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마지막 주주서한...그가 보내는 묵직한 세 가지 메시지

당신이 만일 워런 버핏의 재임 기간 내내 버크셔해서웨이에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워런 버핏이 1965년 버크셔를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 그가 창출해낸 누적 수익률은 무려 5,500,000%에 육박한다. 이는 연평균 약 20%의 수익률로 미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S&P500이 같은 기간 총 수익률 3만 9054% 수준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적과 같은 성과다.

월가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모든 투자자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4일(현지시각)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를 통해 올해 말 은퇴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역사상 전례없는 정부의 '돈풀기'로 밈주식이 판을 치고 개인 투자자들과 기관들의 투기성 거래가 사상 최고 수준인 지금, '가치 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은 그의 마지막 주주서한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까?

올해 초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서한에서 버핏은 가장 먼저 버크셔의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는 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했다. 버핏은 2019년부터 2023년 사이 주주서한에서 '실수나 오류'를 뜻하는 'mistake'와 'error'라는 단어를 16번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의 다른 대형 기업들의 서한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단어라는 점에서 상당히 대조적이다.

워런 버핏과 같은 투자자로서 성공의 정점에 오른 인물이 그의 마지막에 투자자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이 그의 '실수'였다는 점은 곱씹어봐야 할 만한 부분이다. 약간의 성공을 과장해서 스스로 '현자'임을 칭하는 투자자들이 지금 얼마나 많은가?

버핏은 주주 서한을 통해 자본 배분 결정에서 발생한 그의 실수와 경영자 평가에서의 오판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인정했다. 특히 경영자의 충실성에 관한 실망이 재정적 영향을 넘어 "실패한 결혼과 같은 고통"을 줄 수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버크셔의 성공이 투명한 기업 문화에 기반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실수를 인정하고 빠르게 수정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공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버핏은 고 찰리 멍거의 말을 인용하며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손가락만 빨고 있는" 실수 정정의 지연이 가장 큰 죄악이라고 밝혔다.

이는 고 찰리 멍거가 생전에 이야기한 "문제는 바람으로 사라지지 않으며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행동이 필요하다."는 뜻이 버핏의 리더십 철학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워런 버핏의 마지막 주주서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이야기는 포레스트 리버(Forest River)와 지난 2024년 11월 80세의 나이로 여전히 일하던 중 세상을 떠난 창업자인 피트 리글(Pete Liegl)에 관한 것이었다.

버핏은 2005년 인디애나 주의 레크레이션 차량(RV) 제조업체인 포레스트 리버를 인수했는데 그 과정이 매우 신속했다. 서한에 따르면 버핏은 2005년 6월 21일에 포레스트 리버에 관한 정보를 담은 중개인의 편지를 받았고 일주일도 되지 않은 6월 28일 오마하에서 피트와 만남을 가졌다.

버핏과의 만남에서 피트 리글은 사업을 계속 운영하기를 원하지만 가족의 재정적 안정을 보장하고 싶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수 과정에서 버핏은 두 가지 중요한 결정을 즉시 내렸다. 첫째, 포레스트 리버에 임대된 피트 리글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추가 평가 없이 그의 가치 평가를 그대로 수용한 것. 둘째, 피트 리글의 보상에 대해 어떤 금액이든 수용하겠다고 제안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결정이 놀라운 것은 이런 합의는 워런 버핏 자신이 일반적으로 권장하지 않는 접근법이라는 데 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피트 리글의 답변이었다. 그는 버크셔의 제안을 검토했지만 자신의 상사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싶지 않다고 전했고 이후 포레스트 리버는 버크셔 주주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이 사례는 워런 버핏이 피트 리글이라는 경영자의 직설적이지만 겸손한 접근 방식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그 역시 신뢰 기반의 파트너십에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려 큰 성공을 거뒀음을 시사한다.

워런 버핏은 2025년 주주서한을 통해 "좋은 기업이 언제나 현금보다 낫다"는 견해를 강조했다. 버핏은 서한에서 "버크셔는 결코 현금 등가물 자산의 소유를 좋은 사업의 소유보다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금을 창출하는 내재적 가치가 있는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법정화폐인 현금을 보유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투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그는 "종이 돈은 재정적 어리석음이 만연하면 그 가치가 증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고정 쿠폰(이자)의 채권 역시 통화 가치 하락으로부터 자산의 보호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버핏은 "나는 평생 동안 주식에 의존해 왔다"며 "나는 그동안 미국 기업의 성공에 의존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에도 미국 자본주의의 장기적인 성공을 믿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버핏은 최근 단행한 일본 투자에 대한 통찰도 제공했다. 그는 서한에서 "내가 이 편지를 쓰는 시점에서 2025년 일본 투자로부터 예상되는 연간 배당 수입은 약 8억 1200만 달러가 될 것."이라며 가치있는 배당 기업에 투자하고 있음을 자신했다.

이는 주로 미국 기업에 투자해온 버핏이 일본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 역시 버핏의 장기적 관점과 가치 투자 철학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안정적인 배당 수입을 제공하는 견고한 일본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글로벌 경제 성장에 참여하고 특히 엔화로 자금을 조달, 일본 기업에 투자해 환율 위험을 자연스럽게 헤지했다는 점에서 국제 투자에서 통화 위험을 관리하는 실용적인 방법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결과적으로 워런 버핏의 마지막 메시지로 기억될 2025년 주주서한은 투명성과 신뢰, 적응력, 그리고 장기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를 배움의 기회로 삼는 태도가 지속 가능한 성공의 핵심 열쇠임을 강조했다.

그는 월가에서 '현인'으로 인정할 만큼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후에도 주주들과 소통할 때 "우리의 입장이 바뀌었다면, 즉 당신이 버크셔의 CEO이고 나와 내 가족이 당신에게 저축을 맡긴 투자자라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기를 원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가 언제나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려고 노력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한 버핏의 투명하고 정직한 의사소통 방식이 그의 장기적인 성공의 비결 중 하나임을 보여주는 일화라 할 수 있다.

그는 실수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투명하게 인정하고 개선점으로 삼는 태도가 가장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것이 바로 버크셔해서웨이가 수십년 동안 지속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핵심 철학이 아닐까?

투자자로써도 버핏의 마지막 주주서한은 단기적인 시장의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려준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이자 많은 이들의 삶의 귀감이 된 '오마하의 현인'은 시장에서 물러나지만 그의 투자 원칙은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환경에서도 유효한 지혜로 남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