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없이 불가능한 AI 혁명?...AI 인프라 전쟁의 패러다임 바뀐다
미국의 구리 수입 관세 부과가 AI 인프라 투자에 예상치 못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리 수입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7월 8일(현지시각) 미국 구리 가격은 하루 만에 13% 급등하며 파운드당 5.69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는 0.3% 상승에 그쳐 극명한 대조를 보이며 원자재 가격이 지역화로 분절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문제는 구리가 AI 데이터센터 건설의 핵심 원자재라는 사실이다. 반도체 칩의 미세 배선부터 데이터센터의 전력 버스바와 냉각장치, 전력망의 송배전선까지 모든 곳에 사용된다. 높은 전도율로 인해 아직 마땅한 대체재가 없어 업계에서는 AI 인프라의 '쌀'로 불린다.구리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AI 인프라 투자의 급증이 초래한 수급 불균형이 자리잡고 있다. BHP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구리 사용량은 현재 연간 50만 톤에서 2050년에는 6배인 300만 톤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는 현존 세계 최대 구리광산 4곳의 생산량을 합친 규모다.실제 사례를 보면 구리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체감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카고에 건설한 5억 달러 규모 데이터센터에만 구리 2177톤이 사용됐다. 이는 1MW 전력당 27톤의 구리가 소요되는 수준으로 하나의 데이터센터가 전기차 수십만 대에 필요한 구리량을 잡아먹는 셈이다. BHP의 CFO 반디타 판트는 "AI 응용 프로그램이 에너지 집약적 컴퓨팅을 요구하면서 2050년까지 구리 수요를 연간 340만 톤 추가로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에 포함되지 않은 말 그대로 '깜짝 수요'다.공급 측면의 제약도 심각하다. 구리 광석의 평균 품위가 1980년대 2% 이상에서 현재 0.7% 미만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생산 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품위란 광석 내에서 원하는 금속 성분, 여기서는 구리의 함유 비율을 나타내는 용어로 결국 같은 양의 구리를 얻기 위해 더 많은 광석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