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팩 2025] 갤럭시는 제2의 파운드리?… 삼성 AI가 안 보인다
삼성전자, 신형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7·플립7’ 공개
8.9mm 역대 가장 얇고 가벼운 폴드… 아머 플렉스 힌지 적용
멀티모달, 개인화된 AI 강조… 구글 협업 강화돼
갤럭시 워치8 항산화 기능 관심... 5초 만에 측정
더밀크의 시각: ‘엔비디아-TSMC’ 동맹에서 얻는 교훈
“갤럭시 AI가 AI 동반자가 돼 매일의 삶을 한 단계 높여줄 것입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은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브루클린 듀갈 그린하우스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5(Galaxy Unpacked 2025)’ 무대에서 “AI가 강력한 모바일 기술과 결합되면 완전히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역대 갤럭시 Z폴드 중 가장 얇은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7(Galaxy Z Fold7)’을 공개하며 ‘갤럭시 AI’를 앞세운 것이다. 더 얇아진 폴더블폰이라 휴대가 간편하면서도 대화면을 즐길 수 있고, 뛰어난 AI 성능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 사장은 “갤럭시 AI는 개인 정보 보호를 핵심으로 설계돼 데이터를 항상 안전하게 보호한다”며 “가장 큰 혁신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서로 도전하며 성장할 때 이뤄진다”고 했다.
그는 이어 “갤럭시 Z 폴드7과 Z 플립7는 혁신의 정점을 상징한다”며 “새로운 갤럭시 시리즈가 스마트폰 경험을 또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8.9mm 역대 가장 얇고 가벼운 폴드… 아머 플렉스 힌지 적용
새로운 갤럭시 Z 폴드7의 가장 큰 특징은 역대 갤럭시 Z 폴드 시리즈 중 가장 얇고 가벼운 디자인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 Z 폴드7의 두께는 8.9mm로 2019년 처음 출시된 갤럭시 폴드 대비 48%나 두께가 얇아졌다.
지난 2024년 공개된 갤럭시 Z 폴드6 비교해도 26% 더 얇아진 수치다. 갤럭시 Z 폴드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에 걸쳐 29% 얇아졌는데, 단 1년 만에 이와 비슷한 정도로 두께를 줄였다. 펼쳤을 때 두께는 4.2mm로 5센트 동전 두 개 정도 두께다.
접히는 폴더블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바 형태인 아이폰 16프로 맥스의 두께(8.25mm)와 비슷한 수준으로 폼팩터가 발전했다. 현장에 전시된 실제 제품을 만져 보니 폴더블폰 특유의 두께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올해 1월 출시된 갤럭시S25 울트라와 비슷한 정도의 컴팩트한 인상이었다.
얇은 두께를 가능케 한 핵심 기술 중 하나는 ‘아머 플렉스 힌지(Armor Flex Hinge)’다. 접힐 때 스마트폰 내부에서 둥글게 말리며 빈 공간에 밀착하는 구조로 슬림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동시에 내구성도 확보한 것.
디스플레이 역시 티타늄 소재를 적용해 더 얇고 가벼워졌으며 초박막 강화유리(UTG, Ultra Thin Glass)의 두께를 전작 대비 50% 늘려 내구성은 더 높였다.
커버 디스플레이는 6.5형 다이내믹 AMOLED 2X(너비 약 64.9mm)를 적용해 21:9 화면비로 접은 상태에서도 바(Bar) 타입 스마트폰과 유사한 사용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제작됐고, 펼치면 보이는 8.0형 메인 디스플레이는 갤럭시 스마트폰 중 가장 넓은 화면으로, 전작 대비 11% 넓어졌다.
멀티모달, 개인화된 AI 강조… 구글 협업 강화
하드웨어 혁신과 더불어 삼성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AI 기능이었다.
노 사장에 이어 무대에 오른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 사장은 “갤럭시 Z 폴드7은 실시간으로 당신을 지원하려는 의도를 예측하고 생활 방식에 적응할 수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며 “고차원적인 AI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선 멀티모달(multimodal, 다중모드)과 개인화가 핵심”이라고 했다.
멀티모달 AI 핵심 기능은 구글과의 협업으로 구현했다. 구글이 지난 5월 ‘구글 I/O 2025’에서 발표한 제미나이 라이브(Gemini Live)가 대표적이다. 카메라 및 화면 공유 기능이 통합된 제미나이 라이브를 활성화하면 스마트폰으로 눈앞의 사물을 비추며 음성으로 질문을 던지고 실시간 답변을 얻을 수 있다.
구글 제미나이 모델이 이미지, 영상, 음성, 텍스트 등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처음 보는 디저트를 카메라로 비추며 이름을 물어보면 제미나이가 화면 속 이미지를 분석해 알려주고, 인근의 유사한 디저트 맛집을 추천해 주는 식이다. 이렇게 얻은 정보를 메모장에 저장하고, 캘린더에 맛집 방문 일정을 등록할 수도 있어 개인화된 경험이 가능하다.
또,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안드로이드 16 일정에 맞춰 새롭게 적용된 One UI 8을 기반으로 갤럭시 AI와 구글 제미나이를 새로운 갤럭시 Z 폴드7에 최적화했다. One UI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기기를 위해 설계하는 안드로이드 기반 커스텀 UI다. 갤럭시 스마트폰 운영체제(OS)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자사 소프트웨어, UI를 안드로이드 업데이트에 맞춰 공급하고 있다.
원활한 온디바이스 AI 성능 구현을 위해 칩셋은 퀄컴의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Snapdragon® 8 Elite for Galaxy)’를 탑재했다. 이 칩셋은 전작 대비 NPU와 CPU, GPU 성능이 각각 41%, 38%, 26% 향상됐다.
생성형 편집(Generative Edit) ‘지울 대상 추천(Suggest Erases)’ 기능으로 사진 속 배경 인물을 자동으로 감지해 제거하거나 ‘오디오 지우개’ 기능으로 동영상의 배경 소음을 제거할 수 있다. 실시간 언어 번역, 개인화 추천 등 다양한 AI 기반 기능을 더욱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갤럭시 워치8 항산화 기능 관심... 5초 만에 측정
삼성전자는 이날 새로운 플립형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플립7(Galaxy Z Flip7)’과 갤럭시 워치8·갤럭시 워치8 클래식도 공개했다.
갤럭시 Z 플립7은 시리즈 최초로 4.1형 플렉스윈도우(커버 스크린)를 탑재했다. 베젤은 1.25mm로 더욱 얇아졌으며, 최대 밝기 2,600니트, 최대 120Hz 주사율을 갖췄다. 주변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밝기를 조절해 주는 비전 부스터(Vision Booster)를 지원해 밝은 야외에서도 뛰어난 가독성을 제공한다. 펼친 화면의 크기는 6.9인치로 다이내믹 AMOLED 2X 메인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기기를 펼치지 않아도 문자 회신, 음악 재생, 일정 확인을 할 수 있으며 고화질 셀피 촬영 및 제미나이 음성 호출을 통한 다양한 앱 연동을 수행할 수 있다.
플렉스 윈도우에 적용되는 나우 바(Now Bar)는 커버 화면에서 앱의 실시간 정보 확인, 영상·음악 제어, 실시간 경기 결과 등을 한눈에 보여주며 나우 브리프(Now Brief)는 위치·시간·사용 습관을 바탕으로 맞춤형 정보를 자동으로 추천한다.
갤럭시 워치8 시리즈는 일상적인 건강 관리에 최적화된 ‘갤럭시 워치8’과 회전 베젤 및 퀵 버튼을 적용해 아날로그 워치의 감성을 더한 ‘갤럭시 워치8 클래식’ 2개의 모델로 출시됐다.
스마트워치 최초로 탑재된 ‘항산화 지수’ 기능은 현장에 참여한 청중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항산화 성분 중 하나인 ‘카로티노이드’ 수치를 단 5초 만에 측정할 수 있어 노화 관리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치 후면의 ‘바이오액티브 센서’에 엄지손가락을 5초간 대면 항산화 지수 상태를 3단계 컬러 및 수치로 표시해 주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식단 및 생활 습관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늘색’ 결과가 나오면 녹황색 채소를 권장량 수준으로 섭취하고 있다는 신호다.
더밀크의 시각: ‘엔비디아-TSMC’ 동맹에서 얻는 교훈
이번 갤럭시 언팩 2025 행사는 삼성전자의 강점과 약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벤트였다. 강점은 하드웨어, 약점은 AI(소프트웨어)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두께를 전년 대비 26% 줄여 바 형태 스마트폰 수준으로 만들거나 바이오액티브 센서를 활용해 스마트워치 최초로 항산화 지수를 측정할 수 있게 한 건 분명한 하드웨어 혁신이다.
애플 전문가 밍치궈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애플은 2026년 폴더플폰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며 루머에 따르면 애플 폴더블폰의 두께는 9~9.5mm 수준이 될 전망이다. 폴더블폰 폼팩터 측면에서는 애플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한 셈이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하드웨어를 작동하게 하는 OS를 구글에 의존하고 있으며 AI 기능 역시 OS 최적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AI 기능이 구글 OS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에 제미나이를 비롯한 AI 기능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이런 흐름도 삼성이 제공하는 갤럭시 AI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사용자들은 더 강력한, 더 좋은 AI를 사용하고 싶어한다. 결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생태계에서는 구글이 제공하는 AI 기능을 채택해야 할 유인이 커지는 것이다.
작년부터 갤럭시 스마트폰에 적용된 ‘서클 투 서치’ 기능이 대표적 사례. 이번 행사에서 멀티모달 AI의 대표적 예로 소개된 ‘제미나이 라이브’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좋은 구글 AI 기능을 구글 OS 기반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셀링 포인트가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의 강력한 경쟁자인 애플 역시 이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AI 개발 경쟁에 뒤처지면서 AI 부문 핵심 인재가 이탈했고, 애플 자체 AI의 용도는 이모지 생성 정도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강력한 AI 기능을 놓칠 순 없기 때문에 오픈AI, 구글, 애플, 퍼플렉시티 등과의 협력을 꾸준히 타진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삼성 스마트폰에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TSMC가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아 TSMC에 물량을 주문하는 반도체 설계 기업(Fabless)보다 더 큰 영향력을 확보했듯이 모바일 기기 분야에서 축적한 역량, 기술력을 더 강화한다면 삼성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구글은 강력한 AI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3%에 불과하다. 하드웨어 설계 및 제조 역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삼성 스마트폰이 계속해서 하드웨어 혁신을 만들어 낸다면 마치 반도체 분야의 ‘엔비디아-TSMC’ 동맹처럼 ‘구글-삼성’ 연합 체계가 더 공고해질 수 있다. XR 헤드셋, 스마트 안경 등 미래 디바이스 개발 협업에서도 삼성전자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다.
중국 기업 역시 하드웨어 기술력이 매우 뛰어나지만, 미중 패권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의 영향으로 삼성의 지위를 대체하긴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구글 안드로이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 OS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샤오미·오포·비보·화웨이 등 중국 대형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각각 하이퍼OS·칼라OS·오리진OS·하모니OS를 채택 중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삼성이 하드웨어 역량을 기반으로 구글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체 AI 역량도 키우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두 가지 모두를 잘하는 건 쉽지 않다. 애플이 전 세계 20억 대 이상의 애플 기기를 지렛대 삼아 AI 기업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처럼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력한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자체 AI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