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모빌리티’...현대차는 로봇으로 뭘 하려는 걸까?
[CES2022]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 ‘이동의 미래’ 제시
라이다·로봇 기술로 모든 사물 이동…현실과 가상 세계 연결
정 회장 “메타버스에 관심…CES에 배우러 왔다”
햇볕이 들기 시작한 창가. 온도 변화를 인식한 화분이 스스로 이동해 광합성을 시작한다. 외출 준비를 시작한 백발의 여성이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자 지팡이가 담긴 바구니가 다가오고, 지팡이를 짚고 일어선 그녀는 의자 모양의 1인 모빌리티(이동수단)에 오른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다. 화분, 바구니, 1인 모빌리티. 형태는 각기 다르지만 작동 원리는 같다. 모든 사물에 라이다(Lidar, 레이저 기반 센서)와 바퀴를 달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센서 및 AI(인공지능) 기술, 바퀴가 스스로 회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인휠(in-wheel) 모터, 스티어링, 서스펜션, 브레이크 시스템 기술이 적용됐다. 현대차는 이 바퀴 모양의 일체형 모듈에 ‘PnD(플러그 앤 드라이브)’란 이름을 붙였다.
로봇으로 모든 사물을 자유롭게…MoT
4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CES2022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은 “로봇을 이용해 제한 없는 ‘사물 이동수단(Mobility of Things, MoT)’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바퀴(PnD 모듈) 자체가 일종의 로봇이고, 이를 모든 사물에 적용하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MoT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는 주장이다. 모빌리티의 개념을 ‘자동차’로 한정하지 않고 사물인터넷(IoT)처럼 ‘모든 움직이는 물체’로 확장했다.
이렇게 하면 결국 이동의 제한이 없어지고, 인류의 삶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현대차의 주장이다.
작은 테이블에서부터 커다란 컨테이너에 이르기까지 PnD 모듈의 부착 범위는 제한이 없고, 크기와 개수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여기에 각 휠이 독립적으로 작동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드라이브 앤 리프트 모듈(Drive & Lift Module, DnL 모듈)’까지 적용하면 물류 운송,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등 더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는 “최근 아이폰 라이다 센서를 활용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고 있다”며 “현대차 역시 라이다, 로봇 기술 기반으로 모빌리티 영역 확장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상과 현실 경계 허무는 ‘메타모빌리티’
MoT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개념이 바로 메타모빌리티다. 로보틱스로 확장된 이동 경험을 ‘메타버스(Metaverse, 초월 세계)’와 접목했다.
로봇과 메타버스는 ‘디지털 트윈(가상 환경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이라는 연결 고리를 갖는다. 로봇으로 MoT가 구현되면 메타버스, 즉 가상 환경에서도 현실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가상 공간에 스마트 팩토리(공장)를 구축한 후 가상 환경에서 공장 기기를 조작하면 실제 공장에서도 로봇을 움직일 수 있다. 공장 설비 위치를 바꾸거나 사물을 옮길 때 직접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 디지털로 작업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인간 및 외부환경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까지 더해지면 더 다채로운 상상이 가능하다.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스팟(Spot), 아틀라스(Atlas) 같은 로봇을 우주에 보낸 후 메타버스 환경에서 로봇이 겪는 경험을 인간이 공유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정 회장 “메타버스에 관심…CES에 배우러 왔다”
정 회장은 “메타모빌리티는 실제 현실뿐 아니라 메타버스 내 새로운 현실로 우리를 이동하게 만들 솔루션”이라며 “현대자동차는 위대한 일을 성취하기 위해 로봇의 힘을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메타버스가 보편화되면 메타버스가 우리의 일상에서 중요한 공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로봇이 인류를 돕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은 기조연설 직후 기자들과 나눈 질의응답 세션에서 인간의 동료로서 로봇의 가치도 강조했다. 그는 “로봇은 점점 인간과 가까워지고 있다. 매일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언젠가는 사람들이 ‘스팟’을 데리고 다니게 될 것으로 본다. 로봇은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을 갈 수 있기 때문에 인류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우려에도 CES2022에 참석한 이유를 묻자 “모르는 게 많아서 배우러 왔다”고 답했다. CES에서 가장 관심 있는 기업, 기술에 대한 물음에는 “융합기술에 관심이 있다. 친환경, 메타버스 같은 분야를 살펴보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