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분석] 하반기 최대 기대주...'로빈후드' 사볼까?
美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나스닥 상장
기업가치 400억달러 추산… 자금 보유 계정 1800만개
수탁 자산 810억달러… 2020년 매출 245% 급증
거래 수수료 없어 인기… ARPU 66% 늘어
수익 창출 방식 논란… 당국, 역대 최대 벌금 부과하기도
Robinhood Markets(HOOD, 나스닥 상장 예정)
로빈후드 플랫폼에서는 부자가 더 좋은 거래(deal)를 독차지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을 위한 금융을 만드는 것이 로빈후드의 목표입니다.블라드 테네브(Vlad Tenev) & 바이주 바트(Baiju Bhatt) 로빈후드 공동창업자
기업개요
미국 증권거래 플랫폼(앱) 로빈후드는 ‘금융의 민주화(democratize finance for all)’라는 거대한 목표를 내세운다. ‘수수료를 없애면 누구나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TD아메리트레이드 등 기존 증권 거래 플랫폼도 온라인 매매 시 무료 수수료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나 로빈후드가 처음 이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만 해도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로빈후드는 태생부터 일반적인 금융회사와는 거리가 있었다. 스탠퍼드대학교 수학과를 나온 블라드 테네브(Vlad Tenev), 물리학과를 졸업한 바이주 바트(Baiju Bhatt)는 2011년 저지연(low latency) 거래 소프트웨어 업체인 크로노스 리서치를 설립했다가 2년 뒤 사업 아이디어를 발전 시켜 지금의 로빈후드를 공동창업했다. 금융회사보다는 소프트웨어 기술 업체에 가까운 출발이었다. 본사도 뉴욕 월스트리트가 아닌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에 있다.
로빈후드는 거래 수수료 무료, 최소 금액 기준이 없는 계좌를 토대로 빠르게 성장했다. 상장 증권신고서(S-1)에 따르면 2021년 3월 말 기준 계좌 수 1800만(미국 1위),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 1770만명을 기록했고, 수탁 자산 규모는 810억달러(약 93조원)에 달한다. 절반 넘는 이용자가 로빈후드를 통해 처음 주식 투자에 입문했으며 새로운 이용자 중 80%는 입소문을 타고 자연스럽게 유입됐다.
IPO 정보
자금조달 규모: 최소 1억달러(단위 표시용, 미확정)
상장 예정일: 7월 예정(미확정)
상장 주관사: 골드만 삭스, JP모건
주요 주주: DST Global, Index Ventures, New Enterprise Associates, Ribbit Capital
강점
로빈후드의 가장 큰 강점은 빠른 성장이다. 2020년 매출은 9억5900만달러(약 1조1000억원)로 전년 대비 245% 증가했고, 2021년 1분기 매출(5억2200만달러)의 경우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9% 급증하며 매출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졌다.
사용자 증가 추이도 비슷하다. 2020년 말 기준 누적 자금 보유 계정(net cumulative funded accounts) 수는 1250만개로 작년보다 143% 늘었고, 올해 1분기는 작년 대비 151% 증가하며 속도를 더했다. 2019년 12월 대비 2020년 12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 성장률도 172%에 달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확장성도 확보하고 있다. 로빈후드에서는 미국 상장 주식, ETF(상장지수펀드), ADR(미국주식예탁증서), 옵션 등 다양한 증권 매매뿐 아니라 소수점 거래(fractional shares), 상장을 앞둔 IPO(기업공개) 종목 공모주 청약 등이 가능하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 기능도 제공한다.
‘로빈후드 골드(Robinhood Gold)’라고 부르는 월간 유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구독자는 전문 리서치 자료, 시장 데이터(Nasdaq Level II market data)를 볼 수 있으며 승인 여부에 따라 마진(차입) 투자도 할 수 있다.
은행처럼 현금을 예치한 후 ATM(자동입출금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직불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비즈니스 뉴스 콘텐츠인 ‘스낵(Snacks)’까지 만든다. 단순 주식 매매를 너머 암호화폐 거래, 현금 관리, 금융 투자 정보 취득을 아우르는 ‘금융투자 포털’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 Z세대 등 젊은 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향후 고객 기반, ARPU(가입자당평균매출)가 더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빈후드에 따르면 이용자 중간 연령(median age)은 31세에 불과하며 18~44세 미국인 중 절반 이상이 로빈후드를 알고 있을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2018년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 조사에 따르면 미국 개인 투자자 중 30%가 주식 매매 시 모바일 앱을 사용하고, 18~34세는 59%가 모바일 앱을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로빈후드의 수탁 자산 70%는 18~40세 이용자로부터 비롯됐다.
2021년 3월 말 기준 로빈후드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는 550명에 달한다. 이들은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증권앱, 원스톱 투자 포털이라는 로빈후드의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위험 요인
빠른 성장성, 확장성을 가졌지만 위험 요인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투자자 주식주문 정보판매(PFOF)’다. 로빈후드에서 수수료 없는 주식 거래가 가능한 이유는 로빈후드가 거래 수수료 대신 다른 수단으로 돈을 벌기 때문이다. 로빈후드의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개인 투자자들의 주문 정보를 시타델 증권(Citadel Securities) 등 대형 기관에 판매하는 PFOF 매출 비중이 74.1%(2020년 기준)로 가장 높다. 나머지는 순이자 매출(대출 기반, 19.8%), 기타 매출(유료 구독, 6.1%)순이다.
PFOF는 로빈후드뿐 아니라 이트레이드, TD 아메리트레이드, 찰스 슈왑 등도 도입한 합법적 수단이다.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온라인 주식 거래 업체들이 PFOF 내역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개인 투자자가 PFOF로 어떤 영향을 받는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시타델 같은 회사들은 주식 주문 정보를 활용해 HFT(극초단타매매, 100만분의 1초 만에 거래를 체결하는 기법)를 하는데, 이런 거래가 시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원하는 가격에 주식을 매수·매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FINRA는 “고객을 오도했다”는 혐의로 로빈후드에 7000만달러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어린 투자자를 투기적 거래로 내몬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로빈후드 고객이었던 20세 대학생 알렉스 커언스가 73만달러의 손실을 입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 유가족이 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주식 거래량 폭증에 따른 유동성 문제도 발생했다. 로빈후드에서 게임스탑 등 밈주식(Meme Stock) 거래가 급증하자 미 증권청산소(NSCC)가 30억달러에 달하는 예치 증거금을 요구한 것이다. 갑작스럽게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진 로빈후드는 해당 종목의 거래를 중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증거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었다.
더밀크의 시각(The Miilk’s Point of View)
혁신 기업은 늘 전통 산업의 지탄을 받아왔다. 기존 산업의 틀과 기반을 뒤흔드는 것이 혁신 기업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미디어 업계·통신업체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고, 아마존, 테슬라 역시 가시밭길을 걸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콘텐츠·미디어·상거래·자동차 산업을 완전히 바꾸었다.
많은 위험 요인이 있지만, 로빈후드가 가장 보수적인 산업 중 하나인 금융산업을 뒤흔들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쉽고 단순한 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은 온라인 주식 거래 플랫폼 표준이 됐다. 이트레이드 같은 전통적인 금융업체는 물론 ‘위불(Webull)’ 같은 후발 핀테크 업체까지 모두 로빈후드를 벤치마킹하는 실정이다.
로빈후드는 실리콘밸리의 방식으로 접근, 젊은 세대의 호응을 끌어냈고 이용자들의 인지도 및 충성도를 확보했다. 고객 만족도 및 비즈니스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일집단(cohort) 이용 추이를 보면 2017년, 2018년, 2019년 집단 모두 전년 대비 예치금이 늘었다. 이는 ARPU 증가로 이어졌고, 2020년 기준 ARPU(109달러)는 전년 대비 66% 급증했다. 동일집단 매출 확대 추이가 24개월 이상 꾸준히 지속된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향후 시장 전망도 밝다. 개인(retail) 주식 투자는 현재 미국 주식 거래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두 배로 늘었다.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 확대 및 모바일 플랫폼 이용 추세 역시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로빈후드는 미국을 벗어나 해외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 당국의 규제 및 제재와 같은 외부 리스크를 극복한다면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메리테크 캐피탈에 따르면 페이팔, 스퀘어, 코인베이스, 애프터페이, 어펌, 소파이, 레모네이드 같은 고성장 핀테크 기업을 기준으로 한 로빈후드의 기업가치(Enterprise Value to Revenue Multiple)는 341억700만달러~622억5900만달러 사이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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