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속내는? 배터리 공장 단속 사태의 정치경제학
"터질 게 터졌다"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을 바라보는 조지아주 현지 노동법 전문가의 반응이다. 이번 단속으로 475명이 체포됐고 이 가운데 한국 기업 소속이 약 300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 및 제조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동맹의 댓가가 이 것인가?” “미국의 봉이 됐다”란 한탄 속에 정부와 기업(현대차-LG엔솔)의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더밀크가 조지아주에 있는 한인 관계자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취재한 결과 한결같이 이번 사태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 "예견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 붐으로 조지아주를 비롯해 테네시, 텍사스 등 중남부 지역에서 한국 기업들의 대형 프로젝트가 잇따르며 건설업계가 큰 호황을 누렸다. 건설업체도 다수가 원청업체의 한국 관련 기업 또는 파견기업 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합작 배터리공장 처럼 건설 인력이 비자 기간을 초과해 체류하는 사례가 빈번했다.조지아주 내 한인 변호사들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단속 조짐이 있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하츠필드 국제공항에서 한국인 일부가 입국을 거부당하고 강제 추방되는 일이 발생했고, 특히 '한국인-사바나시-ESTA(전자여행허가제)'라는 조건이 겹칠 경우 입국 심사에서 제동이 걸렸다. 현지 사정에 밝은 A씨는 "그간의 관행을 미국 당국이 모르고 있었을 리 없다. 눈 감아준 측면도 있었는데 이제서야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CNN 등에 따르면 이날 단속에는 미 국토안보수사국(HSI), 이민세관단속국(ICE), 마약단속국(DEA), 조지아주 순찰대 등이 참여해 브라이언 카운티의 현대차 배터리 공장 현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벌였다. 이는 단순한 불시 단속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작전이었음을 보여준다.이 사건을 그저 "동맹국을 이렇게 대접하나!"라고 즉자적으로 분노하거나 "대기업이 그렇게 밖에 관리를 못하나"라고 자조하면서 대기업 때리기에 그쳐선 안된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구조적인 노동 문제와 한국식 관행이 엮인 복합적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