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스랩, AI 안경 '에이아이눈'... 빅테크에 도전장.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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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5.03.31 02:23 PDT
시어스랩, AI 안경 '에이아이눈'... 빅테크에 도전장. 의미는?
시어스랩의 웨어러블 AI 기기 '에이아이눈' (출처 : 시어스랩)

[AI 에이전트 시대] AI 안경 본격 등장
시어스랩, AI 안경 '에이아이눈' 사전 예약판매 돌입... 한국 기업으로선 최초
자연어로 질문하거나 명령하면 기기의 카메라로 주변 시각 정보를 분석, 즉각 답변
메타, 구글 등 빅테크 기업 및 중국 기업들에 본격 도전장

미디어 테크 기업 시어스랩(대표 정진욱)이 웨어러블 AI 스마트 안경 '에이아이눈(AInoon)'의 사전 예약 판매를 시작한다고 31일 밝혔다.

시어스랩의 에이아이눈은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AI 디바이스로,실시간 시각 정보 인식과 AI 기반 음성 대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 속 멀티미디어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이다. 에이아이눈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가 자연어로 질문하거나 명령하면 기기의 카메라로 주변 시각 정보를 분석해 즉각적인 AI 답변을 음성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45g의 가벼운 무게와 일반 안경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착용이 편안하며 1600만 화소 카메라를 내장, 풀HD(1080p) 사진 촬영 및 영상 녹화가 가능하다. 또 고출력 오픈이어 스피커를 내장, 음악 감상뿐만 아니라 전화 수신 및 통화도 가능하다.

에이아이눈은 스마트폰을 들지 않는 상황에서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실제 헬스장에서 운동기구를 바라보며 "이 기구 사용법 알려줘"라고 말하면 사용법을 상세히 설명해 주고 해외여행 중 외국어 간판이나 메뉴 등을 실시간으로 번역하여 음성으로 안내한다. 여가, 업무, 여행, 요리, 운동 등 일상의 다양한 순간에 AI 어시스턴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에이아이눈은 3월 31일부터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 판매를 시작한다. 뿔테와 하금테 각각 2가지 스타일로 총 4개 제품이 출시된다. 가격은 한 달간 15% 할인된 22만 9000원(정상 소비자가: 27만원)부터 책정됐으며 오는 7월부터 제품 수령이 가능하다. 5월부터는 약 20개국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판매를 시작하며, 연말까지 전 세계 주요 마켓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는 “에이아이눈은 한국 개발사의 제품인 만큼 한국어를 완벽히 지원하는 한국인에게 편한 기기다. 누구나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AI 기능이 있음에도 고급 안경테 수준 정도의 가격을 책정, 소비자들에게 AI를 일상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예약판매 15% 할인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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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스랩이 12일 서울 강남구 소재 씨스퀘어에서 '인스파이어 데이' 행사에서 AI 글래스 '에이아이눈'을 소개하는 정진욱 대표. (출처 : 시어스랩)

글로벌 AI 웨어러블 시장 '각축전'

시어스랩의 에이아이눈은 한국 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글로벌 시장에 본격 도전장을 내민 제품이다. 이 시장은 미국과 중국 기업이 시장을 선도해왔다.

글로벌 AI 웨어러블 시장은 이미 여러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메타(구 페이스북)는 지난 2023년 9월 레이밴과 협력 '레이벤 메타 스마트 안경(Ray-Ban Meta Smart Glasses)'를 출시했으며, 2024년 초 메타 AI를 통합한 업데이트를 통해 생성형 AI 기능을 강화한 바 있다. 사진 촬영, 음악 재생, 통화 기능과 함께 AI 비서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나 가격대는 약 45만 원으로 시어스랩의 에이아이눈의 두배다.

애플은 2024년 초 비전 프로(Vision Pro) 출시 후 AR 글래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시리(Siri)의 AI 기능을 강화한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지난 2024년 구글 I/O에서 새로운 AI 웨어러블 기기 '프로젝트 아스트라(Project Astra)’를 발표한 바 있다.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Gemini)’의 최신 버전으로 구동되는 멀티모달 AI 기기인 프로젝트 아스트라는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처리하여 명령을 수행하며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사물을 분석해 음성 명령에 응답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올해(2025년) 구글I/O에서 대대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이 오는 ‘2029년까지 글로벌 웨어러블 AI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웨어러블 AI 기기 시장제품은 2029년까지 연평균 17.2% 성장, 2024년 627억 달러였던 시장 규모는 오는 2029년엔 1,385억 달러(약 204조 105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 규모에는 스마트워치, 피트니스 트래커, AR/VR 헤드셋, 웨어러블 카메라 등 기기와 가전, 헬스케어 등 어플리케이션 등이 포함 돼 있다.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AI 스마트 안경 부문은 2024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성장, 올해는 전체 AI 웨어러블 시장의 약 1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에지 컴퓨팅 기술의 발달로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복잡한 AI 처리가 가능해지면서 사용자 경험이 크게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기술의 발전으로 웨어러블 기기의 사용 시간이 연장되고, 5G/6G 네트워크의 보급으로 실시간 데이터 처리 능력이 향상되어 AI 웨어러블 기기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확산의 원인이다.

시어스랩의 에이아이눈은 한국 기업이 개발한 최초의 AI 스마트 안경으로, 국내 AI 웨어러블 시장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어스랩은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 대비 절반 가격의 가격 경쟁력, 한국 개발사 로서 한국어를 지원하는 현지화 강점, AR 및 AI 분야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기술력이라는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제한적인 배터리 용량, 카메라가 장착된 안경형 디바이스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과 프라이버시 문제, 애플, 구글, 메타 등 대형 테크 기업들과의 기술 및 마케팅 경쟁이라는 도전 과제도 있다.

향후 AI 웨어러블 시장은 단순한 기능 제공을 넘어 개인화된 AI 경험과 특화된 서비스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어스랩이 구상하는 다양한 분야별 특화 서비스의 개발과 서드파티 개발자 생태계 구축은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것으로 성공적으로 실행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는 "한국은 다양한 AI 디바이스의 대중화를 이끌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높은 수용성과 적극적인 피드백은 제품 개선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보다 선제적으로 출시, 이 분야를 선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시어스랩의 웨어러블 AI 기기 '에이아이눈' (출처 : 시어스랩)

물리AI 시대 데이터 수집 디바이스로 진화 가능성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이 AI 웨어러블 안경 기술 개발 및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이유는 따로 있다. 시어스랩의 '에이아이눈(AInoon)'과 같은 AI 웨어러블 안경은 현재 소비자들에게 편리한 AI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러한 기기들은 물리 AI(Physical AI) 시대의 핵심 데이터 수집 도구로서 훨씬 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

물리 AI는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의 경계를 허물고 실시간으로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서 더 깊은 AI 응용을 가능하게 하는 개념이다. AI 웨어러블 안경이 이러한 물리 AI 시대의 데이터 수집기기로서 큰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향후에 더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메타는 지난해 10월 개최한 '메타 커넥트'에서 AI 안경 '오라이언'을 공개하고 마크 저커버그 CEO가 "오라이언은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컴퓨팅 디바이스가 될 것”이다"고 선언한 바 있다.

여기엔 3가지 배경이 있다.

1. 일인칭 시각 데이터 수집 혁명

AI 웨어러블 안경이 미래에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이유는 바로 '물리 데이터' 때문이다.

테슬라가 물리AI 시대에 '넘사벽'이 되고 있는 이유는 테슬라의 FSD 기능이 그동안 실제 도로를 운전하며 가장 많은 '실도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도로'가 아닌 실제 생활에서는 '안경'만큼 확실한 '데이터 수집' 기기는 없다.

특히 사용자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인칭 시각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쇼핑을 하는 동안 어떤 상품에 시선을 두고 얼마나 오래 바라보는지, 거리를 걸을 때 어떤 광고에 주목하는지, 또는 작업을 수행할 때 어떤 순서로 물체를 조작하는지 등의 자연스러운 행동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고정된 카메라나 스마트폰과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데이터 수집 방식이다.

이러한 일인칭 시각 데이터는 인간의 시각적 주의(visual attention)와 관심사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담고 있어서 AI 시스템이 인간의 의도와 선호도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데이터는 바로 '휴머노이드'에 학습 데이터로 쓰인다.

AI 웨어러블 안경은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AI 모델을 훈련시키기 위한 실생활 데이터 소스가 된다. 현재 대부분의 강화학습은 시뮬레이션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는 실제 물리적 세계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AI 웨어러블 안경을 통해 수집된 실생활 데이터는 인간이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풍부한 예시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모방 학습(imitation learning)이나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RLHF, 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에 활용 돼 AI 시스템이 더 인간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행동하도록 훈련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시어스랩의 에이아이눈과 같은 기기가 대중화된다면, 수많은 사용자로부터 일상생활의 다양한 상황에서 대규모 시각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돼 인간의 행동과 환경 인식에 관한 전례 없는 데이터셋을 구축하게 된다.

2. 멀티모달 데이터 수집

현재 AI 웨어러블 안경은 시각 정보와 음성 명령을 주로 다루지만, 향후 기술 발전에 따라 더 다양한 센서가 추가될 예정이다. 사용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추적하는 아이트래킹(eye-tracking) 센서, 주변 환경의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는 환경 센서,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 심지어 사용자의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는 센서 등이 통합된다.

멀티모달 데이터 수집 능력은 물리 AI가 단순한 시각 인식을 넘어 사용자의 상태, 의도, 환경 맥락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예를 들어 시각 데이터와 생체 신호를 결합해서 사용자가 특정 물체나 상황에 어떤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지 분석할 수 있으며, 이는 감정 컴퓨팅(affective computing)이나 사용자 경험 최적화 등의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의료, 교육, 산업 안전, 응급 구조 등 특수 분야에서 AI 웨어러블 안경은 전문가 시점에서 귀중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 외과의사가 수술 중 AI 웨어러블 안경을 착용한다면, 다양한 수술 상황과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으며, 이는 의료 AI 시스템 개발이나 의학 교육에 활용될 수 있다.

또 산업 현장에서 숙련된 기술자의 작업 과정을 기록하면, 암묵지(tacit knowledge)를 디지털화하고 AI 시스템이 이를 학습하게 해서 기술 전수와 자동화를 동시에 촉진할 수 있다. 이처럼 특수 분야에서의 전문가 데이터 수집은 물리 AI가 다양한 전문 영역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기본 장치가 된다. 이는 스마트폰이 할 수 없는 영역이다.

3. 상황 인식(Context-Aware) AI 개발

AI 웨어러블 안경은 사용자가 처한 상황과 맥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이해하는 상황 인식(Context-Aware) AI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AI는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입력한 데이터에 기반하여 작동하지만 웨어러블 안경을 통해 수집된 풍부한 맥락 정보는 사용자가 별도의 입력을 하지 않아도 AI가 상황을 이해하고 선제적으로 도움을 준다.

사용자가 주방에서 요리 재료를 보고 있을 때 AI가 자동으로 이를 인식하여 적합한 레시피를 추천하거나 박물관에서 특정 전시물을 바라볼 때 관련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등의 상황 인식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 인식 AI는 사용자의 일상 활동에 자연스럽게 통합 돼 인간과 AI의 상호작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결국 관건은 프라이버시

그러나 AI 웨어러블 안경의 데이터 수집 잠재력은 이미 검증되고 있지만 상용화되지 않는 이유는 '기술' 때문이 아니라 프라이버시와 윤리적 문제 등 '사회적 수용도' 때문이란 분석이다.

웨어러블 AI 기기가 지속적으로 주변 환경을 촬영하고 분석한다면, 사용자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기기들이 데이터 수집 기기로 활용될 경우, 강력한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와 투명한 데이터 사용 정책이 필수적이다.

데이터 수집 시 사용자의 명시적 동의, 주변인의 얼굴 자동 블러 처리, 프라이빗한 공간에서의 자동 촬영 중지, 데이터의 익명화 처리 등의 기술적, 정책적 안전장치가 구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수집된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투명성도 확보되어야 물리 AI 시대의 데이터 수집 도구로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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