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진정성을 산다... 12조 달러 소비 권력을 움직이는 5대 키워드
진정성이 중요… 2030년, Z세대 구매력 12조달러 전망
일상·네트워크 효과를 잡아라… 친구 추천 신뢰 높아
미국 Z세대, 틱톡에서 리뷰 확인… 가시성을 확보하라
“브랜드가 대변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탠퍼드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그레이스(Grace)는 “인플루언서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제품을 다양한 생활 방식에 맞춰 사용한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명 인플루언서에만 의존하는 마케팅 방식의 경우 그 인플루언서가 상징하는 틀에 맞지 않는 소비자에게는 다가가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녀는 “다양한 연령층, 그룹의 사람들을 포함하는 방식의 마케팅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레이스는 지난 15일 ‘Z세대의 하루(A day in the life of Gen Z)’라는 주제로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 열린 패널 디스커션에 참여,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했다.
1. 진정성이 중요… 2030년, Z세대 구매력 12조달러 전망
2030년, Z세대의 예상 구매력은 무려 12조 달러. 이 거대한 소비 집단은 전통적인 마케팅 공식에 의문을 던진다.
미국 Z세대는 브랜드의 ‘진정성(Authenticity)’을 무엇보다 중시한다는 게 핵심이다. 브랜드가 동떨어져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실제 사용자와 함께 있고, 사용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반영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본 친구의 추천, 나와 성향이 비슷한 리뷰어의 후기가 때로는 유명 인플루언서보다 더 효과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들은 무엇이 진정성 없는 ‘단순 광고’이고 무엇이 ‘진짜 사용기’인지 잘 분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스폰서 게시물에 민감하고, 진정성 없는 협업을 발견하면 브랜드를 떠난다. 브랜드는 제품이 아닌 ‘가치와 태도’를 산다.
스프라우트 소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과 Z세대의 경우 인플루언서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것을 기대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90%에 달했다. 브랜드가 사용자 가치와 맞지 않는, 사용자를 대변하지 못하는 인플루언서와 협업할 경우 해당 브랜드를 언팔로우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소비자 비율 역시 42%로 매우 높았다.
Z세대가 이미 소비 시장의 강력한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마케팅 도구 업체 캠프하우스에 따르면 Z세대는 2030년 전 세계적으로 12조달러(약 1경6400조원)의 구매력(spending power)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2. 인플루언서에서 일상 네트워크로 이동하는 신뢰의 무게 중심
이날 행사는 김소형 스탠퍼드대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는 스탠퍼드 대학교 이노베이션 & 디자인 연구센터(SCIDR) 주관으로 진행됐다. 김 센터장이 정다향 박사와 함께 준비한 ‘스탠퍼드 컨슈머 액셀러레이터(Stanford Consumer Accelerator 2025)’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K-뷰티, K-푸드, K-패션 분야 한국 스타트업에 미국 Z세대의 진솔한 생각을 전해준 것이다.
졸업생 해나(Hannah)의 사회로 진행된 디스커션에서는 그레이스와 함께 스탠퍼드 학부생 아라브(Aarav), 타일러(Tyler)도 참여해 어떻게 제품을 접하는지에 대해 언급했다. 이들은 자신이 신뢰하는 친구나 지인의 추천할 경우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브랜드 진정성 및 신뢰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특성이 ‘네트워크 효과’ 극대화로 연결된 셈이다.
아라브는 “친구들이 아쿠아퍼(aquaphor) 제품을 추천해 사용해 봤는데, 정말 피부 상태가 좋아졌다”며 “친구들이 사용하는 제품, 혹은 아는 사람이 추천해 주는 제품을 보면 훨씬 더 사용하고 싶어진다”고 했다. 타일러 역시 친구가 추천하는 제품에 끌리는 네트워크 효과에 동의하며 “온라인에서 게시물을 볼 때는 특정 기업의 감독 없이 자유롭게 남겨진 리뷰인지 확인한다”고 했다.
그레이스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스폰서드 게시물이 아닌 단순 체험 제품을 리뷰할 때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제품이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처럼 보이는 영상들을 선호한다”며 “나 자신의 삶에 그 제품을 적용하고 싶은지 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3. 틱톡은 Z세대의 검색창이자 리얼 리뷰 창고
소셜 미디어 중 틱톡이 브랜드 발견 및 구매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인스타그램 등 다른 소셜미디어도 사용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의 다양한 리뷰, 후기를 확인하기에는 틱톡이 더 편리하다는 이유였다.
타일러는 “틱톡에서는 다양한 제품의 광고를 보고, 다른 사람들의 리뷰도 볼 수 있다”며 “다만 스폰서드 콘텐츠가 아닌 진짜 리뷰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레이스 역시 “특정 제품을 사고 싶을 때, 예를 들어 새로운 로션이나 선크림이 필요할 때 다양한 제품 리뷰를 보고 싶으면 틱톡에 들어간다”며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을 찾아서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리뷰를 확인한다”고 했다.
4. ‘가시성’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브랜드다
브랜드가 가시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새로운 브랜드나 기업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시야에 머무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아라브는 “다양한 방식으로 가시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술 제품의 경우 실제 기능을 보여주는 등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더 필요할 수 있다”며 “제품의 존재 사실을 알았더라면 더 일찍 구매했을 제품이 많다”고 했다.
Z세대는 존재조차 몰랐던 브랜드에 대해 “알았더라면 벌써 샀을 텐데”라고 말한다. 이들이 소비하는 브랜드는 노출된 브랜드가 아니라 ‘발견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즉, 사용자 후기, 친구의 영상, 리얼 피드백을 통해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오도록 설계해야 한다.
5. 실용성 + 가치의식: 가격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브랜드 태도도 본다
미국 Z세대의 구매를 유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가격 할인이었다. 아직 학생인 만큼 가격 민감도가 높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타일러는 “현재는 가격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 지속 가능성 등 다른 요소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레이스는 “전반적으로 가격, 내 필요에 맞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재활용 재료 사용 등을 언급하는 브랜드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이런 노력은 해당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크게 높여준다”고 덧붙였다.
디스커션 이후에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 스타트업 제품에 대해 미국 Z세대들이 직접 피드백을 제공하는 ‘포커스 그룹’ 세션도 이어졌다. 김소형 SCIDR 센터장은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 소비자들과 다르다. 작은 디테일부터 제품 브랜딩까지 현지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며 “미국 소비자의 생생한 반응, 진솔한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5가지 실행 전략
1. 유명 인플루언서보다 마이크로 크리에이터와 실사용자 스토리를 키워라
2. 제품 중심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콘텐츠를 기획하라
3. 틱톡 등 Z세대의 ‘발견 플랫폼’에서 가시성을 확보하라
4. 단순 리뷰가 아니라 친구 추천 같은 '신뢰 네트워크'를 설계하라
5. 브랜드의 사회적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실천으로 보여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