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습니다. 집이란 무엇인가?
10년 뒤 미래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곧 있으면 한국의 설날이네요. 어렸을 적 설에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아궁이에 불을 지펴 가마솥에 밥을 하고, 10명이 넘는 식구들이 다닥다닥 붙어 뜨끈한 온돌방에서 다같이 이불을 나눠쓰며 자곤 했습니다. 자다가 소변이라도 마려우면 곤욕을 치뤄야 했는데요. 인기척을 바로 느낄 수 있는 사이에서 조심스레 까치발을 들고 집을 나와 저 멀리 있는 푸세식 화장실을 가야했기 때문이죠. 투박하고 오래된 삶의 흔적들이 곳곳에 묻은 터전을 집이라 불렀습니다. 그 곳에서 우린 가족을 만나고, 살을 부대끼는 삶을 기억합니다.
이제 집은 보다 편리하고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공간이 됐습니다. 신식 오피스텔에서 자취를 시작하는 사회초년생이 있는가 하면, 미국에 사는 98년생 제넬 엘리아나(Jennelle Eliana)는 돈을 저축하기 위해 Van life(승합차에 사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작은 차에도 주방과 침실이 구분돼 있고, 아기자기하게 꾸민 방 안에서 반려 뱀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동하는 차가 집이다보니 렌트비를 아낄 수 있고, 매순간이 도착인 삶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
자유를 보장해야하는 집이 엄청난 가격 때문에 자유를 저해하는 최대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의 세렌덱스는 24시간 안에 짓는 집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 구체의 세계 최첨단 주택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는데요. 구체는 자연재해에 강하며 모양 자체가 구조체가 되기 때문에 철근을 사용하지 않아 비용과 시간을 절감해 집의 가격을 1/10인 3만달러(약 3500만원)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첨단 IoT 기기 및 가전을 제어할 수 있는 모션 컨트롤, 보안 장치, 식품용 3D 프린터, 반려동물형 로봇 등을 집에 결합해 세계 최첨단 주택을 올해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으로의 집, 우리가 살고 싶은 생활양식에 맞춰 변해가고 있는데요. 또 어떤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을까요?
10년 뒤 주방은 사라진다?
냉장고에 음식 대신 화장품과 팩을 넣어 놓고, 가스렌지 대신 전자렌지를 더 많이 사용하는 MZ세대. 요즘 바쁜 현대인들은 과연 얼마나 자주 주방을 사용할까요? 재료를 구매하고, 냉장고에 정리하고, 요리하는 이 모든 과정을 간소화한 편리한 자동화 솔루션이 10년 뒤 주방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최도철 삼성전자 수석 부사장은 "집값이 비싼 홍콩에 주방이 없는 집이 있다"면서 미래에 주방이 사라질 수 있음을 암시했습니다. 하지만 요리를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들에겐 주방은 필수겠지요. 그래도 가끔 너무 바쁘고 귀찮을 땐 나 대신 건강하고 맛있는 집밥을 해주는 로봇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주방을 대체할 자동화 솔루션은 어떤 모습일까요? 보다 의식적으로 먹는 소비자들을 위한 ‘맛, 편의성, 건강'을 고려한 개인화 시스템이 관건인데요. 배송 온 재료를 바로 보관할 수 있는 집과 연결된 냉장 라커, 썰기부터 끓이기까지 원터치 조리 시스템 등 시간을 10배는 단축시킬 수 있는 미래의 주방에 대해 알아보세요.
개인 욕구 예측하는 ‘지능형홈'
스마트홈에서 “~해줘"라고 정확히 말해야 했다면, ‘지능형홈’은 단순한 명령과 통제가 아닌 개인의 욕구를 예측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지능형홈은 혼자서도 척척 알아서 해야합니다. 거주자의 습관과 생활 양식에 따라 기기들이 학습하고 조정하고 변화를 만드는데요. 거주자가 불편함을 느끼기 전에 딱 맞는 편리한 생활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지능형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보안과 건강관리입니다. CES 2022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에센스의 마이쉴드(My Shield) 보안관리 장치는 침입자를 조기에 감지, 실시간 카메라 영상, 음성 통신 설계로 위협을 평가합니다. 침입자로 판단되면 30초만에 전용 매연 확산기가 건물을 연기로 가득 채우는데요. 인체에 무해하지만 방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연기가 방출되면서 침입자를 도망가게 합니다.
또한 지능형홈은 알츠하이머 노인들에 대한 솔루션을 내놓기도 하는데요. 어떤 방법일까요? 우리가 살 미래의 지능형홈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시다.
더밀크의 시각
“저보고 어쩌란 말이에요? 아무것도 작동 안 해요. 무슨 전원을 뽑으라는 거예요? 모두 벽 속에 있는데요. 스마트 하우스를 지을 때 그런 식으로 설치했잖아요.”
미드 ‘미스터 로봇(Mr.Robot)’에서 천재 해커가 변호사의 스마트홈을 해킹해서 집을 일부러 고장냅니다.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하는 영상을 TV에 띄우고, 노래 음향, 조명, 샤워 온도를 마음대로 조절해서 공포를 일으키고, 집안 온도를 4도까지 떨어뜨려 추위에 떨게 하죠. 수리업체에 전화를 해보지만 전원이 벽 속에 있어 아무것도 마음대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결국 계획대로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해커는 침입합니다.
사실 ‘개인화’, ‘자동화'된 미래의 집의 편리성은 내가 제공한 데이터의 값입니다. 집이 똑똑해지기 위해서는 외출한 시간, 생활 패턴 정보와 같은 다양한 개인의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누군가 그 데이터를 훔치거나 조작하면 한 사람의 삶의 양식이 통틀어 지배 당할 수도 있습니다. 미래의 집은 편의와 사생활의 특정 부분을 기꺼이 포기하는 것 사이의 균형 문제를 잘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해보입니다.
손때 묻은 흔적으로 집의 향기와 고유함을 만들었던 할머니의 집. 내 몸을 편안하게 맞춰주는 시대에 내가 원하지 않아도 밥을 차려 놓고 나갔던 엄마의 사랑과 집안 곳곳 걸어놓은 아빠의 작은 액자는 내 마음과 달라 그리워진 풍경이 됩니다. 우린 결국 내 마음 같지 않던 서툰 흔적들이 집을 완성해 갔다는 사실을 마주하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더밀크 문준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