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이 살 수 있다... AI 안경이 보여주는 미래
메타, AI 글라스 생태계 확장 위해 팝업 스토어 잇따라 오픈
AI·XR 결합으로 재편되는 스마트 글라스 시장…"인터랙션 혁명 시작"
메타 60% 점유율로 선두... 삼성·구글·애플 2026년 출격 준비
시어스랩, 차세대 AI 스마트 글라스 'AInoon' 대중에 공개
메타가 오프라인 매장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AI 글라스 시장 확대를 위해서다. 레이밴과 협업한 AI 안경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자, 주요 도시에 체험형 매장을 열어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메타는 작년부터 뉴욕, 로스앤젤레스, 라스베가스 등에 팝업 스토어를 잇달아 오픈했다. 메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매장은 5번가 한복판에 매장을 오픈했다. 2층 건물 전체를 파란색으로 칠하고 레이밴 AI 안경 이미지를 새겨 넣었다.
메타의 오프라인 전략은 단순 판매를 넘어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매장 내부는 스케이트보드 테마로 꾸며져 있으며, 전신 거울과 무료 커피·쿠키 제공 코너, 안경 케이스 각인 서비스 등을 갖췄다.
매트 제이콥슨 메타 AI 웨어러블 부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고객들이 매장에서 사진을 찍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며 "효율적인 판매 공간이 아닌, 사람들이 머물고 싶어 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매장 입지도 전략적이다. 선정했다. 뉴욕은 5번가, 라스베가스는 윈 호텔, LA는 멜로즈 애비뉴 등 유동 인구가 많은 프리미엄 상권에 매장을 배치했다. LA 매장은 팝업이 아닌 영구 매장으로 운영 중이다.
메타의 공격적인 오프라인 확장은 AI 글라스 시장에서의 성공에 기반하고 있다. 2021년 첫 출시 당시 실패를 겪었던 레이밴 스마트 안경은 지난해 AI 기능을 대폭 강화한 신제품으로 재출시되며 시장 반응이 180도 달라졌다. 올해 초 기준 누적 판매량은 200만 개를 돌파했다.
카메라, 마이크, AI 기능을 탑재한 이 제품은 다양한 스타일로 제공된다. 특히 실시간 언어 번역 기능이 여행객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AI 안경의 강력한 매출이 분기 실적 성장에 기여했다"며 "이번 분기에도 전년 대비 상당한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메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디스플레이 내장형 신제품은 출시 48시간 만에 전 매장에서 품절됐다. 11월 말까지 체험 예약도 모두 마감된 상태다.
저커버그 CEO는 "우리가 명백히 선도하고 있는 분야이며 앞으로 큰 기회가 있다"며 "제조 능력 확대와 판매 증대에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 글라스 시장은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차세대 웨어러블 플랫폼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강화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과 스타트업들도 혁신적인 기술을 앞세워 생태계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비전 AI 기반 XR 전문기업 시어스랩(Seerslab)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 글라스 시장은 2024년 19억 3000만 달러(약 2조8천억 원) 규모에서 2030년 약 82억 6000만 달러(12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의 핵심 성장요인으로는 ‘AI 기반 인터랙션’ 진화와 XR 기술의 실사용 사례 확대가 꼽힌다.
현재 스마트 글라스 시장은 메타(Meta)가 압도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레이밴(Ray-Ban)과 협업한 AI 탑재 스마트 글라스는 2025년 2분기까지 350만 개 이상 출하하며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기록했다.
메타는 올해 컨퍼런스 ‘메타커넥트 2025’에서 ▲Meta Ray-Ban Display ▲Oakley Meta Vanguard ▲Ray-Ban Meta Gen2 등 3종 신제품을 공개했다. 스마트폰 없이 지도·메시지·영상통화 등을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스포츠·패션 등 라이프스타일 시장까지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구글, “AI형 인터랙션으로 승부”…기업용 시장 겨냥
빅테크 기업들도 속속 AI 글라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구글·퀄컴과 협업해 헤드셋형 XR 기기 ‘갤럭시 XR’을 국내에 출시했다. 구글의 제미나이(Gemini)와 Gemini Live를 기반으로 음성·시선·제스처를 결합한 멀티모달 AI 인터페이스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는 말하고, 바라보고, 손가락으로 실행하는 복합적 인터랙션을 통해 검색·영상 시청·작업 수행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삼성과 구글의 협업 구조는 ‘삼성 = 하드웨어, 구글 = AI·OS’ 방식이다. 향후 교육·훈련·원격지원 등 기업용(B2B) XR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은 기존 XR 헤드셋 ‘비전프로(Vision Pro)’의 하드웨어 업데이트를 중단하고 핵심 인력을 경량 AI 글라스 개발에 투입했다. 업계는 애플이 ▲초경량 설계 ▲제스처 인식 ▲LCoS 디스플레이 ▲AI 기반 인터랙션 기능을 포함한 모델을 2026~2028년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애플은 출시 전까지 제품을 공개하지 않는 ‘비공개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경쟁사보다 늦더라도 높은 완성도와 생태계 집중도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어스랩, 차세대 AI 스마트 글라스 'AInoon' 대중에 공개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 경쟁력도 주목받고 있다. 시어스랩은 최근 차세대 AI 스마트 글라스 ‘AInoon(에이아이눈)’을 공개했다. 디스플레이 없이 음성 입력과 카메라 인식만으로 실시간 실행이 가능한 방식을 택했으며, 전화·음악 재생·사진 촬영을 비롯해 일상행동 자체가 AI와의 상호작용으로 연결된다.
회사 측은 “한국어로 질문하고 대답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 인터페이스를 적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챗GPT·제미나이·클로드 등 다양한 LLM을 탑재해 상황에 따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멀티LLM 기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어스랩(Seerslab)은 오는 11월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마곡 COEX에서 개최되는 ‘국제안경광학산업전시회’에서 차세대 AI 스마트 글래스 ‘AInoon(에이아이눈)’을 처음으로 대중과 안경업계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실시간 번역·교육·실버케어 등 실제 적용 시나리오 체험과 현장 데모 세션이 운영된다. 또 안경원 및 업계와의 협력을 위한 전문 유통점 모집도 병행될 예정이다.
더밀크의 시각: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핵심은 상호작용
글로벌 기술 시장이 스마트폰을 지나 ‘다음 플랫폼’을 향한 경쟁 국면으로 진입했다. 핵심은 "어떻게 상호작용하느냐(Interaction)"에 있다. 다음 시대는 음성·시선·제스처가 결합된 AI 인터랙션 중심의 시대다. 더 이상 화면을 켜지 않아도 된다. 시선을 보내거나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 실행되는 새로운 디지털 경험, 이른바 '보이지 않는 AI'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메타의 오프라인 매장 전략이 이를 설명하고 있다. 메타의 새로운 뉴욕 매장은 레이밴 AI 글라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무료 커피·쿠키 제공, 테마형 공간 디자인, 셀카가 가능한 ‘체험 미러룸’, 안경 케이스 각인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AI 글라스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공간으로 설계돼 있다.
플랫폼 경쟁의 본격적인 분기점은 “스마트폰을 꺼내는 행동 자체가 사라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다음 시대는 ‘생각하고 말하거나 바라보는 것’을 통해 실행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때부터 기술의 본질은 ‘컴퓨팅이 인간의 행동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동기화되어 있는가’에 있다.
결국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이끄는 핵심 요소는 화면 중심 기술에서 사용자 행동 중심 인터랙션으로의 이동, 운영체제 중심 경쟁에서 AI 모델 경쟁으로의 이동, 콘텐츠 소비 환경에서 즉각 실행 환경으로의 진화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변화의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메타의 AI글라스 판매 호조와 팝업 스토어 전략은 그 변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신호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