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모르는’ AI 사용설명서
●생성AI+AR글래스로 큰그림 그리는 메타
●오픈AI가 찜한 영어교육 기업 ‘스픽’
●GPT-4 ‘얼리 어답터’ 찾는 기업들
얼마 전 초등학생 딸이 ‘지구사랑’을 주제로 글쓰기 대회에 나간다며 어떻게 쓰는게 좋겠냐고 물어왔습니다. 그럴듯한 답변을 해주고 싶었지만, 딱히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었습니다. 저는 대답 대신 챗GPT를 열어 ‘초등학교 4학년 수준에 맞는 지구사랑을 주제로 한 글쓰기 초안을 작성해줘’라고 요청했습니다. 딸래미는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주제를 택해 살을 붙여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녁메뉴를 고를 때도 챗GPT에게 물어봤습니다. 결과가 썩 내키진 않았지만, 백지 상태에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챗GPT는 이미 제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요즘은 심리상담이나 면접연습 등도 GPT를 통해 자유롭게 하는 Z세대도 많이 보입니다. 이젠 ‘GPT 세대’라는 단어가 등장할 법도 합니다.
하지만 취재 현장에서 만난 소위 의사결정권자의 자리에 있는 분들 중에서는 직접 챗GPT를 써본 적이 없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개념이나 트렌드 변화를 알고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할 지를 고민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신기술에 대한 와우 모먼트가 없는 것입니다.
오늘 뷰스레터에서는 AI 업계 최신 소식과 함께 우리보다 먼저 와우모먼트를 겪은 기업 및 개인들이 어떻게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오픈AI 샘(CEO)에 대항하는 메타의 SAM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메타 CEO는 야심가입니다. 모바일 시대 소셜미디어 왕국을 건설했지만 애플이 만들어놓은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에 갇힐 수 밖에 없었던 실수를 다시는 범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모바일 이후 플랫폼은 반드시 자신이 선점하겠다는 야심을 여러차례 내비쳐왔는데요. 그 대상을 메타버스로 예상하고 사명까지 바꿀 정도로 열심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메타버스가 넥스트 모바일이 되기 전 생성AI가 전 산업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샘 알트만(Sam Altman)을 필두로 한 오픈AI는 텍스트 기반의 생성AI인 GPT로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메타도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 ‘라마(LLaMA)’를 공개했지만, 첫 깃발을 꽂은 오픈AI만큼 큰 주목을 받진 못했지요.
이에 저커버그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말입니다. 메타는 5일(현지시각) 이미지 구분에 특화된 새로운 AI 모델 ’SAM(Segment Anything Model)’을 공개했는데요.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가 ‘유료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제공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구글은 안전성과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하며 ‘반(反) 오픈AI 생태계 연합(리플릿, 앤트로픽, 코히어와 연대) 구축’에 나서고 있다면 메타는 오픈 소스로 모델을 공개해 경쟁 업체들의 허를 찌르는 전략을 취한 셈입니다. SAM으로 샘(Sam Altman)과는 다른 길을 택한 메타, 저커버그가 그리는 큰 그림은 무엇일까요?
오픈AI가 찜한 한국 기반 기업 ‘스픽’
오픈AI와 메타 등 실리콘밸리 테크기업들이 AI의 기초가 되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향한 경쟁을 하고 있다면, 국내외 여러 스타트업들은 이들의 기술을 이용한 자신들만의 서비스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오픈AI가 GPT-4 출시 당시 한국 기반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기업, 스픽(Speak)이 있습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광고를 통해 이미 익숙한 분들도 있으실텐데요. 영어 말하기 교육앱 스픽은 오픈AI와 기술 파트너십을 맺었을뿐 아니라 지난해 오픈AI가 조성한 ‘스타트업 펀드’로부터 3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말그대로 오픈AI가 찜한 기업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스픽을 이용해본 적이 있는데요. 과거 챗봇과의 대화가 누가봐도 기계와의 대화였다면 스픽의 ‘AI 튜터’는 내 표현과 발음을 수정해주고 좀 더 나은 표현까지 알려주는 개인과외교사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술의 발전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창업자가 모두 외국인인 스픽은 어쩌다 한국에서, 그것도 넘쳐나는 영어교육앱 시장에 뛰어들어 오픈AI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요? 더밀크가 차승재 스픽 부사장을 만나 오픈AI와의 협업과 그 가능성에 대해 물었습니다.
GPT-4 ‘얼리 어답터’ 찾는 기업들
생성AI는 인터넷, 나아가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큰 변화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직업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 연구진과 오픈AI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연봉 8만달러를 받는 사무직 종사자’가 AI에 가장 크게 노출돼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고학력의 화이트칼라 직군이 생성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초조함을 느끼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어떻게 하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난달말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잡서밋’에서 관련 전문가들은 “결국 ’적응’밖에 없다”고 소리를 높였습니다. 빠르게 진화하는 AI에 적응해 얼마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느냐에 따라 AI를 다루는 사람이 될 것인지, AI로부터 다뤄질 사람이 될 것인지가 판가름날 것이란 설명입니다.
실제 미국 내 AI 시대 신종 직업으로 떠오른 ‘프롬프트 엔지니어’ 몸값은 연 3~4억원 이상으로 뛰었습니다.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두 팔 벌려 신기술을 받아들여 함께 놀아보는 열린 마음이 아닐까요?
기술이란 당신이 태어난 다음에 발명된 모든 것이다(Technology is anything invented after you were born.)알랜 카이(Alan Kay)
기술에 대한 정의를 나타낸 표현 중 제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제가 태어난 다음에 등장한 스마트폰은 제게 새로 배워야 아는 기술이지만, 저희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 카메라를 쳐다본 디지털 네이티브입니다. 스마트폰을 다루는 속도와 친근감의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지요.
생성AI도 마찬가지입니다. 챗GPT와 SAM 등 여러 AI 기술들은 등장 전과 후로 나뉠 만큼 거대한 변화입니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겐 밤새 PPT 발표자료를 만들었다는 말이 이해가 안되는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AI가 다 해주는데 왜 밤을 새냐고 반문하겠지요. 지인 중 한 명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365 코파일럿 시연을 본 후 "20년만 늦게 태어날걸..."이라고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태어난 이상 신기술이 쏟아져나오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적응' 뿐입니다.
나만 몰랐던 AI 사용설명서 같은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모두가 좌충우돌 적응해나가며 '나만의 AI의 사용설명서’를 만들어갈 때입니다.
AI 최신 뉴스는 더밀크가 계속 배달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 공개된 여러 서비스를 직접 만져보면서 자신만의 사용설명서를 완성시키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