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된 AI 창업가, 美 의회를 홀리다
[뷰스레터플러스]
●샘 알트만의 논리 “미국이 AI 주도해야”
●의회의 논리 “규제 필요하다”... 왜?
●메타, 알파벳, 트위터 청문회와 달랐다
뷰스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원익입니다.
오늘은 샘 알트만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날이었습니다. 앞으로 미래 비즈니스 주도권을 두고 샘과 일론의 대결이 불꽃 튀길 것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더밀크닷컴 주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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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미국 국회(상원)에서 AI 청문회
국회 청문회 하면 무슨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국회의원이 증인을 불러놓고 자신의 생각만 얘기하고 때로는 억지 주장을 펴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이 장면은 사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습니다(물론 의원들의 질의의 깊이는 다릅니다).
더밀크는 16일(현지시각) 진행된 미 상원 법사위 법률 소위(Senate Judiciary subcommittee) 청문회가 AI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이벤트가 될 것이라는 예고를 드린 바 있습니다. 청문회를 계기로 AI 규제를 위한 발걸음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날 진행된 AI 청문회에서는 ‘미국 주도로 AI 표준을 확정하겠다’는 미국 정부, 의회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청문회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질타'하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샘 알트만 오픈AI CEO를 불러놓은 자리는 질타는커녕 분위기가 '화기애애' 했습니다. 그는 청문회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알트먼은 시종일관 "규제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의원들이 듣고 싶어 한 말이었죠.
미국의 AI 규제 움직임은 단순히 AI 기술의 위험성을 통제하기 위한 게 아닙니다. AI 기술은 이미 그 잠재력, 중요성이 국가 전체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을 정도로 거대해졌습니다. ‘미국 경제계(Corporate America)’로 상징되는 미국이 중요 기술 및 산업 분야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면밀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 청문회는 "미국 경쟁력의 관점으로 AI를 봐달라"는 미국판 '국뽕'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됐습니다. 샘 알트만의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엉클 샘 (알트만) “미국이 AI 주도해야”
실제로 이날 의회의 공식 청문회에 처음으로 참석한 샘 알트만(Sam Altman) 오픈AI CEO는 “강력한 인공지능(AI)은 민주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개발돼야 한다. 이는 미국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걸 의미한다”며 직접적으로 미국의 리더십을 언급했습니다.
개인정보 침해,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AI(AGI·인공일반지능) 출현, 일자리 감소 등의 우려를 해소하고자 개최된 청문회에서 샘 알트만이 ‘미국의 리더십’을 이야기한 이유는 뭘까요?
‘규제는 필요하지만, 과도하면 미국이 기회 놓칠 수 있다. AI는 위험성보다 잠재력이 더 크다’는 설득 논리입니다. 현재 글로벌 AI 기술 경쟁에서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국 기업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으니 이를 살려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죠.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규제를 만들면 후발 주자들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규제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샘 알트만의 모두 발언 전문을 통해 이면에 놓인 의도를 파악해 보세요.
의회의 논리 “규제 필요하다”... 왜?
이날 청문회는 미국 동부 시간 기준으로 오전 10시에 시작해 3시간 넘게 진행됐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이슈인 만큼 마라톤처럼 진행된 청문회였습니다.
청문회에 출석한 의원들이 든 근거는 무엇이었을까요? ‘AI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허위 정보의 무기화, 소수 그룹에 대한 차별, 빅테크 독과점 강화 등이 거론됐는데요, ‘통신품위유지법’, ‘하이퍼 타깃 AI 광고(Hyper-targeting of ads through AI models)’ 개념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의회가 지적한 AI의 위험성, 기회 요인은 무엇인지 분석 기사로 알아보세요.
빅테크 청문회와 달랐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샘 안트만 CEO의 ‘의회를 존중하는 자세’도 화제가 됐습니다.
크리스티아노 리마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이번 청문회는 마크 주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잭 도시 트위터 공동창업자의 청문회 데뷔보다 훨씬 덜 전투적이었다”고 평가할 정도였죠.
‘청문회를 통해 AI에 대해 몰랐던 내용을 알았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확신에 찬 다른 실리콘밸리 CEO, 창업자들이 지나치게 논리적인 답변으로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던 장면들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었습니다.
샘 알트만 CEO는 이날 의회에 독립적인 감사, 라이선스 제도, 식품처럼 경고 문구를 삽입하는 등의 규제 마련을 요구하면서도 “규제는 기술 제재가 아닌 기술 발전을 위한 목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번 청문회를 보면서 느낀 교훈은 ‘발전적 논의를 위해 필요한 건 인정과 양보’라는 단순한 가치였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 현실은 제로섬 게임이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만 작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쪽의 100% 승리를 위해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기보다 모두의 이익을 바라며 이해관계자들이 조금씩 양보하고 실질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 그런 경험들이 쌓여 역사가 되고, 그걸 자양분 삼아 더 좋은 조직,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이겠죠.
더밀크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주목하며 독자 여러분께 양질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애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양한 시각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지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때론 나에게 익숙한 영역을 넘어 다른 나라, 기업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보는 것만으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계속해서 유익한 소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뉴욕 맨해튼 WeWork에서
더밀크 박원익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