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도 코앞’ 엔비디아는 어떻게 3조달러 기업이 됐나
AI 반도체 전성시대... 1위 마이크로소프트(MS)와 1400억달러 차이
애플, MS 이어 역대 세 번째 ‘시총 3조달러’ 기업으로
엔비디아 주가 올해 154%, 지난 5년 동안 3266% 상승
“전속력으로 뛰는 마라토너”... 반도체 기업 역사 새로 썼다
엔비디아(티커: NVDA)의 시가 총액이 3조달러를 넘어서며 애플을 제치고 미국 주식 시장에서 두 번째로 가치 있는 회사에 등극했다.
엔비디아는 5일(현지시각) 전날 대비 5.16% 상승한 1224.4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시가총액 3조120억달러(약 4135조원)를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3조달러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시가총액 3조달러를 돌파한 기업이 됐다. 시총 3조달러 돌파 기업은 전 세계에 세 회사 뿐이다.
시가총액 1위(3조1500억달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차이도 약 1400억달러로 크지 않다.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올해 150%, 지난 5년 동안 주가 3300% 상승
엔비디아는 생성 AI 산업의 인프라 역할을 하는 AI 반도체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설계,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해 왔다. 특히 생성 AI 모델 개발 경쟁이 격화되며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GPU를 대량 구매하자 매출이 급증하는 등 실질적인 수혜를 누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10만 개 AI 반도체를 묶어 슈퍼컴퓨터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인 예다. 자신의 AI 스타트업 xAI의 AI 모델 개발을 위해 엔비디아 최신 GPU ‘H100’ 대량 구매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머스크는 4일(현지시각)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테슬라의 엔비디아 칩 구매에 대한 현재 추정치는 올해 30억∼40억달러(약 4조1190억원∼5조4920억원)”이라며 테슬라의 AI 기술 개발 역시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강력한 칩 수요에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해 들어 154% 상승했으며 지난 5년 동안 3266%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동안 나스닥이 16%, 122% 오른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성과다.
더밀크의 시각: “전속력으로 뛰는 마라토너”... 반도체 기업 역사 새로 썼다
“(엔비디아를 따라잡는 건) 전속력으로 달리는 마라톤 선수를 잡으려는 것과 같다.”
아담 골드 카탐 힐 LLC 설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엔비디아는 오랫동안 레이스에 참여해 왔고, 선두를 유지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AI 반도체 산업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오랜 기간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현재 성과가 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 중요한 건 엔비디아가 쉬지 않고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발주자들이 경쟁하기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지난 2일 대만에서 열린 IT 컨퍼런스 ‘컴퓨텍스’ 기조연설에 등장해 차세대 아키텍처 ‘루빈(Rubin)’을 공개했다. 지난 3월 미국 산호세에서 개최한 GTC 2024에서 새로운 아키텍처 블랙웰과 신형 칩을 공개한 지 3개월여 만에 다음 세대 아키텍처를 공개한 것이다.
2년이던 신제품 개발 주기를 절반(1년)으로 단축하며 더 빨리 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황 CEO는 “모든 것을 가속화하라”며 “우리 철학은 모든 것을 기술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했다.
엔비디아는 2023년 5월 반도체 기업 중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 ‘1조달러 클럽’에 포함된 후 올해 2월 2조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약 100일 만에 3조달러까지 돌파하며 반도체 기업, 산업의 역사를 새로 썼다.
생성 AI 신산업혁명... ‘AI팩토리’는 왜 혁명적 개념인가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번 컴퓨텍스에서 엔비디아의 ‘AI팩토리’를 강조했다. AI팩토리는 엔비디아 GPU, 자체 개발 CPU인 그레이스 칩, 네트워킹 솔루션인 NV링크(NVLink)와 네트워킹용 칩 NVLink 스위치, 수냉식 냉각 시스템 등을 조합해 구성한 인프라다.
단일 칩(GPU)을 넘어 AI 모델 학습(training) 및 서비스(inference)를 위한 ‘데이터센터 단위’로 제품을 본격 판매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센터는 각 기업 고객에 필요에 맞춰 세부 구성을 바꿀 수 있으며 현재 적용 가능한 인프라 중 가장 우수한 성능,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량을 자랑한다. 황 CEO가 “엔비디아 기술로 98%의 비용, 97%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황 CEO가 AI팩토리를 니콜라 테슬라의 교류 발전기(AC generator)에 비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890년 니콜라 테슬라가 교류 발전기를 발명, 전기 기반의 산업 혁명을 뒷받침한 것처럼, AI팩토리는 AI 발전기(AI generator)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교류 발전기가 전기를 생성하듯 AI 발전기는 토큰(token, 주로 의미를 가진 text의 최소 단위를 지칭)을 생성한다. 실제로 이렇게 생성된 토큰은 생성 AI 기술 기반의 신산업혁명의 동력이 되고 있다. 주요 AI 모델(LLM, 대규모 언어 모델)이 토큰을 중심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문장을 생성하는 챗GPT 역시 기본 구조는 토큰(데이터)가 들어가서 토큰(데이터)가 나오는 구조다.
토큰 기반의 챗봇은 단순히 말을 만들어 내는 수준을 넘어 독립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로 발전하고 있다. 생성 AI 기술이 전체 산업에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라리 하말라이넨 맥킨지 수석 파트터는 “생성 AI 기반 에이전트는 작업 과정(workflow)을 자동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빅테크 및 주요 AI 업체들 역시 ‘AI 에이전트’ 경쟁에 나섰다. 지난 5월 13일(현지시각)에 진행된 오픈AI의 스프링 업데이트, 14일에 열린 구글 I/O, 21일에 있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 빌드까지 모든 행사에서 공통적으로 AI 에이전트가 언급됐다.
TSMC 등 대만계 끈끈한 생태계도 한몫... AI 반도체 경쟁 가열
엔비디아는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Foundry, 위탁 생산 업체) TSMC와도 끈끈한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이번 컴퓨텍스 컨퍼런스에 앞서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를 비롯한 대만 과학기술계 인사들과 타이베이에서 만나 저녁 식사를 하고, 야시장까지 방문했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는 미국으로 이민, MIT를 졸업한 후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 거쳐 55세의 나이에 TSMC를 설립한 대표적 대만계 리더다. 젠슨 황 CEO 역시 대만계 출신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성공한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황 CEO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를 꼽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TSMC는 현재 엔비디아 AI 반도체 위탁생산을 독점하고 있다.
실적 전망도 양호하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추정치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회계연도에 엔비디아의 순이익이 650억달러로 전년(300억달러) 대비 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총이익률 역시 76%까지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AI 가속기(AI accelerator)로 불리는 엔비디아 AI 전용 반도체(GPU)의 가격이 떨어지고, 독점이 깨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을 개발하고 있고, AMD, 인텔 등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들의 추격도 매섭다는 것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이번 컴퓨텍스에서 자체 신형 AI 가속기인 ‘가우디3(Gaudi 3)’의 가격이 “경쟁 제품(엔비디아 H100) 대비 3분의 2 수준”이라며 가격 경쟁력을 강조했다. AMD 역시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 가속기 ‘AI MI350’ 로드맵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