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권 대표 "2026년은 혁명과 창조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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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선 2025.10.28 00:02 PDT
손재권 대표 "2026년은 혁명과 창조의 해"
손재권 더밀크 대표가 트렌드쇼2026에서 테크트렌드 2026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트렌드쇼2026] 손재권 더밀크 대표가 말하는 AI 산업혁명
2026년은 에이전트 이코노미와 산업구조 대전환의 기점이다.
AI 버블, 과학의 재도약, 세대 전환, K-라이프스타일의 부상 등이 중첩돼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
한국, 이 변화 속에서 창의력과 문화적 힘을 기반으로 주도권을 가질 것

병오년(丙午年). 역사적으로 이 해는 변화, 혁명, 창조의 에너지가 강한 시기였다.

1906년 2차 산업혁명의 여명, 1966년 문화대혁명. 그리고 2026년, 우리는 AI가 촉발하는 산업혁명급 변화의 기점에 서 있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는 10월 28일 트렌드쇼2026 강연에서 "2026년은 개별 트렌드가 아닌 융합된 거대한 변화 물결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라며 "AI, 에너지, 지정학, 기후, 사이언스가 하나의 메가트렌드로 수렴하는 해"라고 진단했다.

줌 아웃하라, 우리는 문명 전환의 한가운데에 있다

손 대표는 강연 서두에 "우리는 데일리 라이프로 하루하루 쳐내기 바빴다. 하지만 지금은 줌 아웃할 시간"이라며 문명사적 관점을 강조했다. 인쇄기(1440), 증기기관(18세기), 전기(1879), 인터넷(20세기)에 이어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확산된 기술이다. ChatGPT는 출시 5일 만에 100만 명, 2개월 만에 1억 명을 돌파했으며 현재 8억 명이 사용 중이다.

"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발명했을 때,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만들었을 때, 토마스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했을 때 당대인들은 그것이 산업혁명인지 몰랐다. 우리도 지금 그 의미를 온전히 알 수 없다. 후세의 역사학자들이 평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AI는 단순 기술이 아니라 문명의 전환점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2026년은 그 전환이 본격화되는 해다.2026년 이후 AI는 도구가 아닌 경제의 주체로 진입한다. 손 대표는 "앞으로 비즈니스 구조는 B2B, B2C가 아니라 A2A(Agent to Agent) 모델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이전트는 고객이자 파트너이자 공급자다. 인간이 수십 개의 에이전트를 보유하고, 에이전트끼리 소통하며 거래하는 '에이전트 이코노미'가 형성된다. 기존 B2B, B2C, C2C 비즈니스 사분면에 B2A, C2A, A2A라는 새로운 축이 추가되며 비즈니스 영역이 확장된다.

오픈AI의 '아틀라스(Atlas)'는 이러한 에이전트 경제의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아틀라스를 단순 웹 브라우저로 봐서는 안 된다. 이것은 AI 운영체제의 시작이며, 클릭하고 예약하고 결제까지 진행하는 라이프스타일의 관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조니 아이브와 개발 중인 디바이스 '크리스탈(Crystal)'이 결합되면 새로운 AI 생태계가 완성된다.

손재권 대표와 더밀크거 발표한 2026년 테크트렌드 (출처 : 더밀크)

일자리 대변동: '일'과 '자리'의 디커플링

서비스 산업의 대전환이 시작된다. 손 대표는 "AI 도입 이후 '일(Job)'과 '자리(Position)'가 분리되고, '직(職)'과 '업(業)'이 해체된다"고 진단했다.

산업화 이전 한국어에는 '일자리'라는 단어가 없었다. 일과 자리는 별개였고, 직과 업도 마찬가지였다. 산업화 과정에서 이들이 결합했지만, AI는 이를 다시 분리한다. 자리의 일부 또는 전체가 AI로 대체되면서 일의 본질도 바뀐다.

미국 일자리 플랫폼 기업 인디드(Indeed)가 지난주 발표한 'AI 워크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직업의 절반이 심층 전환(Deep Transformation)에 직면해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81%), 데이터 분석, 회계, 마케팅 등이 가장 먼저 재편되고 있으며, 2026년에는 행정, 금융, 부동산, 의료 정보 분야로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서비스업의 인력 의존도 붕괴다. 미국 최대 산업인 간호(직원 수 330만 명)를 비롯해 변호사, 회계사, 교사 등 서비스 전문직의 행정 업무를 AI가 처리하기 시작했다. 세쿼이아캐피털은 이 시장이 10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손 대표는 "'AI 크롬 칼라(Chrome Collar)'라는 새로운 노동 계급 개념이 등장할 것"이라며 "AI 자체가 계급화되고, 로봇세 논쟁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29년의 데자뷔, AI 버블 논쟁

과열된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CNBC 앵커이자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인 앤드루 로스 소킨이 최근 발간한 책 『1929』가 화제다. 대공황 전야와 현재 AI 시장의 유사성을 지적한 것이다.

당시와 지금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규제 완화, 신기술 과열, 느슨한 금융 환경, 과도한 낙관론. 1929년 자동차 회사들이 차량 구매자에게 대출을 시작하며 버블을 키운 것처럼, 지금은 테크 기업 시총 급등, 마진 거래 증가, 스테이블코인 같은 불안전 자산이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

손 대표는 "버블 붕괴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조정(Correction)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2026년은 조심 운전의 해"라고 강조했다. 닷컴 버블,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이어 'AI 버블 붕괴'가 올 것인가? 최소한 현금 보유와 리스크 관리가 필수인 해임은 분명하다.

과학 르네상스 : 구글이 선도하는 발견의 시대의 의미

AI는 과학의 재도약을 촉발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년간 노벨상 수상자 5명을 배출했다. 물리학상, 화학상을 휩쓴 것이다. 손 대표는 "2030년까지 구글에서만 10~20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며 "한국은 평화상·문학상 외 과학상이 0명"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은 양자컴퓨팅, 유전체 연구, 지구 기후과학 등 기초과학 영역에서 압도적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최근 공개한 'Earth AI'를 비롯해 생명체 운영 개념을 이해하는 AI, 양자 우위(Quantum Advantage) 실용화 프로젝트 '윌로우(Willow)' 등이 진행 중이다.

"내년부터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수준의 과학적 발견들이 AI와 결합해 빠르게 상업화될 것이다. 과학적 발견과 사업화의 시차가 극적으로 단축된다."

빅테크가 대학과 연구소보다 먼저 과학적 발견을 하는 시대. 그들은 상업화를 목적으로 연구하기 때문에 발견 즉시 제품화가 가능하다. 이것이 AI 시대 사이언스의 특징이다.

베타 세대의 탄생, 21세기 여름의 시작

2026년은 세대 전환의 기점이다. 미 노동통계국은 공식적으로 2026년생부터 '제너레이션 베타(Generation Beta)'로 분류한다. 밀레니얼은 이미 기성세대가 됐고, Z세대가 핵심 경제 주체로 부상했으며, 알파 세대는 성장 중이다. 그리고 이제 베타 세대가 시작된다.

손 대표는 "2025년이 끝나면 21세기의 1쿼터(25년)가 끝난다. 2026년부터 2050년까지는 21세기의 여름, 가장 뜨겁고 변화가 큰 25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타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AI와 함께한 최초의 세대다. "이전 세대는 태어날 때 모바일로 사진 찍고 클라우드에 저장했다면,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엄마가 AI로 20년 후 미래 모습을 생성하고, 응애 소리를 녹음해 음악을 만든다. 태어날 때부터 콘텐츠가 생성되는 세대다."

이들이 앞으로 25년간 어떤 미래를 펼칠지는 2025년을 사는 우리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줌 아웃이 필요하다.

손 대표는 'K-라이프스타일'을 단순 산업이 아닌 40년 이상 지속될 메가트렌드로 규정했다. "K-pop, K-beauty, K-food는 개별 키워드가 아니라 글로벌 알파 세대를 대표하는 생활 양식이다. 이것을 우리는 '코리아니즘(Koreanism)'이라 부른다."

K는 지금 글로벌 알파 세대의 가장 핫한 키워드이자 가장 민감한 트렌드다. 한류가 아니라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글로벌 표준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AI는 한국인에게 축복이다. 가장 창의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민족 중 하나인 한국은 AI 르네상스를 선도할 잠재력이 있다. 앞으로 25년, 새로운 쿼터에서 한국인들이 더 주목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인프라 전쟁과 테크 지정학

AI 인프라에 수백 조 원 규모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엔비디아, 오픈AI, 미국 정부 차원에서 200조 원, 300조 원, 500조 원, 700조 원… 규모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투자가 진행 중이다.

손 대표는 "이것은 기술 경쟁이 아니라 국가 전략 경쟁"이라며 "테크 지오폴리틱스(Tech Geopolitics), 즉 기정학(기술 지정학)이 2026년 이후 모든 산업과 정치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갈등, 관세 문제, 반도체 패권 경쟁의 핵심은 AI다. 여기에 양자컴퓨팅까지 가세하며 기술 전쟁은 심화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양자컴퓨팅 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해 전략 자산화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는 더 이상 IT 인프라가 아니다.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다. 2026년 하반기부터 인프라 투자는 산업 구조 재편으로 전환되며, 그 충격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클 것이다.

AI는 에너지를 집어삼킨다. 항구적 에너지 부족 시대가 도래하면서 원전 건설이 확대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점이 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된 것은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다.

역설적이게도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AI가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오히려 원전을 부활시키고 있다. 손 대표는 "기후 테크 투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가 생각했던 기후에 대한 생각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헬스케어와 롱제비티의 부상

GLP-1 헬스케어는 2025년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는 출시 8개월 만에 40만 건을 돌파했다. 손 대표는 "주변에 (GLP-1을)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나는 아니지만"이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내년부터는 '롱제비티(Longevity·장수)'라는 키워드가 더욱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가위(CRISPR-Cas9), 단백질 발견, 유전체 혁신 등 AI와 결합한 헬스케어 혁명이 본격화된다.

AI 르네상스, 한국의 기회

손 대표는 강연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2026년은 개별 트렌드가 아니라 융합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본격화되는 해다. AI, 에너지, 지정학, 기후, 사이언스가 모두 하나로 수렴한다. 이것은 산업혁명급 변화의 기점이다."

병오년의 역사적 의미, 21세기 여름의 시작, 베타 세대의 탄생, 에이전트 이코노미의 도래, 과학의 르네상스… 모든 것이 2026년에 교차한다.

"AI는 한국인에게 축복이다. 창의력 르네상스를 AI와 함께 증진하면서, 우리는 이것을 인류에게 선보일 것이다. 앞으로 25년간, 한국인들이 더 주목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

혁명과 창조의 해, 2026. 우리는 이미 그 문턱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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