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경록 대표 "AI 시대엔 스피드가 '해자'다"
공경록 Asia2G 캐피털 대표, 실리콘밸리서 전북 대학원 연수생 대상 강연
실리콘밸리에 기술적 차별화 포인트 모트... "스피드가 새로운 해자"
고교 졸업생 취업률, 대졸자 역전... "화이트 칼라 일자리 소멸 중"
인공지능(AI) 시대에 '해자'는 스피드입니다.공경록 아시아2G 캐피털 파트너
인공지능(AI)이 단순 도구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틱 AI' 시대가 열리면서 일자리 생태계가 요동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속도가 새로운 경쟁력"이라며 기업과 개인 모두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기술 허브이자 벤처 기업들이 몰려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10년 넘게 벤처,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켜본 공경록 아시아2G(A2G) 캐피털 대표 역시 AI 시대 기업들의 경쟁력은 '속도'에 있다고 강조했다.
공 대표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KDB 실리콘밸리 오피스를 방문한 전북 지역 대학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이날 '에이전틱 AI 핵심 트렌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공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기술적 차별화 포인트를 모트(Moats), 해자라고 표현하는데, AI 시대에 들어오면서 이제 스피드가 새로운 해자(경쟁 우위)가 됐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실적이 이를 반영한다. 공 대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AI 프로그래밍 회사 커서(Cursor)는 21개월 만에 1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전문 지식 없이도 애플리케이션을 쉽게 만들수 있는 플랫폼 러버블(Lovable)은 2개월 만에 1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공 대표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를 클라우드 시대라고 하는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인력이 상당히 많이 필요했다"며 "이제 이런 허들이 깨지면서 새로운 현상이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 대표는 이런 스피드의 시대가 '데이터'를 통해 발현됐다고 분석했다. AI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데이터가 클라우드 시대에 쌓이면서 빅점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 공경록 대표는 "이제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 다 자동화되고 있기 때문에 사람이 필요 없어졌다. 스타트업 뿐만이 아니다. 대기업도 스피드가 뉴 모트가 되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고교 졸업생 취업률, 대졸자 역전... "화이트 칼라 일자리 소멸 중"
에이전틱 AI 시대를 맞이하면서 신입 일자리 트렌드에도 급격한 변화가 예고된다.
실제 미국에선 이미 변화 조짐이 뚜렷하다. 2022년 기준 고등학교 졸업자의 취업률이 대학 졸업자를 앞지르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자들이 취업 제의(오퍼)를 받지 못하는 반면, 고졸자들은 제조업 등 생산직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공 대표는 "대학학위가 필요한 일자리가 없어졌다. 화이트칼라들의 단순한 일들이 이제 자동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몸을 쓰는 일이 부족해지고 있지만, 10년 후엔 로봇이 이 분야마저 대체할 수 있다"며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은 '작은 조직'을 지향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채용 방식도 바뀌고 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는 신규 채용을 위해선 내부적으로 AI로 해결할 수 없는 이유를 검증해야한다. AI로 할 수 없는 업무에 해당하는 인력만을 채용하겠다는 것. 공 대표는 "AI를 우선순위에 두고, 안되는 분야에만 인력을 쓰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주니어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다. 공 대표는 "기존에 10명 정도 일했던 부서에서 1명이면 되는 시대"라며 "실제 투자사 중 하나는 20명이 오퍼레이션 하던 일을 2명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변화의 속도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공 대표는 세일스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인용 "'실리콘밸리에서는 회사를 재창업 해야할 정도'라고 언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시장이 애피타이저라면 AI 시장은 메인 요리입니다.
공 대표는 AI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이렇게 봤다. 그는 "클라우드 시장 규모가 연간 400~500조에 달한다"며 "이마저도 계속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AI 시장과 비교할 때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애피타이저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는 기업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다. 가령 클라우드는 기업의 IT 예산으로 배정됐다. 그러나 AI 시대는 인력 채용 규모와 연결되면서 인건비 개념으로 확장됐다. IT와 인건비를 합친 예산은 AI에 편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공 대표는 "AI 시장은 그런 측면에서 메인 요리와 같다.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변화하는 시대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그리고 인간은 AI와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 이 질문에 공경록 대표는 '의사결정 능력'을 핵심으로 꼽았다.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은 AI에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 공 대표는 "더 많은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일의 성격 자체가 바뀔 것"이라며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AI가 인프라를 넘어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은 지금, 개인과 기업 모두 속도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빅테크 기업들도 과거보다 소위 '빡세게' 일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 중국의 소위 '996 문화(9시 출근, 9시 퇴근, 주 6일 일하는 문화)'가 AI 시대에 실리콘밸리, 특히 샌프란시스코에 확산되고 있느 상황이다. 공경록 대표는 "실리콘밸리 최근 분위기를 보면 구글·메타·아마존 등이 치열한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업무 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빅테크가 스타트업 분위기로 돌아갔다. 이런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