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밀크닷컴 5년의 여정, 그리고 우리가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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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5.10.20 09:37 PDT
더밀크닷컴 5년의 여정, 그리고 우리가 배운 것들

[더밀크닷컴 5주년] 지난 5년 그리고 앞으로 5년
실리콘밸리 혁신을 한국의 문화적 언어로 해석하는 미디어로 성장
독자의 신뢰와 선택을 기반으로 매일 12만 명이 읽는 한국 대표 크로스보더 테크 미디어
‘에이전틱 미디어(Agentic Media)’라는 새로운 모델을 지향
인간이 중심되는 AI 시대의 미디어로 독자의 사고력을 확장시키는 슈퍼미디어 될 것

더밀크 회원, 독자, 투자자, 파트너 여러분께,

5년 전, 우리는 실리콘밸리의 거대한 혁신을 한국과 아시아의 언어로 해석하는 작은 미디어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더밀크는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된 실험이 어떻게 신뢰와 영향력으로 성장하는지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매일 쏟아지는 AI와 테크 뉴스의 홍수,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비즈니스와 투자, 그리고 삶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설명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외신은 미국 독자를 위해 쓰여졌고, 한국 미디어는 속보 경쟁에 매몰되어 맥락을 잃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질문했습니다.

"한국과 아시아를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지식 인프라를 만들 수는 없을까?"

그 질문이 더밀크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 10월 21일 더밀크닷컴의 시작. 희망이 신념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더밀크닷컴을 오픈했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오픈을 알리는 순간부터 독자분들이 유료(프리미엄)로, 무료로 폭발적으로 가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픈 당일 하루에 100명이 넘는 프리미엄 회원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더밀크의 존재 이유

더밀크는 단순한 뉴스 미디어가 아닙니다.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정보의 다리입니다.

한국의 CEO가 오픈AI의 최신 발표를 읽을 때, 그것이 자사의 AI 전략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야 합니다. 벤처투자자가 실리콘밸리의 펀딩 트렌드를 볼 때,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연결점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전략기획 담당자가 미국의 정책 변화를 접할 때, 그것이 우리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밀크의 시대적 소명은 명확합니다. 글로벌 혁신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가장 먼저 포착하고, 한국과 아시아의 맥락에서 가장 정확하게 해석하는 것. 번역의 문제가 아닙니다. 문화적, 산업적, 전략적 맥락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 소명을 실현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뉴스룸을 세웠습니다. 뉴욕, 애틀랜타, 유럽의 아일랜드에 기자와 연구원을 배치했습니다. 글로벌 컨퍼런스 현장을 누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여러분에게 신뢰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지난 5년, 우리가 걸어온 길

5년간 더밀크는 AI·테크·지정학의 흐름을 번역하고 연결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크로스보더 미디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단순한 정보 사이트가 아니라 하나의 플랫폼으로, 리포팅을 넘어 독자가 '생각하는 힘'을 확장시키는 미디어로 진화했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더밀크닷컴은 이제 매일 12만 명 이상의 독자에게 뉴스레터와 리포트를 전달하고 매월 84만명이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프리미엄(유료) 7400명이 구독한(누적기준) 전문 미디어로 성장했습니다. CES, MWC, SXSW, GTC, 구글I/O, 트렌드쇼, AI 웨비나 등을 통해 글로벌 혁신 현장에 독자들을 직접 연결하며, 기업, 정책, 투자, 스타트업 현장에서 전략적 의사결정의 레퍼런스가 됐습니다. 매년 1월 글로벌 혁신 기술의 현장 CES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공식 미디어 파트너'로 인정받았습니다.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이 시대 리더이신, 독자 여러분의 반응이었습니다.

대기업 CEO들이 "더밀크 없이는 실리콘밸리 트렌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고, 한 중견기업 CEO는 “더밀크덕에 실리콘밸리와 한국의 격차가 줄었다”고 평가해주셨습니다. 벤처투자자들이 "아침에 받는 더밀크 뉴스레터가 첫 번째 읽을거리"라고 하셨으며,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더밀크 덕분에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고 전해주셨습니다.

더밀크 독자분들은 단순화되고 극단적 서사를 원하지 않습니다. 클릭을 위해 양극화된 논쟁을 소비하지 않습니다. 대신 복잡한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자 합니다.

바로 그런 독자들이 더밀크를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테크 미디어로 만들어주셨습니다.

우리가 배운 것

지난 5년은 단순한 미디어 운영의 시간이 아니라 AI 시대에 '작은 조직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집요한 실험의 시간이었습니다.

신뢰는 알고리즘이 아닌 ‘사람의 선택’에서 나온다.

지난 5년간 더밀크의 생존은 알고리즘이 아닌 ‘독자의 선택’으로 성장하는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시간이었습니다. 더밀크는 포털의 트래픽에 의존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콘텐츠의 깊이와 정확성으로 독자들의 신뢰를 얻는 길을 택했습니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더밀크는 하루 뉴스가 아닌, 1년 후의 변화를 보여주는 전략 미디어가 되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오늘 일어난 일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의 작은 변화가 5년 후 어떤 거대한 흐름이 될지를 읽어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었습니다.

작은 팀도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

네트워크, 지향, 실행력으로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대형 언론사의 조직력이나 자본력이 없어도, 명확한 비전과 실행력이 있다면 영향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AI는 위협이 아니라 확장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깨달음이었습니다. AI는 기자와 편집자를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고력·속도·도달력을 배가시키는 동력입니다. 우리는 일찍부터 AI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토론 AI 에이전트(일명 RPS 시스템)를 개발했으며 실시간 맥락 요약, 개인화 질문 시스템 등을 준비하며, 뉴스 생산, 토론, 확산의 전 과정을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에이전틱 미디어(Agentic Media)'의 시작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만큼 도전도 컸습니다.

거대 플랫폼의 뉴스 노출 축소와 AI 검색의 확산으로 도달력의 구조적 제약이 커지고 있습니다. 네이버나 구글 같은 플랫폼이 뉴스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던 시대가 저물고, 챗GPT나 퍼플렉시티 등과 같은 AI 검색이 부상하면서, 콘텐츠 생산만으로는 성장 곡선을 유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한국 저널리즘의 위기는 여전히 심각합니다. 미국에선 수많은 매체들이 문을 닫았고, 정리해고와 희망퇴직 소식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도 같은 시기 창업한 미디어 스타트업들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은 가슴 아프게 합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취약점은 생존을 갈수록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한국 언론의 신뢰 붕괴는 회복이 힘들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것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가치가 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콘텐츠를 양산하는 AI가 아니라, 맥락을 해석하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의 미디어’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AI와 협업해서 퀄리티 콘텐츠를 더 정확하고 빨리 만들어내는가가 중요합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콘텐츠가 범람할수록, 사람이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고 검증한 정보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질 것입니다. ‘

신뢰있는 고급 정보’를 원하는 독자분들, 회원분들이 직접 내는 구독료가 메인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시대는 미디어의 본질을 다시 묻고 있고 더밀크는 누구보다 앞서갈 준비가 돼 있습니다.

미래는 질문하는 자의 것

더밀크의 5년은 작은 질문이 거대한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시간이었습니다. “혁신 정보를 어떻게 신뢰있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이제 단순한 뉴스 미디어를 넘어 독자의 사고력을 확장시키는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더밀크가 향하는 다음 5년은 AI를 빼놓고는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더밀크는 단순한 AI 활용 미디어가 아닙니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인간이 주도권을 가진 AI 시대의 미디어', 즉 에이전틱 AI 미디어입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려면, 먼저 현재 기업 환경의 문제를 직시해야 합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AI를 도입하면서 생산성과 효율성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독자가 더 똑똑해지고, 더 깊이 생각하고,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언론/미디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에이전틱 미디어의 핵심은 세 가지 철학에 있습니다.

첫째, AI가 아니라 인간이 통제합니다.

더밀크의 모든 AI 시스템은 '편집권의 인간 주도'를 원칙으로 설계됩니다. AI는 보조자이지, 결정권자가 아닙니다. AI가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더라도, 최종적으로 무엇이 중요한 뉴스인지, 어떤 관점에서 해석할지, 독자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지는 사람이 결정합니다.

독자들은 기사를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AI 기반 개인화 질문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독자들과 토론하며, 실시간으로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게 됩니다. ‘읽는 뉴스’에서 ‘사고하는 뉴스’로의 전환입니다. 더밀크의 토론 AI 에이전트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면 다음 ‘질문’이 떠오르게 됩니다. AI 시대엔 질문의 품질이 지식의 결과를 결정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둘째, 신뢰할 수 있는 인간 중심 콘텐츠를 만듭니다. AI가 만든 정보가 넘치는 시대일수록, "사람이 만든 신뢰"가 가치가 됩니다. 더밀크는 이 신뢰를 데이터, 취재, 분석으로 증명합니다. 우리의 기자들은 실리콘밸리 현장에서 직접 CEO들을 만나고,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오프 더 레코드 대화를 통해 맥락을 읽어냅니다.

셋째, 독자의 능력을 배가시키는 슈퍼미디어입니다. 정보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 사고자(Active Thinker)'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촉발하며, 맥락을 제공하는 미디어가 됩니다. 우리는 독자들에게 단순히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것이 당신의 비즈니스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라는 질문을 함께 던집니다.

더밀크는 ‘AI를 활용하는 미디어’가 아니라 ‘AI 시대를 설계하는 미디어’가 되겠습니다.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질문’이 미래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AI와 함께 사고하고, 질문하고, 토론하는 슈퍼미디어 시대를 개척하겠습니다.

더밀크의 다음 비전

더밀크의 지난 5년간의 여정은 투자자/파트너 없이는 시작할 수 없었습니다. 또 우리의 독자, 파트너, 그리고 더 나은 저널리즘을 기대하는 글로벌 의사결정자 커뮤니티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의 약속을 지켜보고, 피드백을 주시고, 더 나은 서비스를 요구해주신 덕분입니다.

40대에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더밀크를 만들고 성장시키는 것은 제 커리어 중 가장 의미있는 경험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우리의 기사를 읽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 길을 선택하기 잘했다는 확신이 듭니다.

실리콘밸리는 금세기 혁신의 중심입니다. 르네상스 시기의 ‘로마’입니다. 더밀크는 앞으로도 그곳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가장 먼저 포착하고, 가장 정확하게 분석하여, 여러분께 전달하겠습니다.

우리는 작지만, 더 정밀하게, 그리고 더 강하게 전진할 것입니다. 계속 함께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언제든 어떻게 하면 여러분을 더 잘 섬길 수 있을지 조언해주시기 바랍니다.

더밀크는 세상을 따라가는 미디어가 아니라, 세상을 설계하고 독자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미디어가 되겠습니다

2025년 10월 21일

손재권 더밀크 창업자 겸 대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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