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뷰티 2.0 : 미국 뷰티 브랜드의 5가지 성공 전략에서 배운다
[오피니언] 정나래 카돈(Cardon) 대표
브랜드의 시작은 '왜'에서 출발한다: 창립자의 경험, 정체성, 철학이 시장에서 통했다
미국 뷰티 시장을 장악한 건 '브랜드의 존재 이유'와 '커뮤니티와의 연결성'
K-뷰티, 이제는 히어로 제품을 넘어 스토리와 전략으로 진화할 때
미국 뷰티 시장 한복판에서 브랜드를 키워가는 지난 5년은, 단순한 사업 운영을 넘어 시장 구조와 소비자 행동의 본질을 깊이 들여다보는 여정이었다. 뉴욕에서 시작한 남성 스킨케어 브랜드 ‘카돈(Cardon)’을 통해, 수많은 브랜드와 유통사, 소비자와의 인터랙션 속에서 미국 뷰티 산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K-뷰티의 두 번째 붐이 일고 있다. 1세대 K-뷰티가 ‘뛰어난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한류 상품’이었다면, 이제는 고유한 정체성과 문화적 메시지를 갖춘 ‘K-뷰티 2.0’ 시대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단순히 ‘K-뷰티’라는 이름 아래 묶이기보다는, 각 브랜드가 자신만의 철학과 스토리를 통해 소비자의 공감을 얻고, 미국 시장에서 독립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아야 한다. 이것을 통해 K-뷰티가 니치를 넘어, 미국 주류 시장으로 진입하는 길이다.
미국 뷰티 시장은 단일한 공식을 적용하기 어려운 복합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피부 고민, 라이프스타일, 인종·문화적 배경, 소비 습관에 따라 수요가 세분화되어 있으며, 지역별로도 소비자 행동에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지난 5년간의 현장 경험은 몇 가지 공통된 성공 요인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창업자의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 특정 커뮤니티와의 정서적 연결, 기능성과 차별성을 갖춘 제품력, 그리고 디지털 채널을 활용한 브랜딩 전략이다.
특히 최근에는 AI 기반 개인화 기술의 확산, MZ세대 중심의 디지털 네이티브 소비, 소셜미디어에서의 브랜드 발견과 공유, 체험형·기능성 제품에 대한 선호 등으로 시장의 역동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트렌드를 따르는 것을 넘어, 브랜드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지금 미국에서 성장하는 뷰티 브랜드들은 각각 고유한 방식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정의하고 있다. 어떤 브랜드는 창업자의 이민자 정체성과 커뮤니티 기여를 통해, 또 어떤 브랜드는 독창적 기술과 성분 조합을 통해, 그리고 또 다른 브랜드는 셀러브리티와의 협업을 통해 시장 내 포지셔닝을 강화하고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현장에서 목격한 미국 뷰티 브랜드들의 성장 전략을 바탕으로, K-뷰티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참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한다.
1. 창립자 스토리 중심 브랜드 : 진정성이 브랜드가 되는 순간
미국은 세계 최대 뷰티 시장이다. 지난 2024년 미국의 화장품 시장 규모는 1003억 달러(약 138조 4240억원,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 자료)에 달한다. 미국 소비자들은 일방적인 '광고'에 쉽게 현혹되지 않는다. "이 브랜드는 왜 존재하는가?", "누가 만들었는가?"에 큰 관심을 갖는다. 때문에 많은 브랜드는 창립자의 개인적인 피부 고민이나 시장의 공백의 인식에서 출발해, 이를 해결하려는 과정 자체를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으로 발전시켜왔다. 창업자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는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고, 깊은 공감과 충성도로 이어지고 있다.
미셸 나라밧(Michelle Ranavat)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출산 후 심한 탈모를 겪었고, 인도 전통의 아유르베다 오일을 통해 효과를 경험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비슷한 제품을 찾기 어려웠고, 이에 자신의 과학적 배경과 인도 전통을 결합해 2017년 나라밧(Ranavat)을 설립했다. 브랜드와 함께 창업자 본인도 인플루언서로 성장하며, 고급 인도 뷰티 루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셀프케어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레이니 크로울(Laney Crowell)은 전직 뷰티 에디터이자 에스티로더 출신으로, 임신을 계기로 뷰티 제품의 성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클린하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메이크업 제품의 부재를 느껴 세이 뷰티(Saie Beauty)를 설립했다. 브랜드는 깨끗하고 지속가능성하면서 고기능성( Clean, Sustainable, High-performance)을 핵심 가치로 삼아 자연 유래 성분과 효능을 결합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애이미 리우(Amy Liu)도 '스토리' 중심의 뷰티 창업 사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고, 민감한 피부도 즐길수 있는 메이크업 제품에 필요성을 느껴 타워28뷰티(Tower 28 Beauty)를 설립했다. 비건, 저자극 성분을 사용하고 피부과 테스트를 거친 제품을 통해 민감한 피부를 위한 메이크업의 틈새 시장을 정교하게 공략했다.
2. 문화적 중요성을 바탕으로 성장한 브랜드: 정체성이 경쟁력으로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다. 미국 소비자들은 단지 제품의 기능이나 외형만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적 배경과 정체성을 존중받는 경험, '포용성(inclusivity)'을 브랜드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브랜드가 특정 문화나 커뮤니티를 진정성 있게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며 관계를 맺을 때, 단순한 구매를 넘어선 깊은 유대감과 충성도가 형성된다.
또 모두를 아우르기보다는 오히려 특정 문화나 집단을 정교하게 타겟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실제로 특정 문화적 정체성을 중심으로 탄탄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포용성과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와 캠페인까지 함께 확장한 브랜드들이 빠르게 주목받고 있다.
디피카 무티알라(Deepica Mutyala)는 인도계 미국인으로 뷰티업계에서 소외되어왔던 유색인종 커뮤니티의 피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라이브 틴티드(Live Tinted)를 설립했다.
빨간 립스틱으로 다크서클을 커버하는 튜토리얼이 유튜브에서 바이럴되며 주목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색소 침착'과 '언더톤 불일치' 같은 유색인종 특유의 피부 고민을 해결하는 브랜드로 발전시켰다. 라이브 틴티드는 제품뿐 아니라 #TintFam 커뮤니티를 통해 포용성과 자기 긍정의 메시지를 확산시키며 강한 지지를 얻고 있다.
낸시 트와인(Nancy Twine)은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창업자로, 월가 경력을 뒤로하고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만들던 천연 헤어케어 레시피의 기억을 바탕으로 브리오지오(Briogeo)를 설립했다. 이 브랜드는 특히 곱슬머리, 컬리 헤어 등 다양한 텍스처를 위한 클린 포뮬러로 차별화되었으며, 현재 세포라 전 매장에서 판매되는 대표적인 클린 헤어케어 브랜드로 성장했다. 브리오(Brio, 열정)와 지오(Geo, 자연)'의 합성어인 브랜드명처럼 자연 기반의 자기 돌봄(Self-care)을 철학으로 삼고 있다.
쉐런 추터(Sharon Chuter)는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글로벌 뷰티 업계에서 커리어를 쌓은 후 2019년 미국에서 오마 뷰티(Uoma Beauty)를 창립했다. 오마(Uoma)는 나이지리아어로 '아름다움'을 의미하며, 브랜드는 51가지 파운데이션 쉐이드와 대담한 색조 구성을 통해 다양한 인종과 스킨톤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는 "진짜 나 자신이 되는 순간, 아름다움이 시작된다"는 철학 아래 브랜드를 아프로폴리탄(Afropolitan, 아프리카와 코스모폴리탄의 합성어로 아프리카 출신이거나 아프리카에 뿌리를 둔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문화와 정체성을 융합하며 살아가는 다문화적인 정체성을 뜻함) 정체성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키워냈다. 지난 2020년에는 변화를 위해 행동하라(Pull Up For Change) 캠페인을 주도, 기업들이 조직 내 흑인 인재 구성 비율을 공개하도록 촉구했고 뷰티 산업 내 인종 정의와 다양성 담론을 본격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3. 커뮤니티 중심 브랜드: 브랜드 팬덤을 만드는 힘
오늘날의 뷰티 브랜드는 제품만 잘 만들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특히 미국에서는 브랜드가 소비자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그들의 의견을 제품과 메시지에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브랜드 충성도를 좌우한다.
이러한 커뮤니티 중심 브랜드들은 소비자를 단순한 구매자가 아닌 브랜드 공동 창작자(co-creator)로 여기며, 피드백과 대화를 통해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간다. 디지털 콘텐츠와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팬덤 수준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에밀리 와이스(Emily Weiss)는 2010년 뷰티 블로그 인투더그로스(Into The Gloss)를 통해 뷰티 팁을 공유하고 소비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4년 글로시에(Glossier)를 론칭한 후, 고객 피드백과 소셜미디어 대화를 제품 개발과 브랜드 운영의 핵심 자산으로 삼았다. 실제로 보이브로우(Boy Brow), 크라우드패인트(Cloud Paint)와 같은 인기 제품들은 이 커뮤니티 대화에서 출발했다.
글로시에(Glossier)는 소비자를 브랜드의 일원으로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전략을 통해 밀레니얼과 Z세대 여성들 사이에서 높은 충성도를 쌓았고, 커뮤니티 기반 브랜드의 대표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이외에도 버스트 스킨케어(Versed Skincare)는 약 10만 명이 활동하는 페이스북 그룹 더굿스킨크라우드(The Good Skin Crowd)를 운영하며, 고객의 의견을 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토피칼스(Topicals)는 민감성 피부와 색소침착(hyperpigmentation)에서 시작해, 피부 고민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루며, Z세대를 중심으로 한 공감 기반의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처럼 커뮤니티는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과 정체성을 함께 만들어가는 핵심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다.
4. 셀러브리티 및 인플루언서 기반 브랜드: 유명세를 넘어, 브랜드 그 자체의 힘으로
셀러브리티나 인플루언서가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지만, 단지 '이름값'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얼굴만 내세운 브랜드들은 시장에서 빠르게 사라지기도 했다.
반면 최근 성공한 미국의 셀럽 브랜드들은 창립자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하되 자신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브랜드만의 철학과 커뮤니티 스토리를 독립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팬덤을 단기적인 홍보 수단이 아닌, 브랜드의 철학과 문화를 함께 형성하는 동반자로 바라본다.
그 결과, 브랜드의 정체성은 창립자의 유명세를 뛰어넘어 고유한 존재로 자리잡게 되며, 그렇게 구축된 세계관과 커뮤니티는 시간이 지나도 소비자와의 깊은 유대감을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인기 배우이자 가수인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는 자신의 정신 건강 문제와 뷰티 산업의 비현실적인 미의 기준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레어 뷰티(Rare Beauty)를 설립했다. 그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소비자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도록 브랜드를 통해 꾸준히 독려하고 있다.
레어 뷰티는 제품 판매 수익의 1%를 레어 임팩트 펀드(Rare Impact Fund)에 기부하여 청소년 정신건강지원에 힘쓰고 이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 또한 함께 확장해가고 있다. 이러한 진정성 있는 접근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소비자와의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며 브랜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뷰티 인플루언서인 메리애나 휴잇(Marianna Hewitt)과 로런 아이얼런드(Lauren Ireland)는 오랜기간 뷰티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 니즈와 시장의 공백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고, 이를 바탕으로 2018년 썸머 프라이데이스(Summer Fridays)를 공동 창립했다. 그들의 팔로워로부터 받은 피드백은 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 적극 반영되었고, 초반 브랜드 인지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창립자의 얼굴이나 개인 서사에 의존하지 않고, 브랜드 자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정체성과 비주얼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도 얼굴 노출을 최소화하고, 직관적인 사용감, 파스텔톤 패키징, '작은 휴식'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브랜드 미학과 철학을 명확히 구축해왔다.
후다 카탄(Huda Kattan)은 뷰티 블로거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소비자의 니즈를 누구보다 잘 이해했고, 이를 바탕으로 2013년 후다 뷰티(Huda Beauty)를 설립했다. 인조 속눈썹에서 시작해 파운데이션, 아이섀도, 립 제품 등으로 라인을 확장하며, 현재는 글로벌 메이크업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 중 하나로 성장했다.
특히 다양한 언더톤을 반영한 39가지 파운데이션 쉐이드, 중동 뷰티의 대담한 색조 구성, 그리고 SNS를 통한 직접적인 소비자 소통 전략은 후다 뷰티(Huda Beauty)만의 강점이다. 하나의 문화적 배경에서 출발해, 다양한 인종과 시장을 포용하며 세계적 브랜드로 확장된 대표적인 사례다.
5. 제품력으로 신뢰를 쌓은 브랜드들: 과학을 스토리로 만들다
브랜드의 힘은 꼭 유명한 창립자나 감성적인 메시지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과학적 근거와 기술력, 그리고 눈에 보이는 '효과' 자체로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가며 팬덤을 형성한 브랜드들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케이 에이틴 헤어(K18 Hair)가 있다. 10년에 걸친 연구 끝에 개발된 특허 성분 케이-에이틴 펩타이드(K18Peptide™)는 손상된 모발을 분자 수준에서 복원하는 효능을 앞세워 시장의 주목을 받았고 "한 번 사용으로도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메시지는 실제 사용자 경험과 맞물려 빠르게 입소문이 퍼졌다.
또 아우구스티누스 바더(Augustinus Bader)는 줄기세포 연구를 기반으로 한 스킨케어 브랜드로, 특허 성분 TFC8®을 통해 피부 스스로 회복을 유도하는 접근 방식을 제안하며 럭셔리 시장에서 차별화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제품 하나하나에 과학적 서사를 담아, '혁신'과 '효능'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구축한 사례다.
이처럼 화려한 마케팅이나 셀럽 중심의 홍보 없이도, 실질적인 효능과 기술력만으로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 신뢰를 얻는 브랜드들은 또 다른 방식의 강력한 브랜드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앞서 소개한 창립자 중심 브랜드들이 감정적 연결을 통해 소비자와 관계를 맺었다면, 이들은 기능적 신뢰를 통해 충성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성장 공식이 된다.
K-뷰티가 미국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한 다음 전략
K-뷰티는 오랫동안 독창적인 성분과 새로운 제형의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왔다. 달팽이 크림, 시트 마스크, 밤 제형 클렌저 등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 그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고,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강력한 입소문을 이끌어냈다.
특히 하나의 히어로 제품이 브랜드 성장을 견인하는 전략은 지금도 K-뷰티의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았던 P&G, 에스티로더, 로레알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이 전략을 적극 활용해왔다는 점에서 K-뷰티가 잘하고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틱톡의 급성장 흐름을 빠르게 포착해, 나노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리뷰 바이럴 전략으로 큰 성과를 냈다. K-뷰티 브랜드들은 틱톡을 통해 유입된 트래픽을 아마존으로 연결하고, 제품 랭킹을 끌어올린 뒤, 이를 다시 판매로 전환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며 디지털 네이티브 소비자층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에서는 블로거·리뷰 기반 캠페인으로 초기 고객을 확보하고, 이후 셀러브리티 모델을 기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현재 제품 바이럴로 브랜드의 초기 고객은 확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확보하기 어렵고, 브랜드 스토리가 부족하면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 소비자가 쉽게 이탈하게 된다. 실제로 1세대 K-뷰티 브랜드 중 일부는 정체성 부재로 인해 시장에서 입지를 잃기도 했다.
반면 최근 얼타(ULTA), 세포라(Sephora), 타겟(Target) 등 주요 오프라인 유통망에 K-뷰티 브랜드의 입점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신호다. 미국 내 두 번째 K-뷰티 붐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이 흐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품이 좋다'는 수준을 넘어, "왜 이 브랜드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메시지가 필요한다.
미국은 워낙 시장이 크기 때문에, 타겟을 좁게 잡아도 충분한 규모의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다. 특정 인종, 세대, 피부 고민, 문화적 배경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들과 정서적으로 연결된 브랜드는 실제로 큰 성공을 이루고 있다.
브랜드의 존재 이유는 창립자의 스토리일 수도, 커뮤니티 기반의 접근일 수도, 과학적 혁신일 수도 있지만, 반드시 명확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 더욱 중요하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핵심 가치로 작동하는 이 시장에서는, 단순히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모델 이미지보다, 현실적인 피부 톤과 주근깨, 흉터 등을 클로즈업하며 자신감 있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식이 더 큰 공감을 얻는다. 셀러브리티를 기용하더라도, 단순한 모델이 아닌 셀러브리티의 생각이 브랜드의 가치와 연결되어야 진정성이 살아난다.
앞에 소개한 성공한 브랜드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와 연결되지만 공통적으로 "나는 왜 이 브랜드를 써야 하지?"라는 질문에 분명한 답을 제시한다. 그 답은 창립자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특정 인종 문화의 커뮤니티에 대한 집중일 수도 있으며, 제품의 과학적 혁신일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제품이 좋은것을 넘어서 "이 브랜드는 어떤 목소리를 갖고 있는가?", "그 목소리는 누구에게 울림을 주는가?"다. K-뷰티를 포함해 미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는 모든 브랜드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으면 한다.
정나래 카돈 대표는 누구?
정나래 대표는 미국에서 남성 스킨케어 브랜드 카돈을 창업해, 메이시스백화점(Macy’s) 100여 개 매장에 성공적으로 입점시키고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는 창업가다. 카돈은 한국의 연구개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남성들의 피부 고민을 해결하는 고효능 제품을 개발하며, 그루밍 어워드 11관왕과 메이시스 피치 컴피티션 1위 수상, 주요 VC 투자 유치 등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루어왔다.
창업 이전에는 P&G에서 SK-II, 올레이(Olay), 질레트(Gillette)의 글로벌 전략을 리드했으며, 월마트 이커머스에서는 신선식품 배달팀의 그로스 마케팅과 슈퍼볼 캠페인을 이끌며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