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이 사장 “지금은 혁신의 고비... 놀이와 탐험이 중요하다”
윤송이 NC소프트 사장(CSO), 82 스타트업 서밋 기조연설… VC·창업가 500여 명 몰려
프라이머사제 파트너스 주최... 다양한 인사이트 공유돼
더밀크 등 실리콘밸리 6개 스타트업 IR도 주목
저에게 게임은 미래를 보는 창입니다.윤송이 NC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 사장)
윤송이 NC소프트 사장(CSO)은 9일(현지시각) 미국 서니베일 플러그앤플레이에서 열린 ‘82 스타트업 서밋 2023(82 Startup Summit 2023 Day & Night)’ 기조연설에서 “새로운 혁신이 게임에서 먼저 발견되고, 추후 사업화되는 게 일상적인 일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가 인류의 본성이기 때문에 창의적인 시도, 새로운 발견이 게임에서 흔히 시작된다는 주장이다. 고사양 게임의 높은 해상도,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해 칩 성능이 발전한 게 대표적 사례다.
윤 사장은 “반도체 회사 인텔이 더 빠른 칩을 개발할 때 NC소프트와 협력해 사전 테스트를 실시해왔다”며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 새로운 기술 역시 게임 분야에서 가장 먼저, 빠르게 발전하고 시작됐다”고 했다.
NC소프트는 AI 기술을 NPC(Non-Player Character) 행동 패턴 고도화에 활용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리니지’ 같은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를 보다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윤 사장은 “많은 사용자와 다양한 데이터를 관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게임 분야에서 고객 이탈 예측, 디지털 마케팅 개념이 발전했다”며 “프리미엄(Freemium,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되, 추가적인 기능 혹은 고급 기능은 유료화하는 전략)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역시 게임에서 시작된 사례가 많다”고 했다.
그는 이어 “놀이와 탐험(exploration)은 혁신의 고비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물론 게임만 이런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각자의 나침반을 가지고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시길 응원한다”고 했다.
엔씨소프트 글로벌최고전략책임자(CSO)인 윤 사장은 2008년 NC소프트에 합류한 이후 일찌감치 AI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온 바 있다. 실리콘밸리 중심으로 엔씨소프트의 해외사업을 키우고 있으며 엔씨소프트 ESG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VC, 창업가 500여 명 몰려... 타파스미디어·센드버드 인사이트 공유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프라이머사제 파트너스(Primer Sazze Partners)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주요 한인 스타트업 창업자, 벤처투자자, 실리콘밸리 빅테크 및 한국 대기업 관계자 500여 명이 모였다. 유니콘 스타트업 성공 사례, 글로벌 진출과 투자 유치 방안, 웹3와 메타버스의 미래 등 다양한 정보가 공유됐으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미니 IR(기업설명회)도 진행됐다.
이기하 프라이머사제 파트너스 대표는 “미국은 평등 사회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아시안을 차별하는 ‘대나무 천장(Bamboo ceiling)’이 존재한다”며 “한인 스타트업을 돕고 투자하기 위해 500억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고, 한인 스타트업 모임인 ‘82스타트업’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미국에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에만 투자하는 벤처투자회사(VC)가 20개가 넘는다”며 “한국 스타트업, 창업 투자 생태계도 협력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한인 스타트업 최초로 B2B(기업 간 거래) 유니콘에 등극한 센드버드(Sendbird)의 김동신 대표, 카카오에 성공적으로 회사를 매각한 타파스미디어의 김창원 대표 등 성공한 한인 창업가들의 노하우,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김창원 대표는 “한국 사람끼리만 모이면 안 되겠지만, 한국인 창업가들도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가 성공하려면 연대의 힘이 중요하다”고 했고,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는 “요즘 같은 (스타트업의 겨울) 시기에는 능동적으로 시장 상황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순위를 현금흐름 위주로 조정하고, 성과가 나는 분야를 중심으로 핵심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날카롭게 가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밀크 등 실리콘밸리 6개 스타트업 IR 주목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IR도 큰 주목을 받았다. 크리에이터 경제, AI, 크로스보더 미디어, 산업용 IoT(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6개 스타트업(Ceeya-박기상, XL8-정영훈, 하이데어–이지영, 더밀크–손재권, Glassdome–김대웅, Motion2AI–김병수) 창업자가 각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 및 주요 전략을 발표했다.
프리랜서를 위한 비즈니스 플랫폼 ‘씨야(Ceeya)’의 박기상 대표는 “프리랜서들이 잠재력을 발휘해 각자의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펼쳐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300여 명이 넘는 프리랜서를 인터뷰했다”며 “성공적인 프리랜서들은 뚜렷한 목적과 정체성, 원활한 협업 능력이라는 세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프리랜서로 일하길 원하고 있으며 이들의 성공을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리콘밸리, 뉴욕, 애틀랜타 등에서 활동하며 미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크로스보더 미디어 더밀크는 한국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새로운 서비스 ‘더스필(The Spill)’을 소개했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는 “스마트폰, 자동차 같은 한국 제품은 세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는데, 한국의 정보는 블랙박스처럼 한국에만 갇혀 있다”며 “한국 스타트업 정보를 영문으로 미국 VC에 전하는 더스필 시작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좋은 정보가 있는 곳에 자본과 사람이 모인다”며 “a16z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주요 VC에 믿을 수 있으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인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