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성공? 경쟁하지 말고 협업하라… ‘인터넷 아버지’의 통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5] 빈트 서프 부사장 그룹 인터뷰
TCP/IP처럼 에이전트 사이에도 명확한 언어 필요
AI 시대,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법 배워야
경쟁이 반드시 제로섬 게임일 필요 없어
우리 임무는 AI 더 잘 사용하는 방법 배우는 것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일하는 것이 경쟁하는 것보다 더 강력하다는 것을 인식하길 바라고 있습니다.빈트 서프 구글 수석 인터넷 에반젤리스트(Chief Internet Evangelist) 겸 부사장
빈트 서프(Vint Cerf) 구글 수석 인터넷 에반젤리스트(Chief Internet Evangelist) 겸 부사장은 “AI 기술 경쟁으로 서로 정보를 숨기게 된다면 빠른 기술 발전을 이루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에 대한 생각을 묻는 더밀크의 질문에 정보 개방과 공유, 협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서프 부사장은 컴퓨터 간 데이터 통신 규약인 ‘TCP/IP’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기술 업계 구루(Guru, 스승)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가르치기 시작한 1972년, 그가 동료인 로버트 칸과 개발한 TCP(전송 제어 프로토콜)는 TCP/IP(인터넷 프로토콜)로 발전했다. 이는 네트워크를 상호 연결한 네트워크, 즉 인터넷 탄생의 배경이 됐고, 1989년 영국의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리가 월드와이드웹(WWW)을 개발함으로써 꽃을 피웠다.
서프 부사장은 이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 국가기술훈장(1997년), 미국 대통령 자유훈장(2005년)을 받았고, 2004년에는 컴퓨터 과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튜링상’까지 수상했다. 2005년부터는 구글의 수석 인터넷 에반젤리스트로 합류해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5’ 이튿날인 9일(현지시각)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서프 부사장은 여든이 넘은 고령임에도 다양한 AI 기술 및 사용 사례, 구글이 발표한 최신 기술 정보까지 꿰뚫고 있었다. 한때 자신이 AI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예상하는 AI의 미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물었다.
당신은 TCP/IP 프로토콜의 창안자다. 구글은 최근 AI 에이전트(agent, 대리인)을 위한 프로토콜 ‘A2A’를 발표했다. 이런 움직임이 나오는 배경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나?
우리가 만드는 에이전트 간에 명확히 정의된 교환 언어(well defined exchange language)를 사용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자연어로 의사소통을 할 때 서로를 오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에이전트들이 서로를 오해하지 않도록 하려면 에이전트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할 때 의미 전달이 잘되도록 잘 정의된 형식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과거 IoT(사물인터넷) 관련해서도 비슷한 일들이 진행됐었다. 예컨대 구글 어시스턴트와 IoT 기능이 있는 가전제품을 연결해 조정하기 위한 형식적인 언어(표준)가 있다. 그런 면에서 A2A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AI와 인터넷을 비교한다면 현재 우리는 어느 정도에 와 있나.
자연어로 상호작용이 가능하므로 AI 애플리케이션 사용에 대한 관심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본다. 이런 방식은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AI 에이전트 중 하나와 상호 작용할 때 실수를 알지 못할 수 있다는 잠재적 위험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아는 내용에 대한 신문 기사를 읽으면 오류를 발견할 수 있지만, 전혀 모르는 내용에 대한 기사를 읽을 때는 그렇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는 보고 듣는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우리가 접하게 될 정보의 상당 부분이 AI 에이전트에서 비롯된다는 걸 고려할 때, 지금보다 더 자주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다음 단계가 시작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에이전트와 에이전트의 상호 작용이 보편화할 것이다.
다만 우리 자신에게 요구하지 않는 완벽함을 AI에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슬픈 일이다. 웨이모(Waymo) 같은 자율주행 자동차 사례가 그렇다. 인간도 실수를 한다. 자동차가 사람보다 운전을 잘 하는 한 그것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행복하게 생각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의 AI 경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경쟁 자체는 건강한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정보 공유가 매우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과거의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래서 과학 분야에서는 항상 서로 정보를 공유해 최첨단 기술을 공동으로 발전시켜 온 것이다.
AI 기술 경쟁으로 서로에게 정보를 숨긴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빠른 기술 발전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경쟁적인 태도를 극복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일하는 것이 더 강력하다는 것을 인식하기를 바라고 있다.
좋은 예가 유럽에 있다. 스위스에는 있는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CERN)다. 그 일에 참여하는 나라가 100개 가까이 된다. 파이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면 모두가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AI 기술 경쟁이 반드시 제로섬 게임일 필요는 없다.
정보를 숨기는 것보다 정보를 공유하고 모든 사람의 기술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낫다. 구글은 이를 촉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구글의 많은 AI 모델이 오픈형인 이유다. 인터넷도 같은 이유로 개방형으로 설계됐다.
한국 AI 발전을 위해 조언을 해 준다면.
현재의 AI 모델 훈련 방법론에 따르면 양질의 정보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모델이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지에 따라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어느 분야를 특화할 것인지 어떤 정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AI의 미래를 어떻게 상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I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초창기에 인터넷이 여러분의 미래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저항은 무의미하다. AI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런 기능을 가진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 됐으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임무는 AI를 더 잘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은 더 작은 모델을 유용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컴퓨팅 파워를 적게 소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딥시크 모델이 사용한 증류(distillation)는 매우 영리한 작업이었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많은 사람들이 AI를 사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 사회 문제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라디오, 자동차, 비행기, 전화 이 모든 것들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생겨났다. 기술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일부 일자리를 빼앗았다. 자동차가 좋은 예다. 19세기에는 말이 필요했으나 자동차의 등장으로 지금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직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한다. 일부 직업은 사라지겠지만,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는 식이다. 기억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점은 1900년 이후 인간의 수명이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즉 대학 4년 동안 배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게 됐다. 인생의 마지막 50년 동안에도 배울 것이 많다. 저는 1965년부터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다. 최신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새로운 것들을 배워야 했다.
빈트 서프는 누구?
‘인터넷의 아버지’란 수식어로 유명한 빈트 서프 구글 수석 인터넷 에반젤리스트 겸 부사장은 1943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태어났다. 1965년 스탠퍼드대학 수학과를 졸업한 후 IBM에서 일하다 1967년 UCLA 대학원에서 전산학을 전공, 1970년 석사, 1972년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UCLA 대학원생 시절 미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컴퓨터 연구팀에서 초기 컴퓨터 및 네트워크를 연구한 것이 기술 역사의 흐름을 바꿨다. 그로 하여금 네트워크 상호 연결 방법에 관심을 더 기울이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서프 부사장은 1972년 스탠퍼드로 돌아와 컴퓨터 공학, 전기 공학을 가르치던 중 동료인 로버트 칸과 TCP(전송 제어 프로토콜)를 개발, 마침내 네트워크의 네트워크 시대를 열었다.
이것이 바로 인터넷 탄생의 배경이다. 서프 부사장은 이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 국가기술훈장(1997년), 미국 대통령 자유훈장(2005년)을 받았고, 2004년에는 컴퓨터 과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튜링상’도 수상했다. 2005년부터는 구글의 수석 인터넷 에반젤리스트로 합류해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