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조업 동맹 무색... "3500억불 투자하고도, 300명 체포"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덮친 초대형 단속… 한미 경제 공조에 균열 우려
대규모 무장 단속에 긴장 고조... "475명 체포, 상당수 한국인 국적 보유"
"국토안보수사국 역사상 단일 현장 최대 규모... 수개월 간 수사 이뤄져"
한국 제조업과 외교의 냉혹한 경고... "외교적 보호장치 마련 시급"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사바나 인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부지에서 미 당국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을 당시 현장 분위기를 한 한인 관계자가 이렇게 전했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이날 단속에 투입된 수사 인력들은 직원들을 세워놓고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한 뒤 문제가 있는 인력들을 현장에서 곧바로 연행했다. 일부 협력사에서는 아예 모든 직원을 차량에 태운 뒤 합법 체류자만 내리게 하는 방식으로 단속이 진행돼,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날 이미 관련 정보를 입수해 회사 측에서 일부 인력에게 출근을 자제하라는 지시가 내려갔지만 이를 무시하고 현장에 나온 인원들이 모두 붙잡혔다”고 전했다.
CNN, 로이터, 사바나 모닝 뉴스 등에 따르면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이날 HL-GA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작전에는 ATF(주류·담배·총기·폭발물단속국), FBI(연방수사국), HSI(국토안보수사국), DEA(마약단속국), 조지아주 순찰대(GSP) 등도 대거 투입됐다. 현장에는 수색용 헬리콥터와 군용 험비까지 동원됐으며, 한국인 직원들이 줄지어 서서 케이블타이로 손이 묶인 채 조사받는 장면이 SNS를 통해 공개됐다.
이번 작전으로 건설 현장에서 475명이 체포됐다. HSI는 5일 브리핑에서 “체포자 상당수가 한국 국적”이라며 “불법 체류하거나 체류 자격을 위반한 상태로 근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체포된 이들은 현재 조지아주 포크스톤(Folkston) 구치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당국에 따르면 체포된 한국인은 LG에너지솔루션 본사 직원과 협력사·시공사·하청업체 직원 등 3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ESTA(전자여행허가제)나 단기 B1 비자 등을 이용해 미국에 입국한 뒤 불법적으로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당국의 한 관계자는 더밀크와의 통화에서 "이민당국과 소통하면서 현재 명단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HL-GA 배터리 합작법인 대외협력 담당 메리 베스 케네디는 성명을 통해 “당국의 활동에 전면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수사 협조를 위해 현재 건설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또 마이클 스튜어트 현대차 대변인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구체적 정황을 파악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력사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물론이고 협력사들의 분위기도 뒤숭숭하다"며 "일단 공장이 올스톱 됐다. 어떤 여파가 이어질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