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위기의 본질은 사업성 아닌 '정체성'
스타벅스(SBUX) CEO 케빈 존슨이 16일 은퇴를 발표했습니다. 지금의 스타벅스를 만든 하워드 슐츠에 이어 2017년 CEO가 된 지 5년 만이에요. 후임 CEO는 ‘임시’라고는 하지만 다시 슐츠입니다. 존슨이 은퇴를 발표하고 슐츠가 복귀를 밝힌 이날 스타벅스의 주가는 약 5%가 올랐고 이후 이틀까지 치면 모두 8%가 상승했어요.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하락하던 스타벅스의 주가가 모처럼 오른 거에요.의외입니다. 우선 스타벅스라는 글로벌 기업, 게다가 세계 최대의 커피 체인이면서 레스토랑 기업으로서는 맥도널드, 서브웨이와 함께 지점 수 기준으로 세계 3위 안에 드는 기업이 명확한 승계 계획이 없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또 존슨 CEO가 이끌어온 스타벅스의 실적이 그리 나쁘지 않았기에 주가 상승도 의외였죠.주가 상승은 존슨의 은퇴 때문이라기 보다는 슐츠의 복귀 덕분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번에 복귀하면 그는 세 번째로 스타벅스의 CEO가 되는 셈인데요, 그만큼 그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슐츠는 스타벅스를 창업한 사람은 아니에요. 스타벅스에서 일하다가 나가서 다른 커피숍을 열었고 나중에 스타벅스를 인수했어요. 1988년의 일입니다. 그 후 슐츠는 스타벅스를 지금의 글로벌 커피 체인으로 키워냈죠.그런 면에서 동네 커피숍에 지나지 않던 스타벅스를 사실상 재창조한 사람이죠. 마이크로소프트를 윈도우 기업에서 클라우드 기업으로 재창조한 사티야 나델라와 같은 리파운더(re-founder)라고 할 수 있어요.슐츠는 2000년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다시 복귀했습니다. 모두가 소비를 줄이던 시기여서 어려움을 겪던 스타벅스를 다시 되살려 냈었죠. 이번 CEO로의 복귀도 스타벅스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스타벅스가 ‘파트너’라고 부르는 바리스타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 에요.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입니다. 스타벅스는 정체성 측면에서 이보다 훨씬 더 큰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에요. 어쩌면 이 위기는 자동화와 인공지능(AI)로 가는 길목에 있는 모든 기업이 직면한 위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