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한 관세 부과에도 글로벌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글로벌 경제는 역사적 수준의 관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연 2.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JP모건에 따르면 이는 장기 추세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무역량은 활발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대서양 양안의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에서 아시아에 이르는 성장 전망 역시 상향 조정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트럼프 1기의 첫 번째 무역전쟁과 팬데믹의 공급충격으로 인한 학습효과 덕분이다. 기업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학습한 공급망 방어 전략을 활용해 관세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 피터슨 국제 경제 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부원장은 그동안 혼란스러웠던 정책과 상황으로 인해 기업들이 도입한 헤징이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실제 많은 국제 기업들이 이미 주요 수출시장에서 현지 생산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 독일 팬 제조업체 EBM Papst는 연 매출 25억 유로 규모로, 미국에 세 번째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클라우스 가이스도퍼 CEO는 "일부 미국 고객들이 높은 미국 관세에 직면한 아시아 공급업체를 대체하기 위해 미국에서 더 많은 생산을 현지화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것이 미국에서 20-30% 추가 성장을 도울 것"이라 전했다.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첫 3개월 동안 세계 상품무역량이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관세를 예상한 기업들의 재고 확보에 북미로의 수입 급증이 이를 견인했다. WTO는 올해 상품 무역 전망치를 이전의 0.2% 감소에서 0.1% 성장으로 상향 조정했다.중국의 경우에도 직접적인 대미 수출은 올해 첫 5개월 동안 전년 대비 약 10% 감소했지만, 전체 수출은 6% 증가했다. 1차 무역전쟁 이후 무역 활로를 다각화하면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로의 선적 증가가 성장을 뒷받침했다. 베트남, 태국, 멕시코를 포함한 국가들로의 중국 수출이 특히 강세를 보였는데, 이는 중국 수출품이 이들 국가를 경유해 미국으로 향하는 우회 무역을 일정 부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유럽중앙은행 집행이사회 멤버인 이자벨 슈나벨은 최근 중앙은행 웹사이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경제활동에 덜 부담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 제조업은 최근 몇 달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신규 주문, 신규 수출 주문, 향후 생산에 대한 선행지표들이 모두 3년 만의 최고치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