X)

리쇼어링 전략… 메모리 반도체, 한국·중국 생산 비중 커

정부는 이번 한미 관세협상에서 “반도체와 의약품 등 향후 품목별 관세가 예정된 분야 역시 다른 국가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최혜국 대우를 해준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관세로 교역이 이뤄지던 상황과 비교하면 국가 경제와 해당 기업에 추가적인 허들이 생긴 상황. 

반도체와 공급망 질서에 정통한 궈밍치 홍콩 TF인터내셔널 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서 X를 통해 “다가올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정책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투자자들은 반도체 주식에 미칠 단기 리스크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처럼 미국의 관세 정책은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핵심 산업의 생산 시설을 자국 내로 되돌리려는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미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한 미국의 마이크론은 자국 내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 내 생산 시설이 완공 시 마이크론의 D램 40%가 미국 내에서 생산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첨단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로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피엣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다.

다만 한국 생산 비중이 약 70%에 달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갑자기 미국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도체 제조 라인 구축에는 대규모 자본, 기술,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전체 낸드플래시의 약 40%를,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서 D램의 약 40%를 생산 중이다.

엔비디아의 GPU 플랫폼 '블랙웰(Blackwell)' (출처 : GTC2024)

더밀크의 시각: 15% 부과 가닥?... 미국 빅테크도 영향

반도체 산업은 미국에서 설계하고 소재, 부품, 장비는 일본과 유럽에 의존하며 제조는 한국과 대만이 담당하는 등 여러 국가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산업이다. 품목 관세가 과도하게 부과될 경우 연쇄적인 생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도체가 들어가는 스마트폰, PC, 가전제품 등 소비재 제품의 가격 상승을 유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은 지난 1일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 미국에 수출하는 반도체 제품의 관세는 15%가 적용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료세이 경제재생상의 발언에 미뤄볼 때 최혜국 대우를 받는 한국 역시 반도체 제품 품목 관세로 15%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업계에서는 15%가 적용된다면 두 기업의 매출(2024년 매출 기준)이 약 2.6% 가량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은 미국 빅테크에도 결코 즐겁지 않은 변화다. 빅테크들이 AI 인프라 투자에 거액을 쏟아붓겠다고 밝힌 가운데, 데이터센터에는 HBM 같은 핵심 제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엔비디아가 가격을 인상하면 가격 인상의 부담이 결국 빅테크로 돌아가게 된다. 미국 기업들의 조정 요청이 있을 경우 일부 조정이 이뤄질 여지는 남아 있다.  

텍사스 테일러시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출처 : Sam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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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였던 한국, 그리고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WTO(세계무역기구) 체제 하에 확산된 자유무역, FTA(자유무역협정) 기반 수출 주도 성장이라는 질서가 붕괴, 새로운 질서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전 5년(2007~2011년) 연평균 대미 무역 수지는 93억달러였는데, 발효 후 10년(2012~2021) 연평균 대미 무역 수지는 193억달러로 2배 상승했다. 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 제품 품질 혁신, 장기적인 글로벌 공급망 조정 등이 절실해졌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금번 타결로 대미 수출의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지만, 글로벌 통상환경의 구조적 변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바,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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