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당신, 인간인가요?’... 사랑도 인증이 필요한 시대
월드-매치그룹 협업… 일본서 틴더 신원 인증 서비스
라스코프 CEO “향후 매치그룹 제품군에 확대 적용할 것”
샘 알트만 “AI 시대, 인간 네트워크 구축해야”... 미국 서비스 개시
비자 손잡고 ‘월드 카드’ 출시 예정… 오브 미니 공개
“매치그룹(Match Group)의 목표는 우리의 앱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가장 안전한, 최고의 방법이 되는 것입니다.”
스펜서 라스코프 매치그룹 CEO는 30일(현지시각) “오늘 저희는 데이팅 경험 전반에 걸쳐 ‘신뢰와 진정성(authenticity)’을 강화하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게 돼 자랑스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t Last’ 행사에 참석해 블록체인 및 홍채 기반 신원 인증 서비스를 데이팅 앱에 도입한다고 밝힌 것이다.
월드-매치그룹 협업… 일본서 틴더 신원 인증 서비스
방식은 간단하다. 인간임을 증명하는 신원 인증인 ‘월드ID(World ID)’를 생성한 후 이 아이디로 로그인하면 인증 정보가 데이팅 앱 틴더(Tinder)에 전송된다. 월드ID는 ‘오브(Orb)’라는 기기를 통해 홍채 정보를 인식하는 방식으로 생성할 수 있다. 디지털 신원 및 금융 네트워크 ‘월드(World)’ 운영하는 블록체인 기술 기업 ‘툴스 포 휴머니티(Tools for Humanity, 이하 TFH)’와 손잡고 이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라스코프 CEO는 “올해 말 일본 틴더에 월드ID 신원 인증이 도입된다. 이 방식으로 본인이 인간이라는 것뿐 아니라, 법적 성인이라는 사실까지 함께 인증받을 수 있다”며 “이 시스템을 향후 매치그룹의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TFT 공동창업자 겸 CEO인 알렉스 블라니아(Alex Blania)는 “데이팅이라는 맥락에서 이 기술은 신뢰성과 안전성, 진정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완벽한 활용 사례”라며 “결국 인터넷 전반에 ‘인간 증명(Proof of Humanity)’이 필요하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소셜 미디어, 채팅 앱,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 등에서는 AI 봇을 활용한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연애 빙자 사기)’이 빠르게 확산하며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컴패리테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미국에서 로맨스 스캠으로 약 5만8734명이 6억9730만달러(약 1조23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한국에서는 AI 기반 딥페이크 기술로 가상 인물을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후 120억원을 가로챈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샘 알트만 “AI 시대, 인간 네트워크 구축해야”... 미국 서비스 개시
이날 TFH가 주최한 행사에는 TFH의 공동창업자인 샘 알트만(Sam Altman) 오픈AI CEO도 참석했다.
알트만 CEO는 “저희에게 지금 이 순간은 정말 특별한 순간이다. 5년 전 알렉스와 함께 산책하며 이야기했던 게 떠오른다”며 “그때 이야기한 주제가 AI 시대 ‘신뢰(trust)’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판단·행동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agent, 대리인)가 등장하고, AI와 인간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면 ‘신뢰’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월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AI 시대에는 인간을 식별하고, 인증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어떤 컨텐츠가 사람이 만든 것인지, AI가 만든 것인지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구축하고자 했던 것은 ‘실제 인간 네트워크(real human network)’였다”고 했다.
알렉스 TFH CEO는 “현재 휴대폰에 내려받아 사용 가능한 ‘월드 앱(World App)’ 사용자 수는 2600만 명으로 이 중 1200만 명은 신원 인증을 완료한 사용자다. 정말 놀라운 성과”라며 “내일부터 월드 및 관련 서비스, 제품들이 미국 전역에서도 이용 가능해진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규제 등의 이유로 공식 서비스를 진행하지 않았던 미국 시장에서 본격 확장에 나선 것이다. ▲애틀랜타 ▲오스틴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내슈빌 ▲샌프란시스코 등 6개 도시에서 오브로 홍채를 인식하면 월드의 고유 신원 인증 수단인 월드ID를 발급받을 수 있다. 월드ID를 발급한 사용자는 보상으로 디지털 자산인 ‘월드코인(WLD)’도 수령 가능하다.
비자 손잡고 ‘월드 카드’ 출시 예정… 오브 미니 공개
알렉스 TFH는 CEO는 이날 행사에서 연내 ‘월드 카드(World Card)’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카드를 사용하면 비자 카드를 지원하는 곳이라면 온라인, 오프라인 어디서든 디지털 자산으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시장 서비스 개시에 맞춰 공격적인 사용자 확보 및 네트워크 확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월드 카드는 월드 앱 내 지갑과 직접 연동되어, 이용자가 보유한 디지털 자산을 전 세계 비자 가맹점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TFH에 따르면 결제 시 디지털 자산은 자동으로 달러 등 법정화폐로 전환되며 가맹점은 암호화폐에 대한 별도 이해나 추가 절차 없이 일반 결제처럼 대금을 받을 수 있다.
비자 월드 카드는 월드ID 인증을 기반으로 발급된다. 이런 방식으로 실제 인간 사용자만 카드를 이용할 수 있으며 AI 시대에 사람과 봇을 구분하는 기술적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월드 카드는 향후 AI 서비스 이용 시 보상 기능도 제공한다. AI 관련 구독 서비스 이용 시 월드코인으로 보상받고, 별도의 전환 과정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카드 사용 시 발생하는 보상은 포인트처럼 자동으로 지갑에 적립되며 실생활 결제에도 활용 가능하다.
THF에 따르면 월드 카드는 2025년 하반기 미국에서 우선 출시, 전 세계 1억 5천만 개 이상의 비자 가맹점에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국가로의 서비스 확대도 검토 중이다.
TFH는 이날 기존 오브 대비 크기가 작아진 ‘오브 미니(Orb Mini)’도 최초로 공개했다. 스마트폰 크기, 직사각형 형태인 오브 미니는 휴대성이 높아 더 많은 사용자들의 월드ID 등록 및 신원 인증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TFH 측은 “오브 미니는 인증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확장성을 10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2026년 출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