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갈비를 미 뉴욕 최고 스테이크 하우스로.. 꽃 COTE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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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5.06.29 05:40 PDT
K 갈비를 미 뉴욕 최고 스테이크 하우스로.. 꽃 COTE의 비밀
꽃 COTE을 창업한 김시준(Simon Kim) 대표. (출처 : COTE)

김시준 대표가 보는 K푸드의 미래
꽃 COTE은 어떻게 한식을 넘어 뉴욕 대표 스테이크가 됐나?
미국서 K푸드 열풍의 이유는? 지정학적 기회 + 세대 교체 = 지금이 타이밍
K푸드의 미래, 세분화와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가 관건... 본질은 두고 ‘문화의 언어’를 바꿔라

뉴욕 웨스트 22 스트리트 16번지. 플래티론 디스트릭트(Flatiron District) 꽃(COTE)이 있는 곳이다. 이 레스토랑은 한국식 바베큐 레스토랑으로는 유일하게 미슐랭 스타를 받은 곳이다. 지금은 한식을 넘어 뉴욕을 대표하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이 됐다. 뉴욕 맨해튼은 '스테이크'로 유명한 지역이다. '뉴욕 스테이크'라는 대명사가 있을 정도다. 뉴욕에서 전통의 스테이크집은 차고 넘친다. 여기에서 한국식 BBQ로 '스테이크 명소'가 됐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어떻게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 등 유명인이 찾는 뉴욕의 대표 레스토랑이 됐을까?

지난 5월 더밀크는 꽃(COTE)의 뉴욕 본사에서 김시준(Simon Kim) 대표로 부터 비결을 들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미국에 불고 있는 한식 열풍의 실체와 K 푸드의 미래에 대해 인사이트를 전했다.

COTE는 한국어로 '꽃'을 의미한다. 꽃, 개화, 아름다움, 본질 등의 뜻을 담고 있다. 프랑스어로 COTE(꼬떼) 는 영어의 갈비(rib)과 같은 뜻이다. 한 단어에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의 의미를 담았다. 단순한 이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재미교포 김시준 대표가 고국에 대한 사랑과 미국 스테이크하우스에 대한 존경심, 프랑스 음식의 자부심을 결합해 만든 곳이기 때문이다.

김시준 대표는 꽃(COTE)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지었을까? 김 대표는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일찍 미국으로 건너와 어릴 때부터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미국 친구들은 나를 아시안계로 봤고 한국 친구들은 미국 사람으로 봤다. 이런 정체성 혼란은 교포 1.5세나 2세들이 흔히 겪는 일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체성 혼란이 창의적 아이디어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꽃(COTE) 레스토랑 입구에 있는 어워드. (출처 : 더밀크 (손재권))

한식당 '꽃'이 미국의 대표 스테이크 레스토랑이 되기 까지

꽃(COTE)은 단순히 한국 바베큐와 미국 스테이크하우스를 섞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인이 만든 고유의 한국식 BBQ가 있으면 미국식 스테이크하우스도 있어야 된다"는 철학에서 출발,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했다.

고기를 구워주는 불판, 드라이에이징된 고급 소고기, 그리고 전통 와인 페어링이 접목된 코리안 스테이크하우스는 단순한 요리 공간이 아닌 새로운 문화의 장르로 자리매김했다.다양한 음식을 섞는다는 퓨전 음식이라고 하기엔 범주가 좁다. 한식 BBQ도 아닌, 미국식 스테이크도 아닌, 온전한 꽃(COTE)의 음식이다.

김 대표는 "보통 CEO 등 C레벨들이 회식을 할 때 스테이크하우스를 가는 문화가 있습니다. 프렌치에 브라세리가 있다면, 코리안도 바베큐 말고 스테이크하우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국 음식도 격식 있는 비즈니스 미팅 장소로 인식될 수 있도록 포지셔닝을 바꾼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봅니다"고 말했다.

꽃에 들어가면 놀라는게 되는 것이 어둡고 무드 있는 분위기인데 시끄러운 클럽 음악이 틀어져 있어서 매우 힙(HIP)한 느낌을 받는다. 얼핏 보면 '고기집'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하지만 조금만 둘러보면 레스토랑 내부에 유리로 된 숙성실이 있어 미국 와규와 USDA 프라임 비프가 진열 돼 있어서 이 곳이 고기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분위기는 완전히 뉴욕 한복판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이지만 꽃이 '한식 BBQ 레스토랑' 이라는 정체성을 갖는 것은 테이블 시스템이다. 각 테이블에 무연 그릴이 설치 돼 있어 서버가 직접 고기를 구워주고 서빙한다. 스테이크 하우스는 서버가 한번 서빙하면 그 다음은 온전히 손님 몫이다. 하지만 꽃은 요리가 바뀔 때마다 직접 구워주고 서빙을 해준다. 한식 고깃집의 편안함과 미국 스테이크하우스의 서비스를 결합한 것이다.

김 대표는 ‘꽃(COTE)’이라는 브랜드로 한국식 고깃집 문화를 비즈니스 회식이 가능한 격식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김시준 대표는 "이 것은 벤츠와 같습니다. 기존 스테이크 하우스는 커다란 스테이크를 받는 순간 새 벤츠를 받는 느낌이 들죠. 딱 나오면 차가 너무 좋은데 나오는 순간부터 가격이 떨어지잖아요. 하지만 꽃에서는 그릴 테이블 덕분에 스텝 하나하나가 그 세차를 받는 기분이 듭니다. 고기가 계속해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입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첫 방문객들에게는 '부처스 피스트(Butcher's Feast)'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부처스 피스트는 다양한 부위의 소고기, 계란 수플레, 그리고 테이블을 가득 채울 만큼의 반찬들로 구성된다.

김시준 대표는 '음양 철학'을 소개했다. 미국은 '고기와 고기'인 반면 한국식 접근법은 "고기와 채소"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스테이크 하우스는 일주일에 한 번 가면 굉장히 더부룩하지만 꽃은 3일 정도 식사를 해도 뭐 내일 또 먹으면 먹지하게 된다. 이 것이 편안함을 제공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꽃은 뉴욕에서도 예약하기 어렵다는 소문난 식당이다. 뉴욕에서 미슐랭 1스타를 받은데 이어 지난 2021년 2월, 마이애미 디자인 디스트릭트에 두 번째 지점을 오픈했는데 2022년에는 마이애미 점도 미슐랭 스타를 획득했다. 이는 꽃의 컨셉이 뉴욕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보편적 매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하지만 김 대표는 미슐랭 스타에 대해 냉정한 시각을 보였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운영 시절 미슐랭 스타를 받았지만 경영난으로 폐업했던 경험은 김 대표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저도 한때는 미슐랭 스타를 받기 위해 엄청 노력했습니다. 그게 전부인줄 알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요하지 않다라는 확실한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미슐랭은 너무나 중요하죠. 받으면 굉장히 큰 혜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슐랭의 저주란 것도 있습니다. 미슐랭을 유지하려다 본질을 잃게 되는 레스토랑이 많았습니다. 스타를 쫓는 것보다는 진짜로 제가 하고 싶은 거를 즐겁고 제일 잘 했을 때 받으면 좋고 안 받아도 많은 손님들이 좋아해 주신다라는 게 특별한 것입니다"고 말했다.

그는 레스토랑 비즈니스에서 미슐랭 스타보다 중요한 가치를 이렇게 정리한다.

“지속 가능한 수익, 직원과의 상생, 손님과의 관계, 그리고 문화적 해석력”

K푸드 열풍의 이유는? 지정학적 기회 + 세대 교체 = 지금이 타이밍

미국에서 K 푸드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김시준 대표가 보는 K 푸드의 현재는 어떨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지속될 수 있을까?

우선 "언론에서는 미국, 특히 뉴욕에서 한국음식이 인기라고 하는데 정말인가? 꽃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는 느낌은 어떤가?"고 물었다.

김 대표는 "100% 있습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모든 미슐랭 스타 셰프들하고, 뉴욕에서 지금 제일 원로 쉐프 분들하고도 대화를 해도 지금 코리안이 지금 대세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일본인들의 텃세가 심했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모임에서도 이제는 솔직히 완전 한국 사람들이 제일 활동적이다"며 뉴욕 레스토랑 업계 및 글로벌 톱 쉐프 사이에 느끼는 현장의 변화를 생생하게 전했다.

김 대표는 K푸드 열풍의 배경에 흥미로운 지정학적 분석을 제시했다. 그는 "원래는 제가 봤을 때는 일본이 재미있었고 한국이 재미있었고 그다음에 중국이 정말 재미있다고 왜냐하면 워낙 콘텐츠가 많잖아요. 근데 거기서 확 끊어져 버린 것 같아요"라며 미중 갈등으로 인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없게 된 관심이 한국에 머물게 됐다고 분석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1.5세대, 2세대 한국 셰프들과 글로벌 투자자들이 치고 올라왔다.

이어 "일본 음식은 오래전부터 미국에 왔던 국가고 근데 이제 한국이 타이밍 맞춰 한국 셰프들과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현재의 붐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K팝, K뷰티, K드라마 등 ‘K’로 묶이는 문화 콘텐츠의 확장성은 그 타이밍을 뒷받침했다.

“우리가 그 자리를 운 좋게, 그러나 단단하게 잡은 거죠.”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다녀간 '꽃(COTE)'. 유명인들이 많이 찾는 뉴욕의 대표 레스토랑 중 하나다. (출처 : 더밀크 (손재권))

K푸드의 미래, 세분화와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가 관건

김시준 대표가 보는 K 푸드의 미래는 어떨까? 그는 K푸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지금 있는 플레이어들이 쉽게 생각을 하고 들어와서 많이 망한다면 쉽게 열풍이 사그라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희망적인 전망도 제시했다. 김시준 대표는 "제대로 투자하고 제대로 생각하고 오랫동안 준비했던 좋은 콘텐츠들이 지금처럼 많아진다면 계속 두터워지고 있는 이탈리아 음식처럼 더 자리매김을 할 수 있지 않을까"고 기대했다.

특히 그는 한국 음식의 세분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K 푸드는 좀 더 세분화가 될 수 있다. 예를들어 통칭 코리안 푸드가 아니라 전라도 음식이나 무슨 이북 음식이나 제주 음식 등 지역별 특색을 살린 다양한 컨셉이 나올 것이다"고 예상했다.

그 근거로 "미국 손님들 중에서도 좀 먹을 줄 아는 분들은 아 이게 평양식 코리안이냐. 남도식 코리안이냐고 묻는 분들이 있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이런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K 푸드가 미국에서 세분화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꽃의 외형만 보면 여기가 한식 레스토랑인지 눈치챌 수 없다. 드라이 에이징 시설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출처 : 더밀크(손재권))

K푸드의 지속가능성, ‘문화의 언어’를 바꿔라

“대한민국 문화는 대단해요. 현지화를 잘하면 기회는 무궁무진합니다.”

김 대표가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성공 전략은 역시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다. 사례로 '계란찜'을 들었다. 김 대표는 계란찜을 ‘스팀드 에그(steamed egg)’ 대신 ‘세이보리 에그 수플레(savory egg soufflé)’로 재해석해 메뉴에 올렸다.

수플레는 밀가루, 달걀, 버터 등으로 만든 반죽을 오븐에서 부풀려 구운 요리 또는 과자다. 여기에 치즈, 허브, 고기 등을 넣어 만든 것이 세이보리 수플레. 전형적인 프랑스식 디저트 요리인 것. 김 대표는 계란찜의 부풀어 오르는 것과 치즈 맛이 나는 식감이 마치 수플레 같아서 계란찜을 세이보리 수플레로 재정의했다. 한식 요리에서 계란찜은 부담없는 전식이나 후식 등으로 나오는데 이 것도 마치 디저트와 같을 수 있기에 차용한 것이다.

계란찜을 '코리안 스팀드 에그(Korean Steamed Egg, Gyeran-jjim)'으로 메뉴에 내놓는 것과 '세이보리 에그 수플레(Savory Egg Soufflé)'로 내놓는 것은 어감 뿐 아니라 서빙을 받는 손님들이 느끼는 경험이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인의 관점에서 고급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언어와 비주얼로 음식의 본질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현지인의 감성에 맞게 바꾼 것이다.

김 대표는 "음식을 바꾸지 말고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바꿔야 해요. 그게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입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인가 고급스럽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한국 음식을 현지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포장하되,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의 문화가 얼마나 대단하고 그리고 그거를 잘 로컬화만 잘 할 수 있다면 정말로 무궁무진한 어떤 기회가 있지 않나"라며 한국 문화 전반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보였다.

K 푸드의 미래는 음식 그 자체가 아닌 음식을 바라보는 ‘문화적 언어’를 바꾸는 데 달려 있다. K푸드 열풍이 단순한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려면 김시준 대표가 제시한 '본질은 유지하되 현지화된 해석'이라는 균형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꽃(COTE)은 그 실험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이며 앞으로 K푸드가 이탈리안, 프렌치, 제패니즈를 넘어 또 하나의 세계적 미식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이제 우리가 그 해석을 어떻게 이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이 것은 K푸드 뿐 아니라 K뷰티, K영화, 드라마 등 모든 분야에 해당하는 조언이기도 하다.

누가봐도 계란찜이다. 꽃의 김시준 대표는 ‘스팀드 에그(steamed egg)’ 대신 ‘세이보리 수플레(savory soufflé)’로 재해석해 메뉴에 올렸다. K 푸드의 미래는 음식 그 자체가 아닌 음식을 바라보는 ‘문화적 언어’를 바꾸는 데 달렸다. K푸드 열풍이 단순한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려면 김시준 대표가 제시한 '본질은 유지하되 현지화된 해석'이라는 균형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출처 : 더밀크 (손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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