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라"... 김진우 라이너 대표의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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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5.05.04 21:30 PDT
"글로벌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라"... 김진우 라이너 대표의 도전기
롯데벤처스와 더밀크가 주최하는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사업 진출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엘캠프 실리콘밸리 4기’ 에서 김진우 라이너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엘캠프 실리콘밸리] 김진우 라이너 대표
AI 시대, 출처 기반 검색 엔진의 새로운 기준 제시 ... a16z 선정 AI 검색엔진 2위 등극
형광팬 검색에서 시작, 실리콘밸리서 AI 까지 확장하며 수많은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
미국에서는 단순해야 팔린다. 실리콘밸리는 오직 실력만이 통한다.

[김진우 대표의 창업 여정에서 5가지 배울 점]

1. 신뢰가 곧 경쟁력이다 : 정확한 정보, 출처가 명확한 AI가 사용자에게 선택받는다.

2. 명확한 타겟과 메시지로 시작하라 : 기능이 아니라 문제 해결 중심의 명확한 정체성이 중요하다.

3. 글로벌은 환상이다. ‘표준 시장’을 공략하라 : 실리콘밸리는 세계 기준을 세우는 곳이다.

4. 실패와 방황도 전략의 일부다 : 데이터 마케팅, 기능 확장, 여러 시행착오는 방향 재정립에 필요한 여정이다.

5. ‘진심’이 최고의 네트워킹 전략이다 : 겸손하고 진솔한 태도는 최고의 조력자를 이끌어낸다.

“나는 단지 사람들이 더 나은 정보를 보길 원했을 뿐입니다”

김진우 라이너 대표는 열정적인 창업자다. 하지만 그가 이끄는 회사 '라이너(Liner)'는 감정이 아닌 정확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챗GPT가 대중화된 AI 시대 라이너는 오히려 "사람들이 AI를 믿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출발, 출처 기반 AI 검색 엔진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김진우 대표는 지난 4월 22일(현지시각) 롯데벤처스와 더밀크가 주최하는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사업 진출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엘캠프 실리콘밸리 4기’ 프로그램 연사로 나와 창업 이후 여정과 미국 진출 과정에서 겪은 경험과 산전수전 스토리를 가감없이 풀어 놨다.

이날 김 대표의 강연은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K 스타트업의 진화가 아니라 글로벌 기술 시장에서 한국인 창업가가 어떻게 사업 모델을 바꾸고 적응하며 번영하는가를 말해주는 컨설팅 노트였다.

김진우 대표의 라이너는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a16z가 조사한 100대 생성AI검색 서비스에서 세계 2위까지 오른 서비스다. 사용자들이 웹 문서에서 중요한 부분을 하이라이트하는 기능과 함께 이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라이너의 전체 사용자 중 약 95%가 해외 사용자로 특히 미국의 대학, 연구소 등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미국 진출의 장점을 소개하고 있는 라이너 김진우 대표 (출처 : 더밀크)

글로벌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라

김 대표가 처음 서비스를 구상한 건 형광펜 기능이다. 사용자가 웹 문서의 중요한 부분을 하이라이트하면 그것이 하나의 필터가 돼 '유의미한 웹'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출발점이었다. 그래서 이름도 '라이너'라고 지었다.

이 아이디어는 단순한 생산성 도구를 넘어, 웹을 필터링하고 추천하고, 궁극적으로는 정확한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엔진으로 진화했다. 처음부터 김 대표의 꿈은 컸다. 구글에 도전하고 싶었다. 즉, 구글에 필적할만한 검색 엔진을 만드는 것이었다.

“왠지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좋은 정보를 찾으면 좋았다.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 반복되자 화가 났다. 그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좋겠고 더 좋은 것들 많이 보고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구글보다 유용한 검색 엔진을 만들 수 없을까? 그 시작이 형광펜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 2015년 4300만원을 들고 실리콘밸리에 진출했다. 이케아에서 책상을 조립하며 시작된 여정은 그가 ‘글로벌’이라는 단어를 재정의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글로벌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은 미국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모두 다르다”고 설명했다. 진짜 글로벌 임팩트를 내려면, ‘표준이 되는 시장’, 즉 미국에서 성공해야 한다.

챗GPT가 등장하면서 검색의 존재 이유가 다시 화두가 됐다. 김진우 대표는 초기에는 불안했다. 사람들이 더 이상 글을 읽지 않고, 형광펜조차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러나 그는 자신들이 개발한 독자적 기술을 AI에 접목하며 방향을 바꿨다.

“왜 사람들은 라이너를 쓸까?”

답은 단순했다. “챗GPT는 못 믿겠는데 라이너는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알려준다.” 이 ‘신뢰’의 구조가 바로 라이너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랴이너 초기 화면

라이너가 실리콘밸리에서 배운 세 가지 현실

한국의 AI 스타트업 라이너가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면서 김진우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단순한 '크로스 보더'를 넘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는 것을 느꼈다.

실리콘밸리로 진출은 기술 스타트업에게 거점 이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에서 AI 기반 연구 도우미로 주목받던 라이너에게 미국 진출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기술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세 가지 근본적인 진실을 알려줬다.

김진우 대표는 "한국에서 거둔 성공도 실리콘밸리에서는 새로운 기준과 방식으로 다시 증명해야 한다"며 실리콘밸리가 국제적인 창업자들에게 보여주는 냉정한 현실에 대해 말했다. 실리콘밸리는 세계 최고의 팀들이 기술 및 비즈니스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성취, 명망 있는 인맥, 국내 시장 리더십 등 다른 곳에서는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장점들이 현재의 성과와 잠재력만을 평가하는 생태계에서는 아무런 무게를 갖지 못한다.

자본의 격차도 극명하다. 한국에서 상당한 규모의 투자 유치로 여겨지는 수백억 원이 실리콘밸리에서는 겨우 시리즈 A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단순히 자본의 규모 차이가 아니라 성장, 영향력, 시장 기회에 대한 근본적으로 다른 기대치를 반영한다.

김진우 대표는 "일단 국내에서도 몇 백억 투자받았다. 이건 굉장히 큰 돈인데 이게 여기 오면은 거의 시리즈 한 단계 정도가 차이 나는 금액을 가지고 동일 시리즈에서 경쟁을 하게 된다. 천억원 대 대규모 투자 유치는 분명 의미 있는 신호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여부는 이후 실행에 달려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번 투자 받고 끝내는 게 아니라 다음으로 넘어가서 더 큰 걸 해내야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오직 실력만이 통한다.

오직 '실력' 만이 통하는 실리콘밸리의 가혹함은 도전적이지만 자신의 가치 제안과 실행 능력을 지속적으로 증명하도록 강제한다. 결국 가장 회복력 있고 혁신적인 기업만이 살아남는 환경을 조성한다.

글로벌 창업자들에게 가장 반직관적인 교훈은 "글로벌 시장"이라는 말의 모호성이다. 김 대표는 많은 비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확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실제로는 서로 다른 특성, 소비자 행동, 비즈니스 관행을 가진 개별 시장들을 단순하게 뭉뚱그린 것임을 발견했다.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유럽은 같은 시장의 변형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생태계다"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자국 시장 외의 모든 것을 하나의 "글로벌 기회"로 취급하는 일반적인 스타트업 전략은 위험할 정도로 단순하다는 것이 증명된다.

대신 김 대표는 더 실용적인 접근을 주장했다. 진정한 글로벌 영향력을 달성하려면 기업들은 먼저 기술 제품과 서비스의 사실상 표준 역할을 하는 미국 시장에서 성공해야 한다. 이는 미국 예외주의가 아니라 시장 현실의 인식이다. 미국 시장의 규모, 정교함, 영향력이 글로벌 야망을 가진 모든 기업에게 필수적인 시험장이 되게 만든다. 즉, 글로벌이란 말은 '세계 표준'이란 뜻인데 이를 지역적 특징으로 치환해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고객의 언어로 말하라

라이너는 미국에서 자신의 가치 제안을 전달하는 방식을 완전히 재구상해야 했다. 한국 사용자들은 하이라이트, 콘텐츠 추천, 커뮤니티 기능, 검색 기능을 결합한 라이너의 다면적 제공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미국 사용자들은 명확한 사용성을 요구했다.

김진우 대표는 "미국 고객들은 모든 것을 하는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특정 문제를 탁월하게 해결하는 솔루션을 원한다"고 깨달으며 여러 기능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버리고 간결한 두 문장의 피치를 선택했다.

"라이너는 AI 검색이다. 그리고 정확한 출처를 제공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마케팅 개선 이상을 의미한다. 이는 미국 비즈니스 문화가 기능의 풍부함보다 집중을 어떻게 중시하는지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반영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 없다 오직 까다로운 고객들을 위한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의 끊임없는 '우수성' 추구만이 있을 뿐이다.

버텨라.

김진우 라이너 대표는 전략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지다'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전략도 논리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의지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버티게 하는 의지가 없으면은 뭐 아무리 똑똑한 뭘 해도 너무 힘들어 가지고 그냥 다 그만두게 되는 것 같더라. 그럼 이 의지는 어디서 오는가? 그래도 손정의 회장님의 강연에 보면 '이름도 필요 없어, 돈도 필요 없어, 지위도 명예도 필요 없어. 이런 사람이 멍청해보이지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무도 이겨낼 수가 없다. 그런 사람이어야 큰일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에 완전 동의한다"고 말했다.

라이너는 a16z 선정 생성AI 서비스 4위까지 올랐다 (출처 : 라이너)

김진우 대표가 말하는 미국 진출 스타트업이 겪는 '실수'

김진우 리이너 대표는 자신의 창업 여정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자신 뿐 아니라 실리콘밸리에 오는 많은 스타트업을 직간접적으로 만나며 겪은 '시행착오' 또는 '실수'에 대한 생각을 들려줬다.

👉 명확한 고객 정의의 부족: 초기에는 제품의 기능을 다양하게 나열하며 모든 사용자층을 대상으로 하려 했으나, 이는 오히려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준다. 라이너는 이를 깨닫고 특정 사용자층, 예를 들어 대학생이나 연구자 등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들의 필요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 제품 메시지의 불명확성: 미국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은 처음에는 어떤 프로덕트(서비스)가 통할지 알 수 없다. 때문에 한국에서 통한 메시지를 그대로 사용한다. 라이너도 '하이라이트+추천+커뮤니티+검색' 등 다양한 기능을 강조했지만 이는 미국 사용자들에게 명확한 가치를 전달하지 못했다. 결국 라이너는 제품 메시지를 "AI 검색입니다. 출처를 제공합니다"로 단순화해서 사용자들에게 명확한 가치를 전달하게 됐다.

👉 미국 시장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 부족: 다수 스타트업은 한국에서의 성공 경험이 미국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았다는 점을 모른다. 미국 시장은 각국에서 온 경쟁자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으로, 한국에서의 성공이 미국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현실을 깨달기엔 시간이 걸린다. 이 인식의 차이를 빨리 줄여야 한다.

롯데벤처스와 더밀크가 주최하는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사업 진출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엘캠프 실리콘밸리 4기’ 에서 김진우 라이너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김 대표의 강연은 스탠퍼드대에 강의실에서 개최됐다. (출처 : 더밀크)

김진우 라이너 대표는 누구?

라이너(LINER)의 김진우 대표(34)는 1990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 출신의 AI 검색 서비스 스타트업 창업가다. 웹페이지나 디지털 문서에서 하이라이팅과 메모를 할 수 있는 서비스 ‘라이너’를 지난 2015년 공동창업했다. 현재 라이너는 미국, 캐나다,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전체 사용자의 95% 이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적인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가 발표한 ‘Top 100 Gen AI Consumer Apps’에서 퍼플렉시티에 이어 AI 검색 부문 글로벌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진우 대표는 구글보다 뛰어난 추천·검색엔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기술 개발과 서비스 최적화에 집중해왔다. 그의 리더십과 비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아, 2025년 포브스가 선정한 ‘주목해야 할 AI 창업자 33인’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창업 과정에서 여러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임팩트에 집중하자’는 원칙 아래 팀을 이끌며, 정보 과잉 시대에 의미 있는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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