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이 일부러 부동산을 죽이고 있다
집 주인들, 집값 내리기 시작했다
믿었던 실업률... 상승 시그널 나왔다
2023년 연준의 정책전환… 집값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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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이 주택시장을 죽이고 있다.(The Fed is killing the housing market)”
지난달 28일(현지시간) CNN은 미국의 주택시장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30년 고정 모기지대출 이자율이 7%를 넘어서자 이런 평가가 나온 겁니다.
뉴욕타임스도 4일 이런 평가를 내놨습니다.
“미 주택시장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지 않은 상황이다. 모두가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The Housing Market Is Worse Than You Think. Everyone is feeling the squeeze.)”
시장 동향을 좀 알아보기 위해 최근 애틀랜타에서 모기지 융자 에이전트로 일하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지인은 “상황이 이렇게 급격하게 나빠질지 몰랐다. 모기지 수요가 급격하게 줄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푸념합니다.
“연준이 너무 하나(인플레이션)만 생각하는 것 같네요. 우리(부동산업계 종사자) 같은 사람들은 다 어쩌라는 건지…”
실제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되고 있습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9월 주택 계약 체결 건수는 4개월 연속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지난해 9월과 비교해서는 31%나 급감했습니다. 이는 치솟는 모기지 대출 이자율 때문입니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10월 미국 주택 구매자의 대출상환금은 작년보다 77%나 올랐습니다.
모두가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집을 시장에 내놓은 판매자는 구매 수요가 급감하고, 그나마 있는 구매자들도 터무니없이 가격을 깎는 바람에 고민이 많습니다. 처음으로 내 집 마련을 꿈꿨던 첫 주택 구매자들은 집 사기를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임대 시장도 불안합니다. 주택 소유주들은 최근 “세입자 찾기가 쉽지 않다”라고 어려움을 말합니다. 특정 지역에 국한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시애틀에 거주하는 김선우 기자는 “시애틀 역시 최근 주택 임대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밸뷰 등 학군이 좋은 지역도 세입자를 찾기가 어렵다고 들었다”라고 말합니다. 임대료가 너무 오른 탓입니다. 집세를 아끼기 위해 부모님의 집으로 들어가는 ‘캥거루족’이 늘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미 주택시장은 이미 혹한기입니다. 언제까지 이 상황이 지속될까요. 이제 시작은 아닐까요? 이러다가 정말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겪었던 침체기를 다시 경험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밀키스레터에서 다뤄봤습니다.
집 주인들, 집값 내리기 시작했다
주택경기가 위축되면서 다양한 트렌드가 시장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판매자들의 가격 인하입니다. 수요가 줄자 집 소유주들이 집값을 내리기 시작했는데요. 애틀랜타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일부 셀러들은 최대 5만 달러까지 가격을 내리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내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구매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기 때문입니다.
새 집도 마찬가지인데요. 현재 주택단지를 개발하고 있는 일부 빌더들도 3만달러 이상 가격을 내려 팔고 있습니다. 또 자체 모기지 상품을 시세보다 낮은 이자율에 제공하겠다고 홍보하면서 잠재 바이어들의 구매 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짓기만 하면 완판 됐던 주택단지가 미분양 위기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한 중개인은 “최근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집을 사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말이 돈다”라고 말합니다. 언론의 부정적인 기사도 영향일 미치면서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어도 거래를 중단하고 있다는 겁니다. 수요가 더 차갑게 식어버린 이유입니다. 이제 시장에서는 주택 구매자들이 이른바 ‘갑’이 됐습니다.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으로 전환한 미 주택시장에서는 또 어떤 트렌트가 나타나고 있을까요? 기사에서 확인하세요.
실업률 상승 시그널 나왔다
미국 주택시장과 직접적인 관련인 있는 지표가 바로 실업률입니다.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어야 모기지 대출 이자율을 갚거나, 렌트비를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실업률이 높을수록 주택시장은 침체하기 마련입니다. 그간 연준이 강력한 긴축기조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완전 고용 수준의 실업률과 고용 증가 때문이었는데요. 이 실업률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시그널이 등장했습니다.
4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실업률은 전월대비 0.2% 포인트 상승한 3.7%를 기록했습니다.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3.6%를 소폭 웃돈 수치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다소 조절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런데 비농업 부문의 신규 일자리는 예상치를 크게 웃돈 26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왜일까요. 로이터는 “빈자리를 채우려는 수요가 고용 증가의 배경”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빈자리는 중소·중견기업에서 나왔습니다. 지난 2년간 미 구직시장은 ‘대사퇴의 시기’를 경험했습니다. 빅테크 등 대기업들은 높은 임금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인재를 끌어모았습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은 극심한 구인난을 겪었습니다. 이제 상황이 바뀌고 빅테크 기업에서 해고가 이뤄지자 인력이 중소·중견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겁니다.
주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감원 도미노 현상,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기업들은 얼마나 더 많은 인원을 줄일까요?
2023년 연준의 정책전환… 집값 전망은?
그러면 앞으로 집값은 어떻게 될까요? 현재 집값 트렌드를 보면 가격 상승 추세가 지난해와 비교해 둔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포브스에 따르면 올해 8월 집값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7% 오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런데 지난 6월부터 8월 사이 가격은 6%나 떨어졌습니다.
주택가격 전망은 다소 엇갈립니다. 골드만삭스는 “2023년 집값이 올해와 비슷하게 유지되거나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코어로직은 “내년까지 미국의 주택 가격이 3.9% 정도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현 추세대로라면 2024년부터 가격 하락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향후 주택경기에 대한 실마리는 ‘인플레이션’에서 찾을 수 있을 텐데요. 물가급등세가 수그러들고,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 수준에 도달한다면 연준의 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연준이 ‘긴축’에서 ‘완화’로 정책을 전환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대신 시장에서는 금리와 물가가 높게 유지되면서 성장이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결국 연준이 정책을 완화로 전환하는 시점은 오기 마련입니다. 그 시점이 언제일까요. 크리스의 투자노트 PM에서 확인하세요.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속담처럼 즐겨 쓰던 격언입니다. 지난 2년간 미국인들은 ‘경기 부양책’이라는 이름으로 살포된 ‘공짜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공짜 점심에 ‘숨겨진 비용’을 지불해야 할 시간입니다.
미국의 중간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결과는 봐야 알겠지만,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경제 이슈가 이번 선거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조심스럽게 공화당에 대한 지지세가 강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선거에 승리하면 그간의 정책 기조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정권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공짜 점심에 대한 숨겨진 대가는 치러야만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또 언제까지 대가를 치러야 할 지도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터널의 끝’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시기임에 분명합니다.
감사합니다.
애틀랜타에서 권순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