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서 CEO “경험보다 학습 능력 중요” 프로그래밍 패러다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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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5.05.11 16:42 PDT
커서 CEO “경험보다 학습 능력 중요” 프로그래밍 패러다임 바뀐다
미셸 부(Michelle Bu) 스트라이프 수석 제품 설계자(Principal Product Architect, 왼쪽)와 마이클 트루엘(Michael Truell) 애니스피어 CEO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출처 : 더밀크 박원익 )

[스트라이프 세션] 마이클 트루엘 커서 CEO 대담
커서, 18개월 만에 연간 반복 매출 1400억 돌파... 기업가치 12조 등극
①소프트웨어 개발 패러다임 바뀐다
②“재미 없는 부분 사라져”... 인간의 논리 설계는 남을 것
③“면접 시 AI 도구 사용 금지”... 생산성 극대화가 목표
더밀크의 시각: 더 높은 수준의 문제 해결 능력 필요

“AI 분야에서 기술 스택(tech stack, 기술 도구 조합)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학습 능력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해졌습니다.”

커서(Cursor) 개발사 애니스피어(Anysphere)의 마이클 트루엘(Michael Truell) CEO는 7일(현지시각) “우리는 경험보다 학습 능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AI 시대를 맞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학습 능력’을 꼽은 것이다. 관련 기술 자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으므로 끊임없이 학습하고 변화하며 적응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는 비단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AI 기술은 모든 산업, 전 세계인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가 자동으로 코드를 완성해 줌으로써 모든 사람이 ‘빌더(builder, 제품 개발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렸다. 

트루엘 CEO는 이날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주최한 ‘스트라이프 세션(Stripe Sessions) 2025’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이와 같은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 일의 미래에 대한 견해를 공유했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더 높은 수준으로 진화하며 생산성이 극대화될 것이란 게 그의 예측이다.

더밀크는 스트라이프 세션을 현장 취재했다.

①소프트웨어 개발 패러다임 바뀐다

애니스피어는 AI 기술로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 자체를 바꾸고 있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대표 기업이다. AI 기반 IDE(통합 개발 환경) 제품인 커서를 출시한 후 불과 18개월 만에 연간 반복 매출(ARR) 1억 달러(약 1400억원)를 달성, 전 세계 기술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오픈AI가 6년, 도큐사인이 10년 이상 걸렸던 매출 성장 기간을 극적으로 단축했다. 

놀라운 성과에 힘입어 커서는 최근 공개된 투자 라운드에서 9억달러를 유치, 기업가치 90억달러(약 12조5000억원)를 돌파했다. LG전자(11조6000억원), SK텔레콤(11조2500억원), 하이브(11조2400억원)의 시가총액과 비슷하다. 트루엘 CEO가 이날 밝힌 바에 따르면 애니스피어의 직원 수는 55명. 적은 직원 숫자에도 불구하고 빠른 매출 성장 및 기업가치 급증을 동시에 이뤄냈다. 

커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기조연설 현장은 개발자들로 가득찼다. 트루엘 CEO는 ‘소프트웨어가 완전히 변할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하면서도 변화의 양상이 온라인에서 흔히 논의되는 ‘챗봇이 모든 코드를 작성하는 비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AI는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한 봇(bot)처럼 도움을 주는 형태”라며 “코드베이스(codebase, 소스 코드 모임) 내에서 다음에 할 작업을 예측하거나 점진적 리팩토링(refactoring, 결과 변경 없이 코드 구조를 재조정하는 것)을 돕는 방식으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용자가 코드베이스에 대해 질문하거나 전체 코드베이스에 걸쳐 변경을 요청하는 형태의 활용이 더욱 보편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도 AI가 인간 개발자를 완전히 대체하진 않을 것이며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주로 할 것이란 관측이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 ARR 1억달러 달성 추이 비교. AI 코드 자동완성 도구인 커서(Cursor)의 성장 추세가 매우 가파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Sacra)

②“재미 없는 부분 사라져”... 인간의 논리 설계는 남을 것

트루엘 CEO는 궁극적으로 AI가 프로그래밍 언어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보았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자연어에 가까운 더 높은 수준으로 진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더 높은 수준으로 진화시켜 생산성을 높이고, 형식적인 부분을 줄이는 방식을 탐구하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며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컴파일러(compiler, 프로그래밍 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기계어로 바꿔주는 언어 번역 프로그램)나 인터프리터(interpreter, 코드를 읽어 내려가며 실행하는 프로그램) 기술의 한 종류로 간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LLM을 컴퓨터와 인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매개체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코딩, 컴파일링 같은 여러 단계의 복잡한 과정이 LLM과 AI 기술로 단순화되면 생산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는 프로그래머의 역할에 대해서 “항상 소프트웨어의 논리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미래에도 이 역할은 존재할 것”이라며 “다만 일의 재미없는 부분은 사라지고, 사용자가 컴퓨터에 전달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트루엘 CEO는 이어 “프로그래밍을 할 때 다음 10~15분의 작업이 완전히 예측 가능한 경우가 있다”며 “이런 ‘저 엔트로피(low entropy, 예측 가능성이 높은 상태)’ 작업을 AI 봇이 더 많이 맡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프로그래밍, 코딩은 자연어를 사용하는 글쓰기와 더 유사해지는 셈이다. 트루엘 CEO는 “다만 논리적 기록을 위해 필요한 특성들, 예를 들어 구문 강조(syntax highlighting), 린팅(linting, 소스 코드를 분석해 프로그램 오류를 찾아내는 과정), 논리 단위의 명명 및 재사용은 항상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 Anysphere)

③“면접 시 AI 도구 사용 금지”... 생산성 극대화가 목표

흥미로운 점은 커서가 엔지니어 채용 면접에서는 AI 도구 사용을 금지한다는 점이었다. 

트루엘 CEO는 AI 도구 사용을 금지하는 이유로 프로그래밍 문제 해결 능력이 학습 및 사고 능력을 평가하는 좋은 지표라는 점을 꼽았다. 또 아직 AI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우수한 프로그래머들을 차별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우수한 프로그래머들은 팀에 영입해 AI 도구를 빠르게 가르치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트루엘 CEO는 이어 “AI 도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팀에 합류해 초보자의 시각으로 도구를 사용할 때 그들로부터 제품에 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들을 수 있다”며 “AI 도구를 처음 사용하는 전문 개발자들이 AI를 최대한 활용하되 과용하지 않도록 균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커서의 장기적인 목표에 대해 트루엘 CEO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진화시켜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번거로운 작업은 가능한 한 줄이며 인간이 소프트웨어의 논리를 통제, 의도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뛰어난 소수의 인력을 선발해 회사 나머지 부분과 분리, 집중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는 환경 조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커서에는 55명의 엔지니어가 있으며 주요 프로젝트 외 다양한 탐구를 위한 소규모 팀(pod, 포드)들이 운영되고 있다.

향후 로드맵에 대해 트루엘 CEO는 ▲에이전트가 백그라운드에서 몇 시간 동안 작업을 수행한 후 약 70% 완료된 상태로 결과를 가져오는 기능 ▲대규모 코드베이스 이해 능력 향상 ▲실행 환경과 더 깊은 통합 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출처 : Anysphere)

더밀크의 시각: 더 높은 수준의 문제 해결 능력 필요

AI 코딩 도구의 급격한 발전은 개발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기존 작업 방식에 통합해야 함을 의미한다. 단순 코딩 작업의 자동화는 개발자들로 하여금 문제 해결, 시스템 설계, 고차원적 기술에 더 집중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서는 트루엘 CEO가 언급한 대로 AI 도구를 빠르게 습득해 사용할 수 있는 학습 능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AI는 반복적인 작업에 필요한 시간을 줄여 개발자, 그리고 다른 모든 직군에서 일하는 현대인들이 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 만들 전망이다. 

AI는 도구이며 궁극적인 영향은 인간이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의 개발자들과 기술 기업들도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주목하며 AI 코딩 도구를 적극적으로 탐색,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마이클 트루엘은 누구?

마이클 트루엘 CEO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컴퓨터 과학(CS)과 수학을 전공, 기술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기반을 다진 엔지니어이자 창업가다.

구글(Google), 투시그마(Two Sigma) 등에서 인턴으로 근무했고, MIT에서 연구를 수행하며 AI 기술의 잠재력과 실제 적용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이러한 학문적, 실무적 경험은 단순히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근본적인 변화를 감지하고 이를 사업으로 연결하는 통찰력의 바탕이 됐다. 

트루엘 CEO는 2022년 1월 애니스피어를 공동 창업해 CEO로서 3년 넘게 회사를 운영 중이다. 기존의 코딩 방식을 넘어선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 같은 AI 도구가 개발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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