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성장 단계마다 '탈 학습하라'
[커리어 아카데미]② 김병학 아카사 AI 기술 총괄 기고문
성장 단계 스타트업에서 요구되는 역량은 탈 학습
기술을 넘어 사람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필요
나한테 맞는 테크 스타트업 고르는 비법
이 콘텐츠는 더밀크의 커리어 아카데미 2편입니다.
테크 스타트업이 50명에서 150명으로 커지는 성장단계(growth stage)에서는 '통나무집'을 만들 때 중요했던 성공경험으로부터 탈학습(unlearning)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팀과 함께 건물(building)을 튼튼하게 잘 만드는 감독자(contractor) 역할을 새롭게 재학습(relearning) 해야 한다.
특별히 이 시기에 자연스럽게 몇몇 사람들은 매니저, 팀장, 디렉터까지의 엔지니어링 리더십(engineering leadership)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많은 시니어 개인 전문가(individual contributor)들이 엔지니어링 리더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술적인 성장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환경에 부딪쳐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생각과 달리 리더십으로 성장하면서, 더욱 기술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여러 기회들이 기다린다.
예를 들어 탐정(detective) 소설에서 법의학 의사(forensic doctor)는 부검 중심 업무를 하기때문에 그 분야에서는 전문가다. 여러 부검 케이스를 다루면서 전문분야에 대한 기술적 성장한다. 탐정이 여러 사건을 다루게 되면서 법의학 의사의 도움으로 더 넒은 범위에서 탐정으로 빠르게 성장하게 되는 것에 비하면 법의학 의사가 가질 수 있는 성장의 속도와 정도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
위의 예시처럼, 성장단계에 진입한 테크 스타트업에서 새롭게 필요한 역량은 '동료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 하는 것(problems solving with help from others)'이다. 사실 이 역량은 3-6개월 단위의 매우 빠른 속도로 동시에 진행되는 여러 프로젝트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동시에 다방면으로 계속 발전시키며 사용 할 수 있는 범용기술(scalable and transferable skills)이기도 하다.
이 시기는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채용을 포함해서 '프로젝트 기획과 기술적 의사결정(project planning and technical judgement)'까지 성장해야하는 시기다.
인사관리(people management)와 프로젝트 성과관리(delivery management) 역할만을 하는 일반적인 프로젝트 매니저(project manager)와 달리, 이 단계의 성공적인 매니저는 기술 조직 기획 및 의사결정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의 존경도 받게 된다.
이러한 역량은 기존 팀을 설득하고 동기부여하거나, 새 팀원을 채용하는데 활용되기도 한다. 여러 프로젝트 방향을 결정하고 때로는 '선수 겸 코치(player-coach)'처럼 직접 프로젝트 진행도 유연하게 해야 한다.
특별히 이 시기에는 초기직원들이 번아웃(burnout)을 경험하기도 한다. 새로운 매니저들이 합류하면서 기존 초기직원들에게 조직 변화로 상대적인 상실감을 겪기도 한다.
따라서, 급격히 늘어나는 회의와 미팅의 관리와 함께 커뮤니케이션관련 역량 강화 또한 매니저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특별히 팬데믹 기간 중에는 미국 사람의 50% 이상이 번아웃, 스트레스, 불안 등의 정신 건강의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기간 중에 급격하게 원격으로 성장한 아카사의 머신러닝 그룹을 리드하면서 각 팀원들의 삶의 질(well-being)에 관심을 가지고 공감하고 돕는 역량을 기르기 위해 필자 또한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다.
도시를 디자인하는 건축가 되기
450명 이상으로 회사가 커지는 스케일 스테이지(scale-stage)에서는 다시 이전의 역할을 탈 학습하고 여러 팀(team of teams)을 통해서 '도시 한 구역 전체'를 디자인하는 건축가 또는 도시기획자 역할을 새롭게 재학습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시리즈 C 또는 후속 투자유치도 이뤄진다. 이전의 24시간 365일 계속 열심히 하는 '허슬 문화(hustle culture)'에서 벗어나 스케일이 가능한 '견고한 기술 조직 문화(strong culture)'를 정립해야 한다.
더불어, 이전단계의 엔지니어링 리더십(engineering leadership)에 더해 영업 및 마케팅 부서와 협업을 위한 비즈니스 감각도 요구되는 시기이다.
우선 엔지니어링과 비교해서 왜 영업과 마케팅이 어려운지 이해해야 한다. 조금 더 설명하면 기술적 엔지니어링(technical engineering) 조직은 성격상 많은 경우에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진실된 피드백(true feedback)을 받는다. 이에 반해 영업과 마케팅 부서를 포함한 비즈니스 조직은 업무의 성격상 고객들로 부터 사실적인 피드백을 받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 계약(business deal)에 성공하지 못했을때도, 기술적 엔지니어링 조직은 이전의 노력과 결과로 평가 받을 수 있지만, 많은 경우 비즈니스 조직은 거래의 성공 여부로만 평가 된다.
아울러, 성공적인 사업 제안(winning business proposal)을 위해서도 비즈니스 감각이 중요하다.
경쟁사와 비교해서 우리회사 강점을 고객의 관심과 필요(pain points)를 중심으로 정확히 탐색해서 어떤 부분을 영업과 마케팅 팀에서 활용 할 수 있을지 공유해야 한다. 물론 이에 따라 엔지니어링 조직의 기술개발 로드맵과 마일스톤도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 초기에는 스타트업 회사 특유의 유연성을 활용해서,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 얼리 어댑터 고객 필요를 우선적으로 빠르게 만족시킬 수 있다.
이후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이 생기면 유지되는 기존고객이 있기 때문에 초기 유연성은 줄어든다. 반면, 검증된 제품과 실적, 그리고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proven products and customer trust)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유연성을 가지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추구하는 새로운 초기단계의 테크 스타트업도 잠재적 경쟁자로 시장에 들어오게 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많은 경우 경영진(executive)이면서 테크놀로지스트(technologist)인 CTO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은 테크 스타트업의 공동 창업자(co-founder)가 되는 것이다.
엔지니어링 부사장(VP of Engineering)이 되기 원하는 경우 큰 회사에서 이 시기에 테크 스타트업에 조인하는 것이 부사장이 되는 빠른 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필자도 회사의 성장과 함께 이 단계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학습하고 있다. 특별히 성공적이었던 지난 3년간의 AI 사업을 극대화하면서도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AI 시장과 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연구개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회사를 대표해서 미국의 유수병원 그리고 대학과 연구 협력기회를 찾고, 프로젝트 제안, 계약 체결 후 진행까지 모든 단계를 책임지는 등 이전 단계 리더십과 또 다른 성장을 경험중이다.
나한테 맞는 테크 스타트업 고르는 비법
한 사람이 개인 커리어 단계와 빠른 회사 성장 속에서 성공을 맛보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단계별 혁신(serial innovations) 과정을 한 스타트업 또는 여러 스타트업을 통해 성공적으로 경험한 개인은 자신이 몸 담았던 회사를 떠난 후에 인터뷰 요청건수 또는 연봉과 스톡옵션 인상폭 등을 통해 압축적 성장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회사의 빠른 성장 속도에 개인의 역량을 성장시키지 못한다면 초기 멤버 또는 창업자라도 자기가 시작한 회사에서 해고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런 매력적인 테크 스타트업과 동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회사에 합류해야 할까? 또는 어떤 스타트업이 좋은 스타트업일까?
첫번째, 좋은 테크 스타트업은 기술변화의 타이밍을 지렛대(leverage)로 삼는다. 특별히 기술의 성장 주기인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에서 초기 혁신 단계에 있는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매우 큰 성공(hit)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도 이전 회사의 경험만을 빠르게 다시 반복하게 되므로, 개인의 성장폭이 제한된다.
두번째 좋은 테크 스타트업은 문샷(moonshot)까지는 아니더라도 큰 영향력(impact)을 가져올 수 있는 아이디어(idea)에 집중해야 한다.
좋은 스타트업이 되려면 지금은 주목받지 못하거나 일반적인 사람들이 내가 기술과 회사에 대해 설명했을 때 바로 100% 이해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이야기해서, 내가 이야기 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쉽게 알아듣는다면, 파티에 늦었다(Late to the Party)고 생각하면 된다.
세번째, 좋은 테크 스타트업이냐를 판단하는데는 좋은 벤처캐피탈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는것이 중요하다.
사실 스타트업은 대부분이 망하는 것이 현실이다. 스타트업은 평생 직장이 아니라고 처음에 이야기 했다. 그럼에도 스타트업 경험은 창업가와 팀에게 축적된다. 하지만 한 개인이 평생 경험할 수 있는 제한된 스타트업의 숫자를 생각하면, 스타트업 생태계 노하우(know-how)가 축적되는 장소로서 역할을 담당하는 곳은 벤처캐피탈이다.
위의 기준을 만족하는 매력적인 팀을 만났다면, 합류하기 전에 창업팀에게 아래 항목들을 확인하기를 추천한다.
회사의 런웨이(runway, 현재 보유 현금으로 회사가 버틸수 있는 기간)는 얼마인지, 런웨이를 포함한 투자 유치계획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일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위험 신호(red flag)로 생각해야 한다. 또한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 이유, 투자 성향 그리고 현재 포트폴리오도 살펴보면 좋다. 특별히 아직 수익모델이 없는 초기 단계일 스타트업라면 투자자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알수 있다.
더불어, 극초기 단계를 지난 B2B 스타트업인데도 영업과 마케팅 직원이 고용이 되지 않는다면 회사의 수익 가능성에 대한 위험 신호로 여겨야 한다. 또한 만약 부여받은 스톡옵션이 휴지조각이 되고 기본 연봉(base salary)만 남게 되어도 개인적으로 괜찮은지 충분히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초기 단계 스타트업 일수록 비상장 주식인 스톡옵션의 위험도가 높지만 이 후 상승폭은 더 크다는 것도 강조하고 싶다.
스타트업을 희망하는 모든 사람들이 스타트업이라는 세계에서 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개인별로 위험 감수도(risk tolerance)도 매우 다르다. 하지만 새로운 커리어와 일의 의미 그리고 때로는 재정적 보상까지 줄 수 있는 테크 스타트업 여행에 함께 도전하는 동행자가 이 글을 통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김병학 아카사 AI기술총괄
김병학 박사는 현재 실리콘밸리 헬스케어 AI 유니콘 스타트업 아카사(AKASA)에서 머신러닝 기술 연구 개발을 이끌고 있다. 고려대학교, 스리랑카와 캄보디아의 3세계를 거쳐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전자공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졸업 후, 실리콘밸리 대기업 마벨 반도체(Marvell Semiconductor) R&D팀에서 4년간 일한 후, 지난 6년여 동안 세 곳의 실리콘 밸리 AI 스타트업을 경험했다. 음성인식 AI 스타트업 카피오(Capio), EdTech 유니콘 스타트업이자 실리콘밸리의 대학으로 불리는 유다시티(Udacity)의 AI팀을 거쳐 2019년 아카사에 첫 멤버로 합류했다. 여러 초기 스타트업들의 기술 고문(tech advisor), 실리콘밸리의 소중한 한국계 커뮤니티이자 네트워크인 베이 에어리아 K그룹(Bay Area K Group) 이사회에서 부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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