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엔지니어+연애상담사? 건국의 아버지가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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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jin Kim 2023.08.21 02:03 PDT
정치인+엔지니어+연애상담사? 건국의 아버지가 남긴 교훈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걸린 벤자민 프랭클린 초상화 (출처 : 더밀크 김세진)

미국 SEC는 왜 크립토 때리기로 돌변했나?
의회∙규제 기관∙업계의 치열한 수싸움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오픈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소개로 시작합니다. 
미국 MZ의 투자법은 X세대와 다릅니다. 이때 디지털이 다가 아니죠.
잠자면 포켓몬 주는 수면 관리+게임 앱이 뜨고 있습니다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PDK도 주목받고 있죠.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은 진정한 ‘갓생’러였습니다. 갓생은 신을 뜻하는 '갓(God)'과 '생(生)'을 합친 신조어로 타인에게 모범이 되는 인생을 뜻합니다. 그의 직업은 외교관, 철학자, 과학자, 작가, 발명가, 외교관 등으로 프로N잡러였습니다. 미국 독립선언서를 작성하고, 지금도 대부분 빌딩에 설치된 피뢰침(벼락방지침), 이중초점렌즈를 발명하는 등 업무 성과도 뛰어났죠. 그런데 프랭클린의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이 또 있습니다. 바로 연애 어드바이저입니다. 

실제 '연애고수'로 알려진 그는 1745년 6월 “젊은 남성이 아내를 선택하는 법(Advice to a Young Man on the Choice of a Mistress)”이라는 제목으로 한 청년에게 성적충동을 제어하는 법에 대해 조언하는 편지를 씁니다. 그는 결혼을 해결법으로 추천하고 배우자로 연상이 연하보다 더 나은 8가지 이유를 썼죠. 편지는 19세기 미국에서 외설법(obscenity laws)을 이유로 프랭클린의 논문 모음집에 출판되지 않았습니다. 1920년이 돼서야 그의 전기에 실렸죠. 

무게를 잡았던 당대 정치인과 다르게 그는 대담한 언어를 정치에 활용할 줄 알았습니다. 프랭클린의 초상화가 걸려있던 이 장소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헤스터 피어스(Hester M. Peirce) 이사가 짜 준 여행 코스였죠. 워싱턴DC엔 수많은 박물관이 있지만, 피어스 위원은 이 곳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거기에서 프랭클린의 초상화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미국 SEC는 왜 크립토 때리기로 돌변했나?

저는 최근 미국 정치의 심장부, 워싱턴D.C를 다녀왔습니다.

헤스터 피어스 위원은 정치권, 암호화폐 업계에서 유명 인사입니다. 그가 재직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46조달러(약 6경원) 규모의 미국 증권시장을 감시∙감독하는 미국의 연방 수사기관이죠. 전세계 증시 시가총액의 약 40%입니다. 개리 겐슬러 위원장이 이끄는 SEC는 2021년 취임 이래 코인베이스, 크라켄, 바이낸스와 창펑 자오 창업자 등을 제소하며 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 이때 헤스터 피어스 위원은 SEC 내에서 겐슬러 위원장과 대립하며 견제하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SEC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SEC 위원회'에서 겐슬러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죠.

👉 그는 기술 산업에 대해 비교적 선명한 의견을 내놓으며 정계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존 리드 스타크(John Reed Stark) 전 SEC 집행국장은 최근 2024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대통령이 선출될 경우 헤스터 피어스 위원이 새 수장이 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죠. 

암호화폐 시장은 전통 금융의 2%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SEC는 왜 주목할까요? 관할권이라는 힌트가 있습니다. 이 질문을 하기 위해 저는 1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워싱턴D.C 본부에서 피어스 위원을 만났습니다. 그는 SEC가 암호화폐 기업을 제소하기까지 된 내부의 이야기와 규제 향방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털어놨습니다. 

👉 미국 금감원의 시각

헤스터 피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은 기술 산업에 대해 '선 규정 마련, 후 제재'를 주장한다. (출처 : 더밀크 김세진)

의회∙규제 기관∙업계의 치열한 수싸움

미국 암호화폐 시장은 ‘규제없는 제재’ 환경이 됐습니다. 그 이유는 외부에 있습니다. 암호화폐 규제가 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치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되면서 의회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반면, 투자자 보호와 관할권 확립이 목표인 금융 규제기관은 기존 규칙에 따라 제재에 나선 탓입니다. 

👉 미국 암호화폐 규제는 이제 국회가 주요 무대가 됐습니다. 내년 2024년 11월 대선과 국회의원(상원, 양원) 선거를 앞두고, 양당에서는 각종 암호화폐 관련 정책 및 법안을 잇따라 내놓으며 표심 잡기에 나섰습니다. 미국 대선 및 총선 선거전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암호화폐가 당파를 초월한 '초당파화'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배경에는 암호화폐 유권자 데이터에 있습니다. 

👉 이런 상황에 업계는 로비 등으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치컨설팅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기반도 마련하죠.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사업자 허가 취득과 동시에 집행 조치를 하는 규제 당국의 조치에 법적 대응 중입니다. 여기에 정치인의 암호화폐 관련 행보를 모아 놓은 포털 사이트를 만들며 여론몰이에 나섰습니다. 

👉 물밑에서 벌어지는 일

SEC 워싱턴 본부 전경 (출처 : 더밀크 김세진)

정치가 개입하면 상황은 복잡해집니다. 기술산업의 일부에 불과했던 크립토는 이제 유권자를 포섭하려는 양당 의회, 관할권을 차지하려는 규제기관, 크립토 기업들의 파이를 차지하려는 전통 자산운용사들까지 뛰어들면서 복잡한 수싸움이 벌어지는 무대가 됐습니다. 

이쯤 돼서 벤자민 프랭클린을 다시 꺼내 봅니다. 그의 역작(?)으로 ‘A Letter to a Royal Academy about farting’가 있습니다. 번역하면 ‘방귀에 대한 고찰’입니다. 편지에서 그는 상당한 수준의 고급 어휘로 진지하게 방귀에 대해 설명합니다. “인간이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을 거칠 때 생명체의 내장에서 상당한 양의 바람이 생성, 결합된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이 공기가 몸에서 빠져나와 대기와 섞이도록 허용할 경우 지대한 악취를 수반하며 이는 곧 동행에게 굉장한 불쾌감을 허용한다”라는 식이죠. 

이때 이 편지의 수신자는 왕립아카데미였습니다. 당시 유럽의 학회가 점점 더 허례의식에 집중하고 현실을 외면하는 현상을 비꼰 거죠. 내셔널포트렛갤러리에는 미국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식민지 시절부터 독립전쟁까지 미국 현대사를 일군 인물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그중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있었죠. 지금 누가 벤자민이고, 왕립아카데미일까요? 그 평가는 내년에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 어퍼이스트사이드에서
김세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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