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8조원 AI데이터센터 ‘스타게이트’ ... 승자는 오라클
[해설] 5000억달러 ‘스타게이트’ 집중 분석
①자본 조달 어떻게… 머스크 vs 알트만 설전
②컴퓨팅 자원은 누가… 오라클 역할 부상
③정부 역할은?... 미국 AI 주도권 강화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초대형 AI 인프라 벤처 ‘스타게이트(Stargate)’에 380억달러(약 54조6000억원)를 투자한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래리 엘리슨 오라클 설립자, 샘 알트만 오픈AI CEO와 발표한 스타게이트 설립 구상과 관련, 구체적 숫자가 등장한 것이다. 스타게이트는 AI 인프라가 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다.
디인포메이션은 22일(현지시각)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합작 벤처에 190억달러(약 27조원)씩 투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샘 알트만 CEO가 오픈AI 일부 직원들에게 이와 같은 내용을 공유했다는 내용이다. 오픈AI가 스타게이트의 지분 40%를 보유하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타게이트 설립을 발표하며 “역사상 가장 큰 AI 인프라 프로젝트로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회사가 등장할 것”이라며 향후 4년에 걸쳐 최대 5000억달러(약 718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①자본 조달 어떻게… 머스크 vs 알트만 설전
발표 직후 가장 처음 제기된 의문은 “5000억달러의 투자 재원을 누가 조달할 수 있느냐”는 궁금증이었다. 718조원은 2025년 대한민국 1년 예산(677조원)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막대한 자금 규모를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앞장섰다. 그는 오픈AI가 X(옛 트위터)에 올린 스타게이트 설립 게시물에 “그들은 실제로는 돈이 없다(They don’t actually have the money)”라는 댓글을 달며 “소프트뱅크는 100억달러(약 14조원) 미만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신뢰할 만한 출처도 가지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샘 알트만 오픈AI CEO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머스크가 올린 글에 대한 답글로 “그렇지 않다. 이미 작업이 시작된 현장에 와봐야 믿겠나”라며 “스타게이트는 미국을 위해 좋은 일이다. (개인) 회사가 아니라 미국에 우선순위를 두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스타게이트와 경쟁하게 될 수 있는 머스크의 AI 훈련 클러스터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머스크는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콜로서스(Colossus)’를 구축했다. 머스크는 이 데이터센터를 가리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 훈련 클러스터”라고 소개한 바 있다.
오픈AI에 따르면 스타게이트에 대한 첫 지분 투자에는 소프트뱅크, 오픈AI, 오라클, MGX가 참여했다. 반도체 기술업체 Arm, 엔비디아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도 기술 파트너로 함께한다. 재정적 책임은 소프트뱅크가, 운영 책임은 오픈AI가 담당하며 손정의 회장이 의장(chairman)을 맡게 된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는 현재 텍사스에서 구축을 시작했다”며 “다른 후보 지역도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워낙 규모가 큰 프로젝트인 만큼 향후에도 투자금이 원활하게 조달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②컴퓨팅 자원은 누가… 오라클 역할 부상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와 오픈AI의 관계 변화는 이번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다. MS의 컴퓨팅(computing, 연산) 자원 외에 경쟁사의 컴퓨팅 자원에 접속할 수 있도록 파트너십 내용을 조정한 것이다.
21일 MS가 별도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오픈AI의 신규 컴퓨팅 용량에 대한 독점권을 MS가 우선 거부권(ROFR)을 갖는 모델로 변경했다. MS의 허락 하에 다른 컴퓨팅 용량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와 관련해 오픈AI는 지난 6월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AI 플랫폼을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OCI)로 확장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스타게이트 같은 대규모 AI 인프라 확장을 위한 포석을 미리 깔아둔 셈이다.
이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하나인 신정규 래블업 대표는 “주목할 점은 MS 대신 오라클이 전면에 나섰다는 점”이라며 “실제 진행은 MS가 맡되, 오라클 클라우드 팜(farm)을 활용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MS는 현재 애저에 대규모 투자 중이라 스타게이트에 투입할 추가 하드웨어(데이터센터) 여력이 부족하고, 오라클은 ‘CSP(Cloud Service Provider,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를 위한 클라우드 기업을 표방하고 있어 이런 새로운 협업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신 대표는 “오라클 팜과 애저가 초고속 네트워크로 이어져 있다는 걸 강조해 온 것도 이런 파트너십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오픈AI의 실소유권과 관련한 반독점 이슈도 고려해 이번 오라클 클라우드 활용을 허가했을 것”이라고 했다.
③정부 역할은?... 미국 AI 주도권 강화
트럼프 2기 행정부 최고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른 스타게이트는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발표한 프로젝트는 아니다. 오픈AI의 주도로 2024년 초에 발표됐으며 이와 관련해 샘 알트만 CEO가 투자금 유치를 위해 중동을 방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타게이트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부 투자 금액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기업인들을 백악관에 모아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현재까지는 미국 정부가 자금 조달에 관여하지 않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미국 대통령 공식 X 계정을 통해 “워싱턴과 백악관에서의 첫 업무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3조달러에 가까운 신규 투자를 미국에 유치했다. 아마도 이번 주말까지 6~7조 달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예산 등 정부 자금을 직접 투입하지 않더라도 미국 정부는 자국 AI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및 인허가, 외국 기업에 대한 문턱 높이기 등 정책적 수단을 활용해 미국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는 AI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확보하고, 수십만 개의 일자리와 전 세계에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며 “미국의 재산업화(re-industrialization)를 지원할 뿐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 안보를 보호할 수 있는 전략적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확실한 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이 ‘AI 패권’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샘 알트만 CEO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최근 더 신중하게 생각하며 그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며 “모든 것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여러모로 미국을 위해 대단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