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달러'의 역습 : 스테이블 코인법이 노리는 미국의 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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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2025.06.25 15:39 PDT
'디지털 달러'의 역습 : 스테이블 코인법이 노리는 미국의 큰그림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 '서클'이 성공리에 상장했다. 서클은 지난 6월 5일 상장 이후 한달도 안돼 주가가 무려 748%가 올랐다 (출처 : NYSE)

[기고] 이선민 인하대 겸임교수
미 상원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 통과의 함의... 국제 금융 규칙 주도권 확보 노린 미국의 한 수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결제 수단을 넘어 미국 금융 전략의 핵심 도구로 부상
GENIUS Act 상원 통과로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편입
글로벌 달러 패권 강화 신호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부상 견제

지난 6월 18일 글로벌 웹3 업계는 크게 술렁거렸다. 미국 상원의 스테이블 코인 관련 법안인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이 68대 30으로 최종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은 상원 통과 직후 하원에 송부됐고 트럼프 대통령도 “디지털 자산은 미래”라며 조속한 법안 승인에 서명 의지를 밝혀 법 제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르면 오는 7~8월경 최종 법제화 및 시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세계 최초로 스테이블코인에 명확한 연방 규칙을 갖춘 나라가 된다. 이는 암호화폐 업계에 긴 법적 공백을 메우는 계기가 됨과 동시에 '디지털 달러'의 공식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무엇인가?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가 법정화폐 등 특정 자산(달러, 유로화, 금 등)에 1대1로 연동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 자산의 가장 큰 특징이 극심한 변동성인데 스테이블 코인은 그 이름이 '안정(Stable)'이듯 가격 변동성이 최소화된 것이 특징이다.

달러화에 연동된 USDT(테더)나 USDC(서클)처럼 주로 미국 달러에 교환가치를 고정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달러 현금이나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보유한다. 이러한 구조 덕에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1달러의 가치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 거래소간 자금이동이나 결제, 송금 등 다양한 용도로 각광받고 있다.

이 같은 안정성을 기반으로 6월 코인마켓캡 기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유통량은 2500억 달러(340조 8000억 원)를 넘어섰으며 미국 재무부 등 주요 금융기관은오는 2028년까지 스테이블 코인 시가총액이 2조 달러(약 2726조 8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니어스 법안 통과의 의미: 규제 명확화와 달러 패권 전략

지니어스 법은 정식 명칭이 '미국 스테이블코인을 위한 국가 혁신 유도 및 확립 법(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 of 2025)'이다.

미국에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운영 방식을 처음으로 연방법 테두리 안에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의회에서 암호자산 관련 법안이 상원을 통과한 것 자체가 사상 처음인 만큼 이 법안의 하원 심의와 대통령 서명까지 완료되면 미국 디지털 자산 정책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GENIUS Act, S.1582 주요내용

✅ 연방 금융당국 라이선스 취득 의무
✅ 발행액 전액 미국 달러 현금성 준비금 보유
✅ 시총 500억달러 이상 발행자 연 1회 감사
✅ 해외 발행자에게도 규제 적용 
✅ 소비자 보호, 자금세탁방지(AML) 법규 및 대테러 제재 준수 등

이 법안 통과가 의미하는 것은 불확실성 제거로 인한 시장 신뢰 제고다. 그간 규제 공백 속에 회색지대에 머물던 스테이블코인이 드디어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기관 투자자들도 안심하고 관련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법적 기준이 명확해지면 암호화폐 시장에 약 2조 달러의 신규 자본이 유입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많은 기업과 금융기관이 규제 리스크 때문에 망설이던 투자를 이제는 본격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상원의 법안 가결 소식 직후 스테이블코인 2위 발행사 서클(Circle)의 주가가 하루 만에 34% 폭등하고, 코인베이스 등 미국 가상자산 기업들의 주가도 두 자릿수 급등세를 보인 것은 규제 명확화에 대한 월가의 기대감을 방증한다.

암호화폐 시장의 와일드웨스트 시대가 저물고 제도화의 새 막이 열렸다는 평가처럼 지니어스 법안은 향후 건전한 스테이블코인 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고 달러 기반 디지털 자산의 활용도를 크게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미국이 이 법안을 밀어부친 숨은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바로 '달러 패권' 유지 전략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스테이블 코인을 디지털 달러의 보루로 삼아 자국 통화의 영향력을 지키겠다는 계산이다.

백악관 가상자산 책임자인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는 “명확한 법적 프레임워크만 제공하면 하룻밤 새 수조 달러 규모의 미 국채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달러 대신 미국 국채를 대거 매입해 준비금으로 보유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미국 국채에 대한 거대한 신규 수요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니어스 법안은 준비자산으로 단기 미 국채를 명시, 발행사들이 보유 외환을 국채로 운용하도록 하였다. 이는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 부담을 안고 있는 미국 정부에겐 일석이조이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10배 성장하면 발행사들이 보유할 미 국채가 1조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분석처럼 전 세계 민간자금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미 국채를 떠받치게 되면 달러 금융패권은 한층 강화된다. 다시 말해 지니어스 법안은 단순한 가상자산 규제가 아니라 글로벌 달러 시스템을 디지털 환경에 맞게 재설계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에 주목하는 이유: 경제적 & 지정학적 관점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미국 정부가 앞장서 스테이블 코인 육성에 나선 배경에는 경제적인 동기와 지정학적 고려가 존재하고 있다.

가장 큰 경제적 이유로는 '국채 수요 및 달러화 지위 강화'가 꼽힌다.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미국 국채 수요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증가하는 부채를 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국채 매입 주체를 찾고 있는데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미국채 큰손’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일반적으로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가치 유지를 위해 달러 현금을 보유하지만, 달러 대신 국채를 준비금으로 들고 있어도 1코인=1달러 가치는 유지되므로 문제가 없다. 미 당국은 이 점에 착안해 법적 제도를 마련, 민간 코인 발행사들을 사실상의 연준 협력기관(primary buyer)처럼 활용하려는 것이다.

이는 달러화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공고히 하는 효과도 있다. 인플레이션이나 금융 불안으로 개도국 국민과 기업들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미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사용을 늘릴수록 달러의 세계적 지위는 더욱 공고해진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미국 입장에선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패권을 방어하는 디지털 친위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정학적 이유도 크다. 특히 디지털 위안화를 견제하고 글로벌 금융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스테이블 코인과 같은 디지털 화폐가 필요했다.

미·중 패권 경쟁이 화폐 분야로 확장되면서 중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위안화(e-CNY)에 대응하려는 의지도 미국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이 정부 주도로 e-CNY를 국제무대에 확산시키며 탈(脫)달러화를 도모하자 미국은 정반대로 민간 주도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지원, 디지털 통화 시대의 주도권을 쥐려 하고 있다. 민간이 혁신을 주도하지만 그 결과물은 결국 전세계가 사용하는 달러의 디지털 버전인 셈이라, 미국은 규제라는 형태로 방향만 잡아주고 있다.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에 나선 것은 디지털 금융 인프라 측면에서 미국이 룰세터(rule-setter) 지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실제 지니어스 법안에는 연방-주 이원 규율체계, 투명성, 소비자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담아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만한 규범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향후 국제 디지털 통화 질서도 미국 주도로 재편하려는 계산이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에 주목하는 것은 달러의 경제적 기반과 패권적 지위를 디지털 시대에도 지속하기 위한 선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스태이블 코인 시가총액 (출처 : CNBC)

테더 vs 서클: 미국은 USDC에 무게를 싣나

현재 전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양대 산맥은 테더사의 USDT서클사의 USDC다. 그러나 두 스테이블코인의 속성에는 차이가 존재하며, 미국 정부가 취하는 입장에도 미묘한 기류 차이가 감지된다.

USDT(테더)는시가총액 약 1,554억 달러(6월, CoinMarketCap기준)로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한 최대 스테이블코인이다. 2014년 홍콩에서 시작된 테더는 긴 역사만큼 각종 논란을 안고 있는데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등록된 테더 홀딩스가 발행을 총괄하면서 미국 규제기관의 감독을 받지 않는 구조다.

준비금 투자 내역의 불투명성, 과거 상업어음 과다 보유 논란 등으로 미 당국은 테더에 지속적인 의구심을 표해왔으며 S&P글로벌도 2023년 “테더는 미국 규제를 받지 않으므로 안정성에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니어스 법안의 엄격한 요건(발행액 전액 미국 달러 현금성 준비금 보유)에 비(非)준법 해외 발행사는 퇴출되고 시장 재편이 불가피한데, 그 중심에 테더가 있다.

USDC(서클)은시총 약 614억 달러로 점유율 25% 내외의 2위 스테이블코인이지만, 미국 기업 서클(Circle)이 발행한다는 점에서 테더와 대비된다.

서클은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 미국 금융기관들의 투자를 받은 회사로 투명한 경영을 표방해왔고, USDC 역시 월간 준비금 내역을 공개하고 거의 전액을 현금이나 미 국채로 보유하는 등 지니어스 법안 취지에 부합하는 모범적 운영을 해왔다. 미국 규제권 내에 있다는 신뢰성 덕분에 법안 통과 이후 가장 큰 수혜주로 서클이 지목되고 있으며, 실제로 서클은 2025년 6월 초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여 제도권 자본을 끌어들이는 등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통제 아래 있는 USDC를 달러 디지털화의 표준으로 성장시키길 원할 가능성이 크며 이번 법안을 통해 시장 판도를 USDT→USDC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올 들어 테더 점유율은 66.9%에서 61%로 떨어진 반면 USDC는 21%에서 24%로 상승하는 등 미국계 스테이블코인으로 힘이 옮겨가는 추세가 이미 감지된다.

지니어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왕좌의 게임’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전망이다. 미국 규제를 준수할 수 있는 플레이어에게는 대형 성장 기회가, 그렇지 못한 사업자에게는 시장 축소 또는 퇴출이 예고된다. 미국 당국이 사실상 자국 기업인 USDC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견해가 많으며, 테더를 비롯한 역외 발행사들은 미국 시장 접근 vs 독자노선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월마트, 아마존의 스테이블 코인 결제망 자체 구축 선언 후 비자, 마스터카드의 주가

지니어스 법안 통과 이후: 기관 자금 유입과 기업의 재빠른 움직임

지이어스 법 통과가 가져올 가장 즉각적인 변화는 기관 투자자들의 본격 유입이다.

그간 규제 불확실성 탓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금융 상품 출시에 소극적이던 월가 기관들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실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이미 서클의 IPO에 투자한 바 있고, 피델리티·비자 등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서클 주가는 IPO 이후 약 4배가 되었고, 코인베이스 등 관련 기업 주가도 동반 상승한 것은, 시장이 미국발 스테이블코인 붐을 선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전통 은행들의 암호화폐 시장 참여 가속화다. 지니어스 법안에 따르면 연방예금보험공사 (FDIC;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 가입 은행 자회사들은 별도 과도한 자기자본 추가 없이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받아, 오랫동안 규제 장벽에 막혀 있던 은행권이 새롭게 판로를 얻었다.

이는 규제준비가 잘 갖춰진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 거대 은행들이 단숨에 암호화폐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할 잠재력을 의미한다. 실제 이들 은행은 방대한 고객기반과 결제망, 신뢰도를 이미 보유하고 있어 한번 발행에 뛰어들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을 순식간에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에 은행을 파트너로 끌어들이려 애쓰던 코인 업체들은 오히려 은행 측에서의 러브콜을 받는 형국이 될 수 있다. 가령 은행들은 코인베이스, 앵커리지 같은 커스터디(수탁) 업체들과 손잡고 기술과 경험을 흡수하려 할 것이고 반대로 암호화 기업들은 은행의 자본과 면허를 통해 신사업을 펼치는 융합이 활발히 일어날 전망이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크립토 스타트업과 월가 금융대기업이 함께 경쟁하고 협력하는 무대로 바뀌며, 웹3과 전통금융의 경계가 한층 옅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메타, 아마존, 월마트 등도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고려하고 있어 기존 결제 시장의 리딩 플레이어들은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

탈중앙화+전통금융 융합의 새 시대 열린다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미국의 행보는 웹3 산업의 기회이자 도전이다. 법 통과로 미국은 달러 패권의 디지털 요새를 다지며 한발 앞서 나갔다. 이에 발맞춰 관련 업계도 제도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선제 전략을 세운다면, 디지털 경제 패권 경쟁 속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법제화의 파장은 이제 시작이며 탈중앙화 기술과 전통 금융이 융합하는 새 시대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웹3 기업들은 변화의 흐름을 통찰하고 준비된 모습으로 뛰어들 때다.

이선민 교수는 누구?

이선민 인하대 미래융합기술학과 겸임교수는 웹3 전략 어드바이저, 넥슨, SK 플래닛, 삼성증권, 호텔신라 등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웹3 관련 사업 방향성을 제시하고 전략적 지원을 한 이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명이다.

SK㈜ 블록체인 플랫폼 그룹 팀장을 역임하면서 SK그룹 내 블록체인 조직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SK㈜에서 Web 3.0 사업 전략 수립 및 STO(Security Token Offering) 전략 수립과 더불어 싱가포르 관할권 내 Safe Case Building 작업을 주도했다.

또 다양한 SK그룹사의 주요 프로젝트에서 컨셉 디자인과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으며, 사회적 가치 플랫폼인 ‘블록체인 기부 플랫폼(사랑의 열매)’의 PO(Product Owner)로서도 활약했다.

저서로는 「넥스트 NFT 레볼루션」이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과 플랫폼 활용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와 기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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