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당신만의 잔치를 벗어나라
부테린 “탈중앙화...다수결이 맞는건가?”
광고・구독 넘어선 미디어 수익 모델, 웹3로 가능할까
크립토만의 비즈니스, 온체인 데이터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8월 비가 세차게 내렸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괜찮으신가요?
저는 최근 한국에서 열린 블록체인 컨퍼런스 ‘비들아시아2022’와 블록체인 개발자 행사 ‘이드서울’,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2022’에 다녀왔습니다. 코로나19로 모든 오프라인 행사가 중단된 후 2년만이었는데요, 오랜만에 간 행사장에는 ‘매진’이라는 말에 걸맞게 많은 사람들과 이더리움, 솔라나, 폴리곤 등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들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세션에 참가하고 사람들을 만나니 깊은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과연 2년 전에 비해 산업은 성숙했을까? 암호화폐는 여전히 쓰기 불편합니다. 프라이빗키, 시드문구 등…용어도 너무 어렵습니다.
많은 프로젝트들이 "인터넷 혁명이다. 기존의 불편한 점을 이렇게 해결하겠다"고 외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이 서비스를 왜 써야 하는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세상을 바꾸는 프로젝트라고 외쳐도 그래서 "가격이 얼만데?"란 말로 관심이 수렴됩니다.
특히 암호화폐 산업 자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듯 보입니다. '민주화'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폐쇄적 의사결정(거버넌스) 구조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 테라스테이블코인(UST)이 미국 달러화와 가치 연동이 깨졌을 때, 중요한 의사결정은 커뮤니티가 아닌 권도형 창업자와 대형 밸리데이터(위임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졌습니다. 솔라나 블록체인 기반 월렛이 해킹당하는 과정에서는 지갑 업체 슬로프가 중앙 서버에 사용자들의 프라이빗키를 보관했던 행태가 드러났습니다. 개발자, 사업개발담당, 창업자 등 여러 부류의 인사에게 확인한 결과 이는 ‘백업을 위한 관행’이었지만 ‘그러면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블록체인 산업이 '스케일' 하기 위해선 대중화는 필수입니다. 블록체인∙암호화폐(혹은 웹3) 업계는 ‘회사를 탈중앙화해 사용자들에게 이익을 준다’고 말하지만, 뜯어보면 아직 기존 산업의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탈중앙화로 가는 게 맞냐’는 논의를 제쳐 두고서라도, 지금 탈중앙화 서비스로 사용자에게 비용을 받겠다고 하면 그것도 탈중앙화 해야 하는 것이죠. 그렇지 않다면 각종 사기로 돈을 벌려는 사업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부테린 “탈중앙화...다수결이 맞는건가?"
이더리움(Ethereum) 블록체인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도 이 같은 산업의 탈중앙화에 대해 반성의 목소리를 내놨습니다. 부테릭이 만든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현재 가장 많은 ‘댑(DApp)’이 구동되고 있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입니다. 댑은 우리가 핸드폰에서 쓰는 앱에 스마트계약이라는 기술을 적용, 서비스 운영방식을 자동화, 탈중앙화한 앱입니다. 이 이더리움 기반 댑 안에서 거래는 시가총액 2위 암호화폐 이더리움(ETH)으로 이뤄집니다.
부테린은 댑 서비스가 의사결정을 탈중앙화하는 과정에서 ‘다수결’이 과연 옳은 방향이냐는 철학적인 고민을 내놨습니다. 그는 비들아시아 2022에서 “탈중앙 서비스에서는 중앙에서 한 명이 의사결정권을 갖는게 아니라 수천, 수만명이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이때 그룹이 형성되고 사람들이 모이면 결국 머릿수가 많은 쪽의 소리가 커지고 잘못된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더밀크 송이라 기자가 그의 고민과 함께 환경∙사회∙거버넌스(ESG)라는 큰 투자 흐름에 발맞춰 이더리움이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광고・구독 넘어선 미디어 수익 모델, 웹3로 가능
업계의 탈중앙화에 대한 고민은 계속 이어집니다. 이 고민은 새로운 사업모델로도 나옵니다. 웹3 미디어 플랫폼 미러(Mirror)는 웹3 콘셉과 창작자 경제(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플랫폼을 결합한 사업모델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미러는 서브스택, 네이버 블로그, 미디엄 등과 같은 일종의 글쓰기 플랫폼이지만,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 만들어진 플랫폼입니다. 미러가 굳이 블록체인 기술로 미디어 플랫폼을 새로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크리에이터의 수익모델 다각화에 있습니다. 크리에이터는 현재 크게 광고와 구독으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미러는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 크라우드펀딩, 팁, NFT(대체불가능토큰) 발행 등으로 새로운 판을 짜고 있습니다.
새로운 크리에이터 수익모델과 함께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기존 미디어 플랫폼에서 일어나고 있는 ‘콘텐츠 검열 or 관리’ 논란을 미러는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지, 이들이 웹3 미디어 플랫폼을 넘어서 이후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더밀크가 그레이엄 보이 공동창업자∙CTO를 직접 만나 물어봤습니다.
크립토 특유 비즈니스, 온체인 데이터
암호화폐 업계의 지상과제는 ‘크립토 대중화(Mass Adoption)’입니다. 일부 투자자와 업계 종사자들을 넘어서 일반인과 전통 금융권으로 서비스 사용자가 확대되려면 크립토를 쉽게 만드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입니다. 이때 알렉스 스바네빅(Alex Svanevik) 난센(Nansen) 대표(CEO)는 KBW2020 행사에서 ‘온체인 데이터’가 금융정보와 교육의 측면에서 크립토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온체인 데이터란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등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올라온 데이터를 말합니다. 현재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투자를 판단할 때 전통 금융시장에 비해 정보가 현저히 부족한데, 이때 온체인 데이터가 이 문제의 일부를 해결, 암호화폐가 투자자산으로 기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더밀크에서 알렉스 스바네빅 난센 대표를 만나 암호화폐 온체인 데이터 시장의 가능성과 과제를 알아봤습니다.
모든 신산업이 그렇듯,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은 ‘아는 사람’과 일반인 간 정보의 비대칭이 높습니다. 안 그래도 어려운 기술들에 복잡한 금융, 거버넌스 등 개념이 만나 이 둘 사이를 더 갈라놓습니다.
이때문에 일반인들은 투자를 판단할 때 여전히 ‘사짜(사기꾼)’를 구분하기 어렵고, 업계는 채용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실제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복수의 인사들은 “요즘 사람 뽑기 너무 어렵다”면서 “예전에는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코인공개(ICO)나 이더리움만 따라가면 됐지만, 이제는 레이어2, DAO(다오), NFT(대체불가능토큰), 웹3 등 새로운 내용들이 펼쳐져 있어 더 구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고 성토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모두가 공공연하게, 혹은 경험으로 아는 사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모르는 정보들. 이 같은 정보격차는 투자자 사이에서도 채용 시장 사이에서도 벌어집니다. 저는 ‘이 차이를 어떻게 좁힐까’를 매번 고민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노이즈를 일으키기 위한 정보가 아닌, 정제된, 신뢰받는 정보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더밀크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더밀크 김세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