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과 미션'에 미친 사람이 세상을 바꾸더라 : 일론과 테슬라 스토리

reporter-profile
김선우 2021.08.07 15:09 PDT
'비전과 미션'에 미친 사람이 세상을 바꾸더라 : 일론과 테슬라 스토리
테슬라 로고 (출처 : 셔터스톡)

[더밀크 새책]
테슬라를 다룬 새책 '파워 플레이'
지금의 테슬라 만든 인물과 노력 조명
일론 머스크의 성공과 실패는 진행 중

2016년 3월의 어느 밤. 일론 머스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테슬라 디자인 스튜디오의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테크노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었고 머스크의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머스크가 테슬라의 다음 번 제품인 ‘모델3’의 모습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이 때로부터 108년 전인 1908년 헨리 포드가 첫 대중화 자동차인 ‘모델T’를 내놓았을 때의 나이는 45세. 머스크의 당시 나이도 45세였다. 45세라는 나이와 대중화 ‘모델’이라는 점이 겹쳐지면서 묘하게도 자동차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장면이다.

모델3는 테슬라가 더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를 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첫 대중적인 차였다. 가격은 3만5000달러부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전기차를 만드는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테슬라가 GM과 포드, 더 나아가 폭스바겐이나 토요타와 같은 굴지의 다른 자동차 기업과 경쟁을 할 수 있을지 여부는 모델3의 성공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급 럭셔리 전기차 ‘모델S’가 테슬라라는 브랜드를 알린 차였다면 모델3는 전기차의 대중화 시대를 열 자동차였다.

하지만 이 때만 해도 테슬라가 모델3로 인해 2018년 ‘제조의 지옥(manufacturing hell)’과 ‘차량 인계의 지옥(delivery hell)’을 거쳐 거의 망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주가가 급상승해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자동차업체가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이런 테슬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머스크를 빼놓고 얘기할 순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머스크가 테슬라의 전부는 아니다. 머스크로 인해 테슬라가 지금의 성공을 이룬 것도 사실이지만 머스크 자신이 테슬라를 위기에 몰아 넣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8월 3일 발간된 따끈따끈한 새책 ‘파워 플레이(Power Play: Tesla, Elon Musk, and the Bet of the Century)’는 테슬라의 창업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자세히 다뤘다. 책에는 머스크가 당연히 주요인물로 등장하지만 실질적인 주인공은 테슬라라는 기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자동차 전문 기자인 팀 히긴스가 썼다.

히긴스는 디트로이트에서 자동차 산업을 취재하는 기자로 시작해 블룸버그를 거쳐 2016년 월스트리트저널로 옮긴 '자동차 전문' 기자다. 월저널에서는 자동차와 함께 일부 테크 기업도 담당한다. GM이 메리 바라를 최초의 여성 CEO로 임명할 것이라는 기사를 특종 보도하기도 했다.

히긴스가 자동차 산업을 오래 취재한 기자라는 점은 이 책을 읽는 중요한 포인트다.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에서 전기차를 만드는 테크기업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동차 제조업체다. 일반적인 자동차 업체가 내연기관을 기본으로 하는 반면 테슬라는 배터리와 모터로 구동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자동차는 약 1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상당히 복잡한 제품. 잘못되면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하기도 한다. 그래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거나 검색 엔진을 만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게 자동차 제조업이다. 그래서 창업자들이 웬만해서는 건드리지 않는 분야가 자동차다. 미국에서도 크라이슬러 이후 생존한 신생 자동차 업체가 없다. 크라이슬러 창업이 1925년이었으니 거의 100년 전이다.

하지만 동시에 테슬라는 테크 스타트업과 같이 운영되는 것도 사실이다. 완벽하지만 느린 의사 결정을 하기보다는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해 실패를 하더라도 빨리 하고 다시 갈 길을 가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게 시간은 돈이나 다름없으니까.

일반 자동차 업체가 모델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보통 5~7년이 걸린다. 지루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완성된 제품으로 나오기 전에 극지방과 사막, 산악지형에서 엄격한 테스트를 거친다. 수천 곳의 협력업체가 부품을 대고 초단위로 엄격하게 계획된 조립라인에서 조립을 마친다. 하지만 테슬라는 마치 이륙 중인 비행기를 조립하는 듯한 속도로 차를 개발한다.

책은 기존 자동차 산업의 시각에서 테크기업이자 자동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를 바라본다. 그래서 일까? 기존 자동차 산업을 얕보는 머스크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했다.

“Most, but not all, of what you read in this book is nonsense.”

(다는 아니지만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엉터리다.)

히긴스는 이런 머스크의 코멘트를 책의 맨 마지막 부분에 공유했다. 이 때문인지 머스크의 팬들은 책이 나오자마자 낮은 별점을 주면서 엉터리 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책은 수백명의 테슬라 전현직 임직원의 인터뷰를 토대로 썼고 테슬라를 담당하면서 취재한 테슬라의 진짜 이야기로 이뤄져 있다. 머스크의 코멘트를 책에 쓴 것 자체가 자신감의 표현이자 머스크의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치의 역할을 한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회원가입 후 뷰스레터를
주 3회 무료로 받아보세요!

단순 뉴스 서비스가 아닌 세상과 산업의 종합적인 관점(Viewpoints)을 전달드립니다. 뷰스레터는 주 3회(월, 수, 금)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