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 곡소리나는 미국 ... 물가 얼마 올랐길래?
[뷰스레터플러스]
미국서 체감하는 실제 물가는?
인플레 벼르는 연준, 강한 긴축 예고
위기의 증시 배당주로 방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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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스레터와 함께 미국 증시와 글로벌 경제에 대한 혜안을 얻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권 기자. 나 미치겠어"
지난 13일(현지시간) 조지아주의 대형 마트에 갔습니다. 평소 친분이 있던 마트 지점장 A씨는 저를 보더니 다급한 얼굴로 “미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일주일마다 벤더 업체로부터 물건을 받는데, 그때마다 가격이 올라서 미칠 지경이다"라고 고개를 흔든 것입니다. 특히 물류비용만 3배 이상 올랐다고 하는데요. 예민한 소비자들 때문에 판매가에 비용 상승분을 모두 반영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그는 “판매할 물건은 없고, 마진폭도 줄어들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 마트는 코로나 팬데믹에 재택근무가 늘면서 지난해 매출이 사상최대를 기록했다고 했는데요. 올해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가격 상승과 물류비 때문에 정신이 없어 보였습니다.
생각난게 있어 다른 마트의 지점장 B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면서 “박스를 뜯고 있다”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일할 사람이 없어서 지점장인 자신이 직접 물건 포장을 풀고 있다면서 “어디 사람 좀 없냐”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저라도 파트타임 뛸까요?”라고 물었더니 “시간당 13달러 드리겠다. 언제든 환영한다”고 합니다. 팬데믹-공급난-구인난까지 인플레이션을 촉발한 모든 이슈에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와 미국 경제 상황을 반영한 모습이었습니다.
이처럼 미국 경제를 짓누르고, 뉴욕증시 변동성의 주범인 ‘인플레이션’을 보면 “정말 미쳤다” “허리가 휜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미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에 비해 7.5% 상승했습니다. 1982년 2월 CPI는 7.6% 였습니다. 팬데믹 전인 2019년 1월 CPI가 1.8%였으니 어느 정도 물가가 올랐는지 쉽게 비교가 가능합니다.
미국인들이 얼마나 돈을 더 지출하는지를 보면 피부로 와닿습니다. 무디스 조사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미국 가정은 월 평균 276달러를 더 쓰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화로는 30만원의 추가 지출이 있는 겁니다. 1년으로 환산하면 3312달러, 16일 환율 기준으로 약 396만원에 해당합니다. 아내와 장을 보러 나갈 때마다 별로 산 물건이 없는데, 100~200달러를 훌쩍 넘는 걸 경험하게 됩니다.
미국 경제는 ‘역대급 인플레이션’이라는 위기를 맞았는데요. 미국은 지난 40년간 이런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지난해까지 비둘기 같은 온순한 모습을 보였던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데요. 인플레이션도 잡고, 미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3월부터 강력한 금리인상을 예고 했습니다.
미국서 체감하는 실제 물가는?
인플레이션이 사상 최고치라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얼마나 올랐을까요.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표를 항목별로 보면 1월 중 중고차 가격은 전년대비 40.5%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주도했습니다. 식품 가격은 7% 급등하면서 198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는데요. 패스트푸드 가격도 1년 전보다 8%, 육류와 계란 가격도 두 자릿수 이상 오르면서 식료품 가격이 7.4% 상승했습니다.
이런 물가 상승 때문에 더욱 피해를 본 계층이 있는데요. 지난 10일 마켓워치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분석을 인용해 "45~54세 미국인이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전했습니다. 이 연령대의 미국인은 월평균 305달러를 더 지출하고 있었는데요. 미국 평균 가구의 추가 지출인 월 250달러를 웃도는 비용입니다. 또 밀레니얼과 히스패닉 인종, 그리고 중산층이 인플레 상승에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중고차 가격과 휘발유 가격 등이 천정부지로 오른 탓에 교통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플레이션은 ‘대이동'을 낳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구가 몰리던 해안가에 위치한 대도시에서 벗어나 미 남부 썬벨트를 중심으로 한 내륙의 중소도시로 인구가 몰리고 있는 건데요. 생활비 때문입니다. 제가 거주하는 애틀랜타는 지난해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9.8%에 달한 반면 샌프란시스코는 4.2%로 애틀랜타 물가 상승의 절반 정도였습니다. 애틀랜타는 인구 1000명당 5명이 유입됐고, 샌프란시스코는 1000명당 27명이 이탈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가장 높았지만, 여전히 다른 대도시와 비교해서 집 값을 비롯한 생활비가 저렴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미국의 인플레가 경제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연준, 강한 긴축 예고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에 이르면서 미 연준은 위기를 맞았습니다. 인플레를 정책으로 잡지 못하면 정책 실패 책임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제롬 파월 의장의 도전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보다 더 가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WSJ는 “1980년대 폴 볼커 의장 이후 어떤 연준 의장도 지금과 같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씨름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파월 의장은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합니다. 경기침체를 가져오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합니다. 하지만 WSJ은 “연준이 역사적으로 단 한 번도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은 적이 없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16일(현지시간) 공개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대로 낮아지지 않을 경우 더 빠른 속도로 정책 조정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한 목소리를 냈는데요. 의사록에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73차례나 등장했다고 하니 연준이 얼마나 인플레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지난해 시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기론을 꺼냈을 때 연준은 “일시적인 물가상승”이라고 이를 일축했죠. 연준의 ‘판단 미스’가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까요?
인플레이션, 배당주로 방어하자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연준의 금리인상이 예고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지정학적 변수가 미국 증시를 흔들고 있는데요.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성장성이 좋은 기업보다 안정적인 수입을 제공하는 배당금 수익을 노리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죠. 배당금을 확대하고 있는 톱픽 6개 기업, 기사에서 확인하세요.
저는 최근 가족 모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2주 정도 집에서 격리생활을 했는데요. 시작은 3살 막내였습니다. 별다른 여행지에 다녀온 적이 없는 걸 보면 아마도 ‘데이케어’에서 전염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나름 집안에서 격리를 한다고 했는데, 결국은 모두 감염이 되고 말았습니다.
막내는 이틀 정도 고열이 있었지만 금세 나아졌고, 저와 아내는 한 2~3일간 미열과 인후통, 그리고 몸살 기운이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첫째 딸은 무증상으로 지나갔고요. 만났던 지인들에게 모두 확진 사실을 알렸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지인들이 이미 같은 경험을 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만큼 주변에서 코로나가 많이 확산됐던 건데요. 증상이 심하지 않았다는 공통점도 있었습니다. 이제 코로나가 감기, 독감 수준의 풍토병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미국은 “코로나가 이제 최종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8살 첫째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선택사항으로 하고, 코로나19 확진자 집계도 별도로 하지 않겠다는 공지를 보내왔는데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빅테크 기업도 이달 말부터 오피스 출근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제 정말 ‘탈코로나’를 준비해야 할 시기입니다. 물가 상승도 빨리 진정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많은 인구 유입으로 뜨고 있는 도시 애틀랜타에서
권순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