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장 진출, 기술력이 전부는 아닌데..."
[제 23차 세계한인비즈니스 대회(한상대회)]
VC 투자포럼 & 스타트업 피칭 대회... "실제 미국진출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
AI기반 상수도 탐사봇 선보인 모핑아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에버엑스 우승
“AI를 어떻게 플랫폼에 활용하나요?”
“사용자는 어떻게 유입시키고, 어떻게 유지하나요?”
“수익은 어떻게 창출합니까? 실제로 돈을 지불하는 주체는 누구죠?”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한복판에서 열린 스타트업 피칭 무대에는 날카롭고 실전 같은 질문이 쏟아졌다. 20여 개 한국 스타트업이 온, 오프라인으로 무대에 올랐고, 발표가 끝날 때마다 심사위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특히 유명 연예인의 스타일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왈라랜드'의 발표 이후, 투자자들의 집중 공세가 이어졌다. 기술적 활용에서부터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 전략, 수익 구조에 이르기까지, 날카로운 질문 공세에 발표자들의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피칭은 영어로만 진행됐다. 일부 미국 현지 심사위원들의 빠르고 복잡한 질문에는 한국 심사진이 간혹 통역을 맡아주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날의 피칭 무대는 단순한 소개 자리가 아니었다. 2023년 애너하임에서 열린 제21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에 이어 다시 한 번 개최된 이번 대회는, 미국 진출을 노리는 K스타트업에게 실질적인 투자 연결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이었다.
행사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기업 대표와 실무 담당자들은 때론 유려한 프레젠테이션으로, 때론 거친 영어로,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며 미국 벤처캐피털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갔다.
대회는 정부, 기관, 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실용성과 효율성이 배가된, 실질적인 비즈니스 확장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느껴진 분위기는 명확했다. 스타트업들에게 이 무대는 더 이상 연습장이 아니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은 "피칭에 참가한 건설자재 기업 중 한 곳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투자는 물론, 미국내 네트워크를 활용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봤다"고 귀뜸했다. 단순한 스타트업 피칭이 아닌, 미국 시장 진입을 향한 진정한 '테스트베드'였다.
226개 K스타트업, 美 한상대회서 기술력 겨뤄
이번 대회에는 한국 내 각 지자체와 협회의 지원을 받은 226개 스타트업이 참가했다. 재외동포청, K-Biz(중소기업중앙회),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 사단법인 도전과 나눔, KIC 실리콘밸리 등이 공동 주최한 이번 스타트업 피칭 대회는 한국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주최 측은 지난 1월부터 온라인 경연 참가 그룹과 현장 참가 그룹으로 나누어 총 20개 기업을 선발했다. 선발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플러그앤드플레이(Plug and Play), 트랜스링크 인베스트먼트(Translink Investment), 알케미스트 액셀러레이터(Alchemist Accelerator), 프로베스트 파트너스(Provest Partners), 유사고 그룹(UASKO Group), 골드하우스(Gold House), 아델피 벤처스(Adelphi Ventures), 캐드론 캐피털 파트너스(Cadron Capital Partners), 하이어라이프 벤처스(Higher Life Ventures) 등 벤처캐피털 및 액셀러레이터 소속 12명의 투자자들이 심사에 참여했다.
대회 참가기업 포트폴리오는 다채로웠다. 수소 연료 전기자전거용 파워트레인을 개발한 '이플로우'는 수소 42g을 채우면 전기 충전 2분 만에 150km를 달릴 수 있는 기술을 소개했다.
또 로봇 시장에 모터 공급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수한 대표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도 모터에 집중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며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무게는 가벼우면서도 정교한 콘트롤과 소음이 없는 모터를 공급, 글로벌 주요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럽 중심의 패션 플랫폼 '왈라랜드'를 운영하는 '왈라(WALA)'는 트렌디한 셀럽 패션정보와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셀럽이 입은 의류 제품이나 유사제품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은 물론, 직접 구매가능한 판매망으로 연결한다. 또 아티스트나 크리에이터, 브랜드와 협업, 의류를 제작해 한정판을 일정 기간 동안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아 엑소스켈레톤부터 AI 배관 로봇까지 다양한 영역서 참가
코스모 로보틱스는 소아용 엑소스켈레톤(외골격 보조장치) 기술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지체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이 해당 장비를 착용하고 걸음을 내딛는 모습을 영상을 제공했다. 이어 피칭 현장에서 실제 제품을 시연해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온라인 발표 그룹인 ‘그룹 1’에서는 근골격계 질환을 타깃으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에버엑스(EverEX)가 1위를 차지하며 5000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2위는 무선통신 기반 산업 솔루션을 제시한 태스컴(TASCOM), 3위는 미래형 감정분석 기술을 선보인 퓨쳐센스(Future Sense)가 각각 수상했다.
현장 발표 그룹인 ‘그룹 2’에서는 AI 기반 상수도 탐사 로봇 ‘모핑 봇’을 앞세운 모핑아이(Morphing-I)가 1위를 차지했다. 이 기업은 배관 관리 및 점검의 자동화 기술로 현장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기차(EV) 배터리 개발사인 프램토(Framto)가 2위를, 소아용 엑소스켈레톤을 선보인 코스모 로보틱스가 3위를 차지했다.
사단법인 도전과 나눔의 이금룡 이사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 스타트업들의 기술력과 발표 역량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며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의 성장은 빠르지만, 여전히 정부 규제나 경직된 생태계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참가 기업들이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면서도 “기술적인 설명에 치중하다 보니, 정작 자사의 가치가 무엇인지, 왜 이만큼의 밸류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피칭 무대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고, 실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실전형 교육 프로그램이 함께 마련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