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I 하락의 진실...인플레는 UP, 마진 축소는 2009년 이후 최대
[경제지표 분석]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생산자물가지수 0.1% 하락 환호, 하지만 진실은 '마진 붕괴', 위기 신호
마진의 붕괴가 말하는 소비 둔화 가능성...실적 악화가 다음 '뇌관'
더밀크의 시각: PPI 하락은 착시...실상은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미국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을 뛰어넘는 하락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현실은 그리 달콤하지 않다.
노동통계청이 10일 발표한 8월 PPI는 전월 대비 0.1% 하락해 시장 예상치인 0.3% 상승을 크게 밑돌았다. 이는 4개월 만의 첫 하락이자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크게 자극한 수치였다. 실제 9월 연준의 50bp 금리인하 가능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도매물가 하락의 주범은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가 아니었다. 도소매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가격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면서 마진을 포기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무역서비스 마진이 1.7% 급락, PPI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참고로 이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마진 축소다.
그렇다면 마진축소는 PPI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PPI는 단순히 공장에서 나오는 제품 가격만 측정하는 게 아니다. 기업들이 지불하는 원자재비, 운송비, 그리고 유통업체가 붙이는 마진까지 모두 포함한다.
따라서 제조업체의 실제 비용은 오르고 있어도, 유통업체들이 소비자 눈치를 보며 마진을 줄이면 전체 생산자물가는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 PPI를 마트에서 파는 상품으로 비유해보자. 마트가 1000원에 들여온 과자를 1300원에 팔던 것을 1200원에 팔기 시작했다면, 마진이 300원에서 200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PPI는 이런 마진까지 포함해서 측정하기 때문에 원가는 그대로인데 마진만 줄어도 전체 지수가 하락하게 된다.
이번에 발표된 8월의 생산자물가지수는 이런 무역 마진이 무려 역대급인 1.7%가 하락하며 전체 물가 지표를 끌어내렸다. 특히 전반적인 상품 및 서비스 물가가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발표된 PPI의 하락은 사실 좋은 신호가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