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 자본은 판을 주도하지 못하는가?”

reporter-profile
손재권 2025.09.05 18:35 PDT
“왜 한국 자본은 판을 주도하지 못하는가?”
(출처 : Gemini 2.5. 더밀크)

[AI혁명과 한국 자본] ② 우물안 개구리 못벗어나는 한국 자본
AI 혁명에 참여한다는 건 미래 권력과 주도권을 확보하는 국가적 행위
그러나 한국의 공적 자본, 기관투자가, 대기업 CVC는 모두 리스크 회피형 구조’에 갇혀 있어.
제도적으로 고위험 스타트업에 접근조차 어려워
기회는 있다... 기회를 감당할 용기와 구조가 없다

오픈AI, 앤트로픽을 필두로 현재 실리콘밸리 AI 기업의 가치 평가 방식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 사고방식과 주판알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 뿐 아니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전통적인 스타트업 투자에서는 매출 대비 3-5배, 유니콘 기업은 10배 수준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했다.해당 기업이 현재 창출하는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미래 수익성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투자 대비 수익율(ROI)도 해당 기업이 침투하려는 시장 규모(TAM)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전통 방식으로는 AI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기 쉽지 않다. 오픈AI는 연환산 매출 130억 달러 대비 기업가치는 3000억 달러로 23배, 앤트로픽은 연매출 50억 달러 대비 1830억 달러로 36배에 달한다.

이런 극단적 밸류에이션이 가능한 이유는 AI 기업들이 단순한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니라 차세대 인프라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AI 기업에 올인 중인 글로벌(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은 AI 기업을 1990년대 인터넷 인프라나 2000년대 모바일 플랫폼과 같은 관점에서 바라본다. 당시 아마존이나 구글, 애플도 초기에는 현재 매출 대비 수십 배의 밸류에이션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전체 경제 생태계를 재편하면서 그 가치를 충분히 입증했다.

마찬가지로 AI 기업들도 단순히 현재의 구독료나 API 사용료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향후 모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AI가 내재화(embedded)되면서 창출할 수 있는 시장규모(addressable market)로 평가받고 있다.

즉, 시장규모를 '인구(사용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AI가 산업과 비즈니스 전반에 적용되어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 생산성 향상, 업무 자동화, 그리고 경제적 파급 효과 전체로 평가한다. 즉, AI 혁명기를 '산업혁명' 급으로 보고 이 같은 전환 효과 전반을 시장의 크기로 정의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 피드백 루프의 가치다. 오픈AI는 7억 명의 주간 활성 사용자가 생성하는 데이터가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선시키고 이는 다시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런 네트워크 효과는 전통적인 DCF(할인현금흐름) 모델로는 측정하기 어려운 가치다.

AI 기업들의 수익성 구조 자체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과 다르다. 전통적 SaaS 기업은 고객을 확보한 후 점진적으로 매출을 늘려가지만 AI 기업들은 모델이 임계점을 넘으면 기하급수적(exponential) 성장이 가능하다. 오픈AI는 GPT-4 출시 후 불과 1년 만에 연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전통적인 기업 성장 패턴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과거 기준으로 투자 판단을 하는 한국 기관들로서는 이런 밸류에이션에 투자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매출 대비 30배가 넘는 기업가치는 기존의 투자 위원회나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서는 '비합리적 거품'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공적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은 이런 '상식을 벗어난' 투자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결국 한국 투자 기관들은 AI 기업들이 창출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치(네트워크 효과, 데이터 피드백 루프, 기술 표준의 지배력, 생태계 플랫폼으로서의 위치)를 기존 재무 모델로는 포착할 수 없다는 근본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는 단순히 투자 기법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혁명기에 새로운 가치 창출 방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회원가입 후 뷰스레터를
주 3회 무료로 받아보세요!

단순 뉴스 서비스가 아닌 세상과 산업의 종합적인 관점(Viewpoints)을 전달드립니다. 뷰스레터는 주 3회(월, 수, 금) 보내드립니다.