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파도를 타라. 카테고리 리더가 되라" 그러면 유니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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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5.04.27 15:15 PDT
"AI 파도를 타라. 카테고리 리더가 되라" 그러면 유니콘이 된다
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 (출처 : 더밀크 박원익)

[엘캠프 실리콘밸리] 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 강연
①5번째 파도 AI: 아마존·구글·메타·MS, 1년 288조원 투자
②AI 애플리케이션·도구에 기회… 한국, 상대적으로 뒤처져
③카테고리 리더=유니콘... 카테고리 리더 되는 5가지 방법

“큰 파도(big wave)는 많은 고객과 기회를 창출합니다. PC(개인용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에 이어 AI의 큰 파도가 몰려 오고 있습니다.”

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는 22일(현지시각)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된 ‘엘캠프 실리콘밸리 4기’ 강연에서 “지배적인 기업도 파도에 의해 파괴될 수 있다. 파도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엘켐프 실리콘밸리는 롯데벤처스와 더밀크가 함께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2021년부터 매년 국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엘캠프 실리콘밸리를 진행, 올해 4회를 맞이했다.

큰 변화의 파도를 제대로 읽지 못해 노키아, 인텔, AOL 같은 기업들이 주도적인 위치에서 밀려나고 말았다는 주장이다. 남 대표는 “1985년부터 기술 및 벤처투자 분야에 종사하며 많은 파도를 목격했다. 파도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CEO가 올바른 시장·제품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서핑 유니콘 (출처 : 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

남 대표는 하버드 대학교 응용수학과, 시카고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기업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2000년부터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스톰벤처스’를 공동 설립해 왕성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스톰벤처스가 투자한 회사 중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곳이 11개에 달한다. 

남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시종일관 파도를 읽고 그 흐름에 올라타 놀라운 성장을 만들어내는 ‘서핑 유니콘(Sufing Unicorn)’을 강조했다. 현재 올라타야 할 파도의 특징, 서핑 유니콘이 되는 방법 등 강연의 핵심 내용을 세 가지 주제로 정리했다.

①5번째 파도 AI: 아마존·구글·메타·MS, 1년 288조원 투자

주요 기술 웨이브 (출처 : Fundrise Proprietary Research, Bloomberg, 남태희 대표)

남 대표는 스톰벤처스가 클라우드 분야에 이어 AI 분야에 집중투자하고 있다고 밝히며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AI 위에 에이전트(agent, 대리인) 기반 워크플로우(workflow, 작업 흐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AI로 인한 워크플로우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인간은 AI의 결정을 검토하는 역할만 맡게 되는 파도가 다가오고 있다는 관측이다. 

남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4개 기업만 봐도 AI에 연간 200억달러(약 288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며 “여기에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더하면 실리콘밸리에서의 AI 분야 투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서는 AI 버블론도 나오지만, AI는 정말로 성장하기 시작했다”며 “기업 내부의 AI 수요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구글이 검색 사업을 AI 및 LLM(대규모 언어 모델)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검색 광고 등 기존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구글이 새로운 파도인 AI에 올라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외부 수요도 마찬가지다. 남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는 개발자를 AI로 대체하려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며 “커서(Cursor) 같은 AI 코딩 기업은 12개월 만에 1억 달러의 연간 반복 매출(ARR)을 달성했고, ‘인디드(Indeed)’의 구인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 프로그래머 수요가 크게 감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AI 코딩의 폭발적 성장과 프로그래머 구인 감소 현상 (출처 : 남태희 대표)

②AI 애플리케이션·도구에 기회… 한국, 상대적으로 뒤처져

거대한 AI의 파도 속에서 스톰벤처스가 구체적으로 투자하는 분야는 무엇일까. 

남 대표는 AI의 물결을 다섯 층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로 대표되는 ‘AI 기술’,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AI 인프라’, LLM을 비롯한 ‘AI 모델’, ‘AI 도구’, ‘AI 애플리케이션’이 그것이다. 

AI 기술 층에는 엔비디아, AMD, 인텔, 아마존(트레이니엄 등 자체 개발 반도체), 구글(TPU)이 있고, 그 위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클라우드(GCP)가 존재한다. AI 모델 층은 메타 라마, 딥시크 R1, 오픈AI GPT, 앤트로픽 클로드, 구글 제미나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남 대표는 “스톰벤처스는 AI 도구와 특히 AI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하고 있다”며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AI 중심으로 재작성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변화가 클라우드 전환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과거 기업이 자체적으로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던 ‘온프레미스’에서 ‘퍼블릭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처럼 클라우드에서 AI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AI Wave 세부 구분 (출처 : 남태희 대표)

그는 “앤트로픽, 오픈AI 같은 모델 회사들은 AI 코딩에 집중하면서 AI 애플리케이션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과 모델을 결합하는 전략”이라며 “이와 함께 미국에서는 AI를 추가하기 시작한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과 AI를 우선으로 한 신규 기업 간의 경쟁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한국은 이런 변화의 물결에 대한 대응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 대표는 “한국은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추진됐던 클라우드 산업이 상대적으로 덜 발전한 까닭에 클라우드 이후 AI 흐름에서도 뒤처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AI 애플리케이션 투자 측면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AI 모델에 포함돼 무료로 제공되는 기능”이라며 “경쟁사가 무료로 제품을 제공하면 스타트업이 경쟁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③카테고리 리더=유니콘... 카테고리 리더 되는 5가지 방법

남 대표는 비즈니스 및 제품 ‘카테고리(category, 범주)’도 강조했다. 고객이 특정 기업, 제품을 이해하는데 카테고리가 도움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예컨대 채용 및 인력 관리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카테고리 ‘HR SaaS’ 분야에는 링크드인, 인디드 같은 수많은 기업들이 있다. 고객은 이런 특정 카테고리에 속한 기업들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 이용하게 된다.

남 대표는 “고객이 모든 기업과 만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카테고리 리더가 될 필요가 있다”며 “카테고리 리더는 해당 카테고리에서 최고의 제품과 가장 많은 매출을 가진 회사”라고 설명했다. 

카테고리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요건 (출처 : 남태희 대표)

그는 이어 “VC 역시 카테고리 리더를 좋아한다. 이런 기업들이 유니콘이 되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 수도 있지만, 이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든다”고 했다.

남 대표는 카테고리 리더가 되기 위한 5가지 방법으로 △카테고리 리더를 인식 △빠르고 효율적인 고객 확보 △추가 투자 △더 큰 성장을 위한 최고의 인재 채용 △예측·확장·반복 가능한 시장 진출(GTM)을 제시했다. 

그는 “유니콘은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하지만, 핵심 요소는 카테고리 리더가 되는 것”이라며 “카테고리 리더가 되면 연 반복 매출(ARR)이 1억 달러를 초과하게 된다. ‘서핑 유니콘’이 되어 파도를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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