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어디까지? 모두가 ‘AI 외친’ CES, 뭐가 화제였나
[CES2024] 핫토픽5선: 맞춤형 차, 비싼 메모장, AI 집사
하늘 날고 옆으로 움직이고…운전석 없어졌다
엔비디아 ‘챗위드RTX’ 눈길…온디바이스AI 구현
‘AI집사’ 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맞대결
이제 미국만 아냐…엔비디아∙현대차∙삼성 등 아시아 기업 두각
“여기 AI관이 따로 없나요?”
“그냥 다 보시면 돼요”
기술 업계에 있다면 CES2024에서는 길을 가다 아는 사람을 마주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대 기술 컨퍼런스인만큼 한국에서도 많은 인사들이 방문하기 때문이다. 한 정부기관 관계자가 AI관을 물었을 때 기자는 저렇게 밖에 답을 할 수 없었다. 핵심만 둘러보고 싶어하던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CES2024에서 AI는 하나의 카테고리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제품은 AI가 적용됐다고 외치고 있었다. 대다수 프레스 컨퍼런스와 키노트에서도 어김없이 AI가 미래 전략으로 나왔다. 참석자 13만5000명 이상, 4000곳 이상의 전시업체, 250만평방피트. 각종 신기록이 경신될 것으로 보이는 대형 컨퍼런스 CES2024에서는 AI가 어떻게 구현됐을까? 더밀크가 정리해봤다.
핫토픽1 옆으로 움직이는 자동차
CES는 이제 모토쇼라고 불릴 정도로 실험적인 차량들이 발표되는 장소다. 최근 자율주행차, 전기차(EV) 기술의 보급으로 차 디자인에 대한 자유도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폼팩터(형태)의 차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자동차 관련 소프트웨어도 나오는 추세다. 목적기반차량(PBV),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등 컨셉이 대표적인 예다.
모빌리티 기업들이 주로 모인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에서 단연 화제는 타이어를 직각으로 돌려 옆으로 주행하는 자동차였다. 현대모비스 ‘모비온(MOBION)’이다.
시연장 한 귀퉁이에 세워진 차량의 네 바퀴가 갑자기 사선으로 바뀐 후 차량이 대각선으로 움직이자 관중석에서는 ‘오’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차량은 시연장 중간에서 멈추더니 네 바퀴가 다이아몬드 모양이 되면서 재빠르게 빙글빙글 돌았다. 시연장을 둘러싼 관중석에서는 휴대전화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패뷸러스(exciting)” "판타스틱(fantastic)”이라는 감탄사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모비온은 차세대 전기차 구동 기술인 e코너시스템이 장착된 실증차다. 이번 CES에서최초로 공개했다. 모비온은 네 바퀴를 개별적으로 제어하는 e코너시스템 덕분에 이른바 옆으로 가는 '크랩' 주행과 대각선 주행, 제자리 회전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센서와 램프 기술도 탑재됐다.
핫토픽2 자동차가 난다 ‘플라잉카’
하늘을 나는 자동차 ‘플라잉카’ 경쟁도 두드러졌다.
현대차 슈퍼널이 공개한 '하늘을 나는 차'는 기체 위와 뒤편에 각각 4개씩의 프로펠러로 언제 어디서든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했다. 5명이 탑승 가능하며,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 샤오펑도 '플라잉카(flying car)'를 선보였는데, 지붕에 붙은 프로펠러가 움직이면 차량이 하늘로 떠오르는 구조다. 샤오펑의 자회사인 샤오펑에어로HT는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를 전시했다.
다른 eVTOL은 항공기와 흡사한 외관인데, 샤오펑의 eVTOL은 자동차에 가깝다. 자동차로 달리다가,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날개처럼 생긴 구조물을 펼치고 하늘로 비행하는 것을 콘셉트로 한다. 지상에선 날개를 내부로 완전히 접어 수납한다. 수직으로 이착륙해 활주로 없이도 제자리에서 비행할 수 있다고 샤오펑은 밝혔다.
핫토픽3 양복처럼 차도 맞춤형으로 ‘PBV’
기아가 내년부터 출시할 목적기반차량은 후면 디자인은 물론 내부 구조까지 원하는 대로 주문할 수 있는 형태다. 기아는 10일(현지시간)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24가 열리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우버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우버 모빌리티에 최적화된 PBV 개발 및 공급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향후 우버에 제공될 PBV는 2025년 양산 예정인 기아 최초의 전용 PBV 모델 ‘PV5’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PBV 전용 EV 플랫폼이 최초 적용된 PV5는 기존 승용 택시 모델보다 넓은 공간과 뛰어난 거주성이 장점이다. 또한 오픈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한 드라이버 전용 어플리케이션이 탑재되며, 탑승객의 편의를 위한 개인 맞춤형 이동 환경도 제공할 예정이다.
핫토픽4 온디바이스AI, 엔비디아의 챗위드알티엑스
CES에 비싼 메모장이 나타났다. 요즘 핫한 기업 엔비디아에서다. 이번달 말 공식 출시 예정인 기술 데모 ‘챗위드RTX(Chat with RTX)’다.
엔비디아(Nvidia)의 챗위드RTX를 사용하면 클라우드 없이도 검색증강생성(RAG)을 사용해 사용자가 가진 각종 문서, 영상, 사진 등 파일로 챗봇을 무료로 교육, 나만의 챗봇을 가질 수 있다. RAG는 LLM(거대언어모델)이 모르는 정보는 지어내는 대신 외부 데이터를 가져와 정확한 최신 정보로 답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대부분의 AI 챗봇은 사용자의 요청을 클라우드로 전송해 회사 서버에서 처리한 후 사용자에게 다시 전송하는 구조지만, 이 서비스는 로컬에서 실행되기 때문에 답변이 더빠르게, 내가 원하는 특정 콘텐츠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받을 수 있다. 일례로 텍스트 파일을 제공하고 "재권이가 다음에 베가스에 오면 저녁은 어디가 좋겠다고 말했지?"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회사는 CES 행사 기간 주요 제조업체의 새로운 AI 노트북, 개발자와 소비자 온디바이스 핵심 ‘RTX 슈퍼’ 시리즈를 공개했다. 클라우드에서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사용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실행하는 한편, 개인용 컴퓨터에서는 ‘RTX(엔비디아 그래픽 카드 브랜드명)’ 텐서 코어를 활용, 지연 시간에 민감한 앱(application), 서비스를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핫토픽5 AI집사 경쟁
이번 CES에서는 국내 대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집사’로 맞붙었다.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삼성전자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조나단 가브리오(Jonathan Gabrio) 삼성전자 북미법인 프로가 인공지능(AI) 집사 로봇 ‘볼리’를 소개하자 행사장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예고에 없던 볼리의 깜짝 등장에 일부 참석자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촬영하거나 박수를 보냈다.
공 모양의 볼리는 앞뒤에 탑재된 카메라로 스마트싱스와 연동된 기기를 자동으로 인식·연결한다. 회사는 지난 2020년 CES에서 볼리를 처음 소개했다. 수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가정에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품으로 발전시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도 이번 CES에서 로봇과 AI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홈AI에이전트’를 처음 공개했다. 이 에이전트가 시연되는 공간은 LG 전시관 중 가장 붐볐다. 이 제품은 로봇처럼 보이는 외형에 바퀴를 달아 자유주행 기술로 집안 곳곳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다. 또 각종 센서와 첨단 AI 프로세서를 토대로 사용자 상황과 상태를 정교하게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소통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