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했더니 카드 키 작동 안돼”… 구글, 1.2만명 해고에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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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3.01.20 13:16 PDT
“출근했더니 카드 키 작동 안돼”… 구글, 1.2만명 해고에 대혼란
구글 마운틴뷰 본사 전경 (출처 : Gettyimages)

일부 직원들 카드키 인식 후에야 해고 사실 인지
순다르 피차이 CEO “결정에 대한 모든 책임 지겠다”
노조 반발 “이익 내면서 직원 일자리 도마에 올리나”

평소에는 로비문을 근무 시간에 열어두는데, 오늘은 모든 로비가 잠겨 있었습니다.

실리콘밸리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 A씨는 20일(현지시각) “회사가 지금 난리다. 분위기가 엄청 썰렁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이날 1만2000명에 대한 해고 사실을 밝히면서 직원들이 대혼란을 겪었다는 것이다. 

A씨는 “아침에 출근할 때 로비 밖에서 담당 매니저 기다리는 사람도 봤다”며 “카드키가 작동하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뉴욕 맨해튼 오피스 앞에서는 카드키 테스트를 위해 구글 직원들이 줄을 늘어서는 장면이 연출됐다. 뉴욕 기반 크립토(Crypto, 암호화폐) 전문 매체 디크립트의 다니엘 로버츠 편집장은 “테스트 결과 표시등이 빨간색이면 해고됐다는 뜻”이라며 “녹색이면 그렇지 않았다”며 오전에 벌어진 일을 전했다. 

출근하기 전 공지 이메일을 확인하지 못한 직원들은 출근하고 카드키를 테스트해 보고 나서야 해고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로버츠 편집장은 “정리 해고 이메일은 이날 오전 7시에 전송됐다”며 “미처 이메일을 확인하지 못한 직원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 캡처 (출처 : Google)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전 직원의 약 6%인 1만2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이는 구글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피차이 CEO는 “결정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채용 담당 등 핵심 업무 분야와 거리가 있는 부문은 다른 부문보다 인원 감축 규모가 더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감원은 알파벳이 거느린 전 세계 모든 자회사에 걸쳐 진행된다. 알파벳 측은 정리해고 대상자에게 16주 치 임금과 6개월간 의료 보험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미국 외 다른 국가에서는 현지 법에 따라 다른 복지 혜택을 지급할 예정이다.

피차이 CEO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작별을 고하게 돼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알파벳 제품 및 서비스의 가치, AI(인공지능) 분야 초기 투자 덕분에 우리 앞에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확신한다. 기회를 확실히 잡으려면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엄격한 검토를 수행, 직원의 역할이 회사의 최우선 순위에 부합하는지 확인했다”며 “그동안 전 세계인과 기업을 돕기 위해 열심히 일해온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구글 노조는 이날 대규모 해고와 관련 즉각 성명을 내고 “수십억달러 규모의 이익, 막대한 경영진 보상이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일자리가 도마 위에 올라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앞서 아마존(1만8000명),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1만1000명), 마이크로소프트(1만명), 트위터(3700명) 등 다른 실리콘밸리 빅테크 역시 일제히 대규모 감원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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