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VC 투자 71%가 AI 였다 … 한국 스타트업 생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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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5.04.23 01:37 PDT
미국 VC 투자 71%가 AI 였다 … 한국 스타트업 생존법은?
실리콘밸리 VC 패널 토론 (출처 : 더밀크 박원익)

[엘캠프 실리콘밸리] 미국 VC 트렌드
전체 투자금 71% AI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 흐름은 보수적으로... 초기 기업 투자 둔화
실리콘밸리 VC “국경 간 사업 펼쳐라” 조언

“1분기에 투자된 글로벌 벤처투자금의 절반 이상이 AI 분야 투자였습니다.”

안준영 롯데벤처스 미국 지사장은 21일(현지시각) “미국 벤처캐피털은 AI 분야에 더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지사장은 이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된 ‘엘캠프 실리콘밸리 4기’ 프로그램 첫날 강연에서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글로벌 벤처투자업계의 AI 쏠림 트렌드를 강조했다. 엘캠프 실리콘밸리는 롯데벤처스와 더밀크가 함께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사업 진출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볼 때 AI 분야 투자 집중 현상이 더 심화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안 지사장은 “오픈AI, 앤트로픽, 퍼플렉시티 등 AI 회사들이 VC 마켓을 점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미국 VC 업계에서는 지루할 정도로 AI 얘기만 나오고 있다”고 했다.

1분기 미국 VC 투자금 AI 스타트업 집중도 (출처 : PitchBook, NVCA)

미국 VC, AI에 올인… “기술 변화 속도, 소화할 수 없을 정도”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피치북과 미국벤처캐피털협회(NVCA)가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글로벌 VC(벤처캐피털) 자금의 57.9%가 AI 및 머신러닝(ML, 기계학습) 스타트업에 투자됐다. 1분기 전 세계 AI 및 ML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731억달러(약 104조1000억원)로 한 분기 만에 작년 1년간 투자된 금액의 절반을 넘어섰다. 

미국 VC의 경우 이런 경향성이 더 심하다. 무려 1분기 투자금액의 71.1%가 AI 스타트업에 몰렸다. 이는 2024년의 46.8% 대비 24.3%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마리아 팔마 프라스타일 프리스타일 캐피털 총괄 파트너는 “다른 사람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지금처럼 컸던 적은 없었다”며 “기술 측면의 변화 속도가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고 했다. 

AI 기술 및 관련 제품의 발전 속도가 실리콘밸리 톱 VC들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이에 따라 투자 업계에 일종의 ‘포모(FOMO,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의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 중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활동은 둔화했다 (출처 : PitchBook, NVCA)

투자 흐름은 보수적으로… 초기 기업 투자 둔화

AI 분야 투자 쏠림과 함께 보수적 투자 성향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소수의 유망한 AI 스타트업에 투자금이 집중된 반면, 초기 기업 투자 활동은 둔화했다. 상대적으로 성공 확률이 높아 보이는 투자만 보수적으로 집행해 투자 위험을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등 주식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도 보수적 투자 트렌드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벤처 투자 회수 지표로 활용되는 IPO(기업공개) 활동은 정체된 상태다. 핀테크 업체 클라르나(Klarna), 티켓 판매 업체 스텁허브(StubHub) 등 여러 건의 주요 IPO가 연기 됐으며 전문가들은 당분간 열악한 유동성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 지사장은 “적은 숫자의 스타트업이 많은 규모의 투자를 받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은 투자 받는 것이 굉장히 치열해졌다”며 “최초 창업가 대비 연쇄 창업가를 선호하는 굉장히 보수적인 벤처 투자 흐름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한국 스타트업 및 벤처투자 시장이 많이 어렵다고 하는데, 글로벌 상황과 연결돼 있는 현상”이라며 “IPO가 둔화하며 투자 회수도 잘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벤처캐피털 투자 회수 활동 추이 (출처 : PitchBook, NVCA)

한국 스타트업은 어떻게? 실리콘밸리 VC “국경 간 사업 펼쳐라”

한국 스타트업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 실리콘밸리 VC들은 “더 큰 시장을 공략하라”고 조언했다. 보수적 환경에서 투자를 유치하고, 성공에 도달하려면 시장과 지역을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니 위(Janie Yu) LFX 벤처 파트너스(LFX Venture Partners) 파트너는 이날 오후 롯데벤처스 미국 지사에서 진행한 패널 토크 세션에서 “우리는 하나의 시장을 넘어 확장할 수 있는 기업을 선호한다”며 “예컨대 미국과 유럽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면 당연히 더 큰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이어 “변화하는 글로벌 무역 환경 속에서 다양한 시장과 지역을 공략하려면 유연해야 하며 다양한 기술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위 파트너는 VC들이 AI 스타트업에 몰리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AI 스타트업들은 더 큰 문제, 즉 더 큰 시장을 노리고 있어서 각광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녀는 “VC들은 큰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을 찾길 원한다”며 “기업가치는 해당 기업이 창출할 수 있는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 정의와 타깃 시장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패널토론은 안준영 롯데벤처스 미국 지사장이 진행을 맡았으며 엘에프엑스 벤처 파트너스, 브로드웨이 벤처 파트너스(Broadway Venture Partners), 케세이 이노베이션(Cathay Innovation) 등 현지에서 스타트업 투자 경험이 풍부한 벤처캐피탈 소속 관계자가 참석했다.

엘캠프 실리콘밸리 4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용승 서울다이나믹스 CTO가 IR 피칭을 진행 중이다. (출처 : 더밀크)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한국 스타트업들은 70여 명의 현지 VC를 대상으로 사업 아이템, 미국 진출 계획 등을 담은 IR 피칭도 진행했다.

IR 피칭과 이번 L캠프 4기 프로그램에는 △아타드(멀티 에이전트 기반 클라우드 최적화를 위한 통합 관리 플랫폼 ‘오딘’ 운영) △알파카엑스(DevSecOps를 위한 서버 인프라 액세스 플랫폼 ‘알파콘’ 운영) △터넬(다진법(3진법) 기반 저전력/고집적 메모리 반도체 설계) △메타디엑스(반려동물 생체정보 AI 분석 기반 진료 및 진단 보조 솔루션) △플루언트(온디바이스 기반 대화형 AI 아바타 및 발화 영상 생성 솔루션 개발) △벨테라퓨틱스(뇌 과학과 사운드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 △서울다이나믹스(물류 및 산업 자동화를 위한 특수목적용 원격/자율주행 모듈형 로봇개발) 등 7개사가 참여했다.

롯데벤처스는 잠재력, 진출계획 및 사업화 역량 등 해외 진출 가능성을 고려해 참여 기업을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2021년 1기부터 2024년 3기까지는 총 32개 스타트업이 엘캠프 실리콘밸리에 참여했다. 

김승욱 롯데벤처스 대표는 “롯데벤처스는 미국 지사, 베트남 법인, 롯데벤처스 재팬 등에서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 국경 초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해외 진출 잠재력이 있는 국내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현지 네트워크 조성, 투자 유치 등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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