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준 대표 "한국 기후테크가 저성장 뚫을 열쇠될 것"
[한국 기후테크 서밋] 이덕준 D3주빌리 대표
뉴욕 기후주간 행사 일환으로 열려... 한국, 반도체·배터리 기술로 글로벌 전기화 물결 주도
‘중국, 데이터센터’로 전력 수요 증가... 새로운 전력 시대 예고
리마커블 벤처스 “기후 문제는 거대한 과제이자 막대한 금융 기회”
한국은 다섯 가지 핵심 기후테크 성장 동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배터리 기술로 글로벌 전기화 물결을 주도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한 게 첫 번째입니다이덕준 D3쥬빌리 대표
임팩트 투자 전문가 이덕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대표는 26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록펠러 플라자에서 열린 ‘한국 기후테크 서밋(Korean Climate Tech Summit)’ 행사에서 한국이 기후기술 분야에서 독특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히 환경 정책의 변화를 넘어 기후테크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어서 주목을 끈다.
이 대표가 한국의 기후테크가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첫 번째 근거는 '전기화 우위'다. 이는 한국의 전통적 강점이 기후기술 시대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현상을 보여준다. 한국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배터리, 전장 기술은 글로벌 전기화 물결의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이는 마치 디지털 혁명 시대에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가 글로벌 표준이 된 것과 같은 패턴이다. 전기차에서 에너지 저장 시스템까지 한국 기업들이 구축한 기술적 생태계가 기후기술의 기반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덕준 대표는 두 번째 동력으로 'AI와 자동화를 통한 효율성 연료 공급'을 꼽았다. 이는 한국의 기후 테크가 단순한 에너지 전환을 넘어선다는 점을 시사한다. AI가 소재 발견, 재활용 시스템, 그리드 최적화 영역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로봇 공학과 자동화 기술이 산업 전반의 확장성과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인 한국이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기후테 크를 융합시킬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술 중 일부는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한 게 10%에 그칠 정도로 혁신을 촉진하기 어려웠으나 AI 기술의 발전, 현재까지 축적된 역량,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대 등의 여건이 갖춰지면서 상업적 성공의 기회가 높아졌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특히 전력 수요의 강력한 성장이 새로운 전력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며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 및 개발도상국의 전력 수요 증가가 주요 동력이 되고 있으며 선진국 역시 AI 데이터센터 등의 영향으로 전력 수요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전력 시대 예고... ”수직적 통합이 가능하다는 게 한국의 강점”
엔비디아가 오픈AI에 대한 1000억달러 규모 투자를 발표하며 10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고,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 역시 테네시주 멤피스에 기가와트급 대규모 AI 클러스터 ‘콜로서스2’를 구축하며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를 예고했다.
이 대표는 “한국은 첨단 소재 과학, 전력 전자공학, 디지털 제어 시스템을 결합해 포괄적인 차세대 전력 인프라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원자재(배터리 화학물질,철강)부터 완제품(ESS, HVDC)에 이르는 수직적 통합이 가능하다는 게 한국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항공과 방산 분야에 특화된 고성능·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전문 스타트업 유뱃(UBATT)이 대표적 사례다. 생산 비용을 10% 이상 절감하면서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20~30% 증가시키는 기술로 드론,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것.
이덕준 대표는 세번째와 네번째 동력으로 '확장 가능한 지속가능 화학'과 '순환 통합'을 꼽았다. 특히 한국의 화학 산업이 최근 극심한 침체를 보여주는 있는 가운데 '화학' 분야가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속가능한 화학 제품 생산 비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화석 기반 제품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지고 있기 때문. 이는 한국의 화학 산업이 보유한 대규모 생산 능력과 기술력이 이러한 전환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 대표는 “AI는 소재 발견, 재활용 시스템 및 전력망 최적화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며 기후테크의 확장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지속가능 화학 생산 비용의 급속한 하락으로 화석 기반 제품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점도 한국 기후테크의 성장 동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순환 통합'은 디지털 혁신이 어떻게 전통적인 폐기물 관리를 혁신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디지털화가 폐기물 관리와 자원 회수를 변화시켜 폐쇄 루프 시스템과 운영 효율성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높은 디지털 인프라 수준과 제조업 노하우가 결합될 때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영역이다.
그는 이어 “디지털화는 폐기물 관리와 자원 회수를 혁신, 폐쇄형 순환 시스템이 가능하도록 만든다”며 “정부 지원 연구개발과 기업과 스타트업 협력 문화 역시 한국의 더 빠른 기후테크 상용화를 돕는 동력”이라고 했다.
이 대펴는 마지막 다섯 번째 동력으로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꼽았다. 정부 지원 R&D와 대기업-스타트업 협력 문화가 결합되어 위험을 분산하면서도 빠른 기후기술 상용화를 가능하게 하고 있는 주장이다.
이런 다섯 가지 동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국은 기후기술 분야에서 단순한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로 부상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특히 기존 산업의 강점이 기후기술 시대의 핵심 역량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기후기술 모멘텀은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리마커블 벤처스 “기후 문제는 거대한 과제이자 막대한 금융 기회”
2025 뉴욕 기후주간(Climate Week NYC) 행사 일환으로 열린 이번 한국 기후테크 서밋에는 컬럼비아 대학 산하 조직인 컬럼비아 테크놀로지 벤처스, 뉴욕시경제개발공사(NYCEDC), 뉴욕주 에너지 연구개발청(NYSERDA) 등 공공기관 관계자, 클로즈드 루프 벤처스, 다우 케미컬 CVC, 리마커블 벤처스, 인비전닝 파트너스, 테마섹 재단 등 글로벌 벤처투자자들이 참여, 큰 성황을 이뤘다.
김용현 인비저닝 파트너스 대표는 “현재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 경쟁력 강화, 미국 공급망 독립성, 더 많은 에너지 창출 등은 기후 투자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며 “이번 뉴욕 기후 위크 현장에서 경험한 바로 미뤄볼 때 기후테크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무라트 악티한노그루(Murat Aktihanoglu) 리마커블 벤처스 매니징 파트너는 “전 세계 경제가 전기차, 에너지 전환, 지속가능 솔루션 등 새로운 분야로 전환 중”이라며 “기후 문제는 거대한 과제이자 동시에 막대한 금융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정수진 위트니스 크리에이티브 파트너(Witness Creative Partners) CEO는 “500명에 가까운 분들이 한국의 기후테크에 관심을 갖고 이번 서밋을 방문해 주셨다. 기후테크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상황”이라며 “한국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기술을 세계 무대에 보여줄 차례”라고 했다.
뉴욕 기후주간 역대 최대 규모... 한국 스타트업 12팀 발표
실제로 올해 뉴욕 기후주간은 사상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역대 최다 기업과 기관이 참여, 9월 21일부터 28일 행사 기간에 진행되는 행사만 1000건을 넘어섰다.
기후주간은 2009년부터 유엔 총회 기간에 맞춰 열리며 각국 정부, 기업, 시민사회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세계 최대 민간 주도 기후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번 한국 기후테크 서밋 행사에서는 스탠다드에너지, 트라이매스, 리플라 등 한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12팀이 참여,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IR 발표도 진행했다. 행사 파트너로는 경기도 창조경제혁신센터, 솔루션포아워클라이밋(SFOC), 임팩트스퀘어, 아산나눔재단, 디캠프, 디쓰리쥬빌리, 리마커블 벤처스, 인비저닝 파트너스, 더밀크, 법무법인 미션, 소풍벤처스, MYSC 등이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