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공장을 멈출 수는 없다.... 현지 채용 파이프라인 구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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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5.09.17 20:14 PDT
그래도 공장을 멈출 수는 없다.... 현지 채용 파이프라인 구축 시급
(출처 : 디자인 김현지 )

[이슈분석: 미 진출 한국 기업, HR 전략 해법은?]
대규모 구금사태? "단기 체류 비자 남용, 구조적 리스크 드러나"
장재영 CEF 본부장 "원청 기업, 공급망 전체 합법성·책임도 관리해야"
"美 진출 기업, HR 전략 3대 축: 현지화·합법성·책임성" 고려해야

지난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불법 고용 단속으로 한국 국적자 300여 명이 연행되며 충격을 안겼다. 사태는 이민구치소에 수감됐던 한국 근로자 전원이 이민 구치소를 나와 한국으로 복귀하며 일단 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차원에서 사태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대규모 공장 완공 프로젝트는 기약없이 멈춰섰다. 정부 차원의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E-4) 신설 논의도 이어지겠지만,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그럼 미국에서 당장 인력을 고용하고, 일을 시작해야 하는 한국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펴야할까. 이 문제에 도움을 받기 위해 미국 현지에서 10여년 간 기업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험을 쌓아 온 전문기업 CEF(대표 유원근)의 장재영 본부장을 인터뷰했다.

장 본부장은 "이번 사건이 한국 기업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철저한 현지화와 책임성을 기반으로 한 HR 전략이 중요하다"며 "명쾌한 HR 전략은 비용이 아니라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값싼 보험"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ㅇ이다.

미국 조지아주 기아차 트레이닝 센터에서 열린 한미동남부상공회의소-더밀크 주최 인력포럼 세미나에서 CEF 조승연 이사가 효율적인 HR 전략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출처 : CEF, 더밀크 )

"단기체류 신분 남용... 원청, 공급망 전체 확장에 대한 책임 있어"

사태가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를 어떻게 보나.

"한마디로 말하면 한국 기업들이 미국 진출 과정에서 인력 전략을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다고 본다. 물론 이번 단속에서 법원 영장에는 남미인 몇 명만 대상이었는데 현장에서 한국인 수백 명이 체포된 것은 과잉 수사 논란이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우선 현지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았다. 배터리나 반도체 공장은 건설부터 설비 구축, 시운전, 대량 생산까지 각 단계마다 엄청난 인력이 필요한데, 미국 내 숙련공과 이중언어 관리 인력은 한정적이다. 지역사회와 연계된 채용 시스템도 없다 보니 단기간에 수천 명을 뽑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일을 할 수 없는 체류 신분의 직원을 보낸건가?

"현재 미국에 전문 인력을 데려올 수 있는 외교 차원의 정책적인 지원이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기 체류 비자를 활용할 수 밖에 없었던 걸로 보인다. ESTA 등 원래 취지와 다른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현장 근로자로 투입됐다. B1비자 등 일을 할 수 있는 단기 비자를 받고도 기한을 넘긴 사람들도 있었다고 들었다. 빠르게 인력을 지원하는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민법, 노동법, 세법, 민권법 위반 리스크가 계속 쌓였던 것이다. 결국 그 폭탄이 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12일 외교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일 미국서 체포된 한국인 317명 중 170명이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를 받아 입국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ESTA는 별도의 비자 없이 미국 입국을 허용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주재원비자(L1), 전문직 취업비자(H-1B), 대미 투자기업 고용인 비자(E2) 등을 취득해야 하지만, 취득을 위한 과정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양국간 E-4와 같은 한국인 전용 전문직 비자 신설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원청, 즉 LG에너지솔루션이나 현대차 측에서는 몰랐을 수도 있지 않나?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책임이 공백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청에서 총괄사, 1차·2차 협력사로 이어지는 복잡한 고용 구조에서 I-9 문서 검증, 세금 원천징수, 안전 교육, 차별 금지 규정 같은 기본적인 HR 컴플라이언스가 방치됐다. 미국에서는 원청이 공급망 전체에 대한 확장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체계적인 준비 부족이 문제였다는 말인가?

"맞다. 바로 중장기 HR 전략의 부재다.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서 초대형 생산기지를 지으면서도 현지 인력 확보 전략이나 HR 파트너십을 장기 관점에서 설계하지 못했다. 결국 단기 대응만 반복하다가 구조적 취약점이 노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회장이 브라이언 캠프 조지아 주지사와 사바나 소재 공장 준공식에서 포즈를 취했다. (출처 : 현대차)

"현지화 위해 지역 기반 채용 파이프라인 구축... 비자전략 이원화 필요해"

당장 해결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보인다. 그래도 솔루션이 있다면?

"앞으로는 단순히 '사람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합법성과 투명성이 처음부터 설계된 HR 운영 체계, 즉 '컴플라이언스 바이 디자인(Compliance-by-Design)'이 필요하다. 채용부터 온보딩, 교육, 급여·세무, 안전, 오프보딩까지 전 과정이 합법 절차와 감사 대응력을 내재해야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현지화, 합법성, 책임성 이 세가지 축이 핵심이다. 먼저 현지화 측면에서는 지역 기반 채용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커뮤니티 칼리지나 주립 워크포스 보드, 베테랑 전직 프로그램과 협력해서 인력 수급을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어·문화 장벽 해소를 위해 이중언어 관리 인력도 배치해야 하고, 단순 충원이 아닌 숙련도 전환이 가능하도록 부트캠프나 마이크로 자격증 과정도 운영해야 한다."

합법성 확보 방안은 어떤 게 있나?

"고용 절차 준수는 기본이다. I-9, E-Verify, 워크 퍼밋, 신분증 검증을 100% 실행해야 한다. 비자 전략도 이원화해야 한다. 핵심 기술 인력은 L-1이나 H-1B, E-2 등 합법 비자로 데려오고, 대량 생산 인력은 현지 채용으로 충원하는 식이다. 임금, 세금, 차별 금지, 안전 규정도 공급망 전반에 적용해야 한다."

책임성 측면에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원청이 주도해서 벤더를 관리해야 한다. 하도급사 온보딩 심사부터 정기 현장 감사, 시정조치 프로세스까지 제도화해야 한다. 현장 가시성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출입, 근태, 교육 이력, 자격 데이터를 디지털 대시보드로 관리하고, 단속이나 영장 집행 시 대응할 수 있는 표준 운영 절차와 법률 핫라인을 구축하는 일도 챙겨야한다."

리비안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는 모습. (본문 내용과 상관없음) (출처 : rivian.com)

"전략적 HR파트너 활용, 미 진출 기업 성패 좌우"

전문적인 HR 파트너는 어떤 역할을 하나?

"단순한 스태핑(staffing)과 HR 파트너의 역할은 명확히 다르다. HR 파트너는 현지화(Localization), 합법성(Compliance), 책임성(Accountability)을 실행 가능한 체계로 전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인력 공급 역량은 물론, 전국적인 인력 소싱 및 채용 네트워크 운영 경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

"HR 파트너를 통해 기업은 복지·교육·안전 관리 체계를 차별화할 수 있다. 가령 CEF의 경우는 높은 이직률 문제를 겪던 내재 생산 인력을 외주화하면서 ▲연간 이직률 5% 이하, ▲충원율 95% 이상, ▲직원 만족도 90% 이상을 달성한 사례가 있다.

또한 기능별 운영 조직을 온/오프쇼어 모델로 재편하고, 프로세스 혁신 컨설팅을 병행해 50%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낸 경험도 있다. 아울러 관리 부서별 인력 재조정과 구조 개편을 통해 인건비 34% 절감을 이끌어낸 바 있다.

단순 인력 공급이 아니라 원스톱 매니지먼트를 통해 이런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었다. 채용, 인사, 교육, 컨설팅을 통합 관리하는 태스크포스형 매니지먼트 팀을 운영하면서, 24시간 헬프데스크와 현장 매니저를 배치해 현장의 문제를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면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번 사태에서 컴플라이언스도 이슈가 됐다. HR파트너들은 이를 어떻게 관리하나?

"이번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HR 영역에서 컴플라이언스 준수는 핵심 이슈다. 전문 HR 파트너사는 ▲I-9 및 E-Verify 절차, ▲워크 퍼밋 검증을 100% 준수하며, ▲OSHA 안전 규정 교육, ▲산재보험 제도 등을 통해 법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한다.

더 나아가 벤더 거버넌스(Vendor Governance)도 중요한 이슈다. 하도급사 온보딩 심사부터 정기 감사, 시정조치 및 퇴출 프로세스까지 관리함으로써 공급망 전체의 합법 고용 기준을 유지하도록 해야한다. 또한 출입, 근태, 교육, 안전 기록을 통합 관리하는 디지털 대시보드를 도입해 실시간 감사 대응과 리스크 추적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미국 시장은 규제와 노동 환경이 한국과 크게 다르다. 특히 합법 고용, 안전 규정, 노무 리스크 관리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래서 미국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일수록, HR 파트너사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인력을 채워 넣는 수준을 넘어, 현지화와 안정적 운영을 뒷받침하는 핵심 파트너십으로 기능할 수 있다."

장재영 CEF 본부장 (출처 : CE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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