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100% AI 때문”… 실리콘밸리 커리어 코치의 일자리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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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5.08.26 21:29 PDT
“취업난? 100% AI 때문”… 실리콘밸리 커리어 코치의 일자리 경고
(출처 : 디자인 김현지 )

한기용 산호세주립대 교수, 전북 대학원 연수생 대상 강연
"AI가 확실히 빅테크 일자리 대체 중... 대학 학문 이제 스킬에 불과해"
AI 시대 인재상? "태도가 최우선, 변화 두려워 않고 긍정적 태도 지녀야"

취업이 어려운 이유요? 100% 인공지능(AI) 때문입니다.
한기용 산호세주립대 교수

인공지능(AI)의 일자리 대체와 '일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실리콘밸리 소재 빅테크 기업들은 AI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감원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섰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미국 대학들은 고등교육 '무용론'이 제기되면서 고민에 빠졌다.

실제 실리콘밸리 대학가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글로벌 기술 허브 실리콘밸리 최고의 커리어 코치로 꼽히는 한기용 겸임교수(산호세주립대)는 현 상황에 대해 "직업이 이제는 스킬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들이 하나의 스킬이 됐다"며 "이런 스킬만으로 직장을 구한다면 운에 좋은 편에 속한다"고 진단했다.

한 교수가 몸담고 있는 산호세주립대는 실리콘밸리 도심에 위치해 있어 엔지니어링, 컴퓨터 과학 등 기술 관련 분야 졸업생의 취업률이 매우 높다. 실제로 애플 등 주요 IT 기업에 가장 많은 졸업생을 배출하는 대학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한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 사례를 언급하며 "매출이 급격하게 늘었음에도 매니지먼트 축소를 이유로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다"며 "이는 AI 투자를 위한 자금확보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기업들의 감원 이유를 AI라고 꼽기 어려웠다면, 이제는 AI가 감원의 직접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출처 : Shutterstock)

AI 시대 생존법: 평정심, 꾸준함, 그리고 의사소통 능력

한 교수에 따르면, 개발자 채용 시장은 2022년 여름 이후 급격히 악화됐다. 구인 사이트 인디드(Indeed)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1월 기준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 구인광고는 2022년까지 급상승했다가 그 이후 가파르게 추락했다. 근느 "개발자 시장은 다른 분야보다 빨리 반응한다"며 "투자시장의 변화로 더 이상 성장을 담보로 한 투자는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의 경우 AI 활용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최근 2~3년간 주니어 개발자를 채용하지 않았던 아마존은 올해 1만 8000명의 인턴을 채용했다. 한 교수는 "내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 다수가 아마존 인턴에 합격했다"며 "이렇게 합격한 인턴들은 대부분 AI를 활용한 일에 집중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기용 교수는 "AI 기반으로 시니어 개발자에게 일을 시켰더니 생각만큼 효율이 나오지 않으면서 인턴들에게 해당 업무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AI를 활용해 ROI(투자 대비 수익)가 나오지 않는 시니어들이 다음 해고 타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게 급변하는 AI시대 살아남는 인재는 누구일까?

한 교수가 제시한 AI 시대 생존의 첫 번째 키워드는 '평정심'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 "개인의 성장에는 올라가다 내려가다 업앤다운이 있다"며 "내 실력보다 올라가도 나를 알면 내려갈 때 충격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건 개인이건 꾸준한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평정심이 필요하다"며 "항상 놀랄 준비를 하는 것이다. 늘 생각치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데미 재직 시절 나스닥 상장 후 겪은 어려움을 예로 들며 "꾸준함이 있어야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조언한 그는 호기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성장은 복리활동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일하게 된다. 그때 호기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의사소통 능력의 중요성을 거듭 언급했다. "한국인들은 착각한다. 리더 역할을 하고 매니저 역할을 하면 전문성이 사라진다고 생각한다"며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하나만 알면 안 된다. 의사소통을 잘하는 것, 다양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더로서의 전문성이 의사소통의 전문성"이라며 "AI 시대에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더밀크 )

AI 시대 인재상? "태도가 최우선, 변화 두려워 않고 긍정적 태도 지녀야"

AI 시대의 인재상에 대해 한기용 교수는 “이제는 태도가 우선한다”고 강조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자세, 긍정적인 태도, 그리고 높은 메타인지 역량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가장 무서운 비용은 의사소통 비용”이라며 “태도가 갖춰진 의사소통 능력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한국과 인도계 학생들의 차이를 언급하며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학생들은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고,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데 서툴다. 반면 인도계 학생들은 원하는 것을 자신 있게 표현한다. 이는 곧 간절함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리콘밸리는 똑똑한 사람이 오는 곳이 아니라, 도전하는 사람이 오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에게는 실무 경험의 중요성을 거듭 당부했다. 그는 “인턴 경험을 통해 생존 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학과 선택보다는 일단 현장에서 일해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또한 “안전한 선택은 없다. 무엇이 됐든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어디에 취업하든 첫 직장이 마지막 직장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자가 ‘타임 호라이즌(time horizon, 시간 지평선)’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하다. 단기간에 그칠 생각이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개인의 커리어도 마찬가지다. 조급해하면 무리수를 두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긴 호흡으로 본다면 충분한 시간이 있다. 커리어는 롱텀 게임이므로 평정심을 유지하고 길게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의 선택지가 크게 넓어졌다. 다양한 경험을 시도하라”며 AI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자신의 1인 기업 운영 경험을 언급하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들의 조언을 받아 도전하다 보니 지금의 커리어를 만들 수 있었다”며 “AI 시대에도 자신의 꿈을 곰곰이 성찰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꾸준히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기용 교수는?

실리콘밸리 1세대 한인 개발자로 꼽히는 한 교수는 서울대 컴퓨터공학 석사 졸업 후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야후 등에서 엔지이너링 디렉터로 검색엔진 개발을 주도했다. 이후 글로벌 온라인 교육 플랫폼 유데미(Udemy)에 합류해 회사의 나스닥 상장에 기여한 바 있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 한국인 커뮤니티의 대표적인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한기용 교수가 전북 소재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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