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결합하라... 플랫폼·디지털트윈·로보틱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장기적인 비전은 범용인공지능(AGI) 구축”
CES2024서 어디에나 있는 AI 확인... 3대 영역으로 생태계 확장
흥미로운 AI 결합 사례는? 래빗 r1 초도 물량 1만대 매진
메타(페이스북 모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은 범용인공지능(AGI)을 구축하는 것입니다.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2024년 1월 18일(현지시각)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영상과 글을 통해 “현재 차세대 AI 모델인 라마3(Llama 3)를 훈련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챗GPT의 엔진 역할을 하는 대규모 언어모델(LLM) ‘GPT-4’와 필적할 만한 강력한 AI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AGI는 인간과 비슷한 수준, 혹은 인간을 뛰어넘은 인공지능을 뜻하는 용어다.
저커버그의 이 발언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오픈AI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최근 GPT-4 수준의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발표한 구글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졌다. 선두 기업의 질주를 그냥 앉아서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뉘앙스다.
저커버그 CEO는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 같은 새로운 AI 중심 컴퓨팅 기기를 개발하는 과정도 매우 흥미진진하다”며 “우리는 (AI 시대를) 이제 막 시작했다. 곧 더 많은 것들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했다.
저커버그 CEO의 발언은 가장 강력한 AI 모델, 이른바 AGI를 향한 빅테크들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신호다. 2022년 11월 30일 챗GPT의 출시로 촉발된 생성형 AI 혁명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메가 트렌드’라는 상징이기도 하다.
‘AI is everywhere’ 생태계 확장: 3대 영역은?
이번 CES 2024에서 AI가 가장 중요한 화두로 다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정 영역에 국한된 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으며 반도체, 로보틱스 같은 첨단 산업뿐 아니라 농업, 제조업 등 기존 산업에도 도입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CES 주관사인 CTA(전미소비자기술협회) 역시 이런 트렌드를 강조했다. CTA는 CES 2024 개막 직전인 7일(현지시각) 개최한 ‘테크 트렌드 투 워치’(Tech Trends to Watch) 행사에서 AI 생태계의 기반을 반도체와 센서, 데이터로 규정하고 이 두 가지를 토대로 AI 생태계가 확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확장 가능성이 큰 대표 분야로 CTA가 꼽은 세 가지는 플랫폼,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였다. 플랫폼은 LLM 등 생성형 AI 기술 자체를 제공, 사용자들이 텍스트 생성, 이미지 생성 등에 활용하도록 하는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 스타트업 마음AI(Maum.AI)다.
마음AI는 5개의 핵심 AI엔진(시각, 청각, 목소리, 얼굴, 자연어)과 28개의 모듈로 구성한 생성형 AI 플랫폼 ‘maum.ai’를 통해 다양한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에 맞춤형 AI 휴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콜센터 상담사, 뷰티 어시스턴트, 영어 튜터 등 41개 직업군에서 AI 휴먼이 활동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과 똑같은 가상 사물, 환경을 조성해 효율화 제고에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사물 인식, 물리 법칙 등이 적용된 환경을 시뮬레이션하고 분석, 연산하는 과정 등에서 AI 기술이 활용된다.
디지털 트윈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 업체는 독일 기술업체 지멘스다. 예컨대 지멘스가 제공하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활용하는 기업은 공장에 설치된 라인 설계 변경의 영향, 최적화 사용 시나리오 등을 가상으로 시연, 제품 개선 및 공정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다. 독일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은 디지털 트윈 기반 스마트공장으로 생산량을 15배 끌어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로보틱스 역시 AI 기술이 널리 활용되며 빠르게 성장 중인 분야다. 생성형 AI 모델로 로봇의 작동을 제어하기 위한 프로그래밍을 자연어로 대체하거나 사용자에게 보다 효과적인 사용 환경을 제안하기 위한 분석 등에 AI를 활용하는 식이다.
이번 CES 2024에서 주목 받은 위로보틱스도 AI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 중 하나였다. 위로보틱스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로봇을 연구하던 엔지니어들이 2021년 8월에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대표 제품인 웨어러블 로봇 ‘윔(WIM)’은 고령으로 인해 근력이 저하된 시니어나 질병 이후 보행운동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만성환자의 보행을 보조해 주는 로봇이다. 건강한 일반 사용자도 등산, 트래킹, 가벼운 조깅에서 개인용 모빌리티로 활용할 수 있다.
무게가 1.6㎏으로 타 보행보조로봇 대비 3∼5배 가볍고, 누구나 쉽게 착용이 가능해 CES 2024에 마련한 체험형 부스에 많은 관람객이 몰리기도 했다. 윔은 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보행 속도와 보폭, 균형도 등을 추정해 보행 능력을 점수화하고, 점수에 따라 어떤 모드로 사용해야 할지 추천해 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CES2024에서 발견한 다른 AI 결합 사례
CES2024에서 AI는 하나의 개별 카테고리가 아니었다. 많은 기업이 자사 제품에 AI가 적용됐다고 외치고 있었고, 프레스 컨퍼런스와 기조연설에서도 어김없이 기업의 미래 전략 중 하나로 AI란 단어가 등장했다.
예컨대 잔디깎기 회사 ‘그린웍스’는 주변 사물을 인식하는 비전 AI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제품 ‘AI코닉(AiConic)’을 전시하며 AI 기술력을 강조했고, 아마존웹서비스(AWS)와 BMW는 전시관에 ‘LLM 기반 자동차 전문가 챗봇(LLM-based car expert)’을 소개하는 배너를 세우기도 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음성으로 자신의 BMW 차량에 관해 질문하고 답을 얻을 수 있다.
영국 푸드테크 업체 ‘시어그릴(Seergrills)’은 자체 개발한 기기의 ‘AI 셰프’ 기능으로 2분 만에 최고 수준의 스테이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AI가 적당한 굽기를 위한 기기 작동 시간 등을 자동으로 제안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전자는 로봇, AI, 멀티모달(Multimodal, 다중모드) 기술을 통해 이동 및 학습과 이해, 대화 참여가 가능한 동반자 형태의 로봇 가사 도우미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Q9’을 전시했고, 삼성전자 역시 AI 기반으로 작동하며 반려동물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정용 로봇 ‘볼리(Ballie)’를 공개했다.
음성명령만으로 음식 주문, 차량 호출 등 여러 작업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AI 기기 ‘r1’을 공개한 스타트업 래빗(Rabbit)도 큰 화제가 됐다. 이 기기를 사용하면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말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r1은 공개 하루 만에 초도 물량 1만대가 매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